불고지죄를 정보매개자에게 부과하여 아동성범죄 예방에 소홀하게 만드는 아청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by | Feb 21, 2022 | 논평/보도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그루밍정보에 대한 자율감시의지 꺾어 범죄예방효과도 의문

– 정작 포착이 쉬운 실존아동성착취물 신고의무는 없어

– 만화, 애니메이션과 실존아동성착취물 별도 규율 필요성 재확인

지난 1월 18일 강선우 의원 등은 인터넷업체들이 자신의 서비스 내에서 벌어지는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성적 그루밍행위의 발생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였다(강선우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4465, 이하 ‘개정안’). 이는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의 서비스 내의 정보를 상시 감시 및 검열하도록 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자발적인 모니터링을 회피하도록 유도하여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소홀하도록 만드는 것은 물론 양심에 반하는 불고지죄를 별다른 근거없이 정보매개자에게 부과하므로 사단법인 오픈넷은 본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한다. 

개정안은 소위 ‘불고지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 폐지권고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있는 불고지죄는 “헌법에 규정한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대표적 악법 조항”이라고 천명하였다. 

침묵의 자유 혹은 묵비의 권리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내심의 영역을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나오는 인권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입장에 따라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이다.”(1991. 4. 1 89헌마160)고 선언한 바 있다. 대한민국이 당사국인 국제인권조약, 특히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동 규약 제9조, 제18조, 제19조와 양립할 수 없어 폐지되어야 될 법률이라는 것이 국제인권기구, 특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지속적인 권고를 통하여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2004. 8. 24)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유엔 인권위원회의 1992년, 1999년, 2006년, 2015년 각 대한민국 정례보고서 최종견해를 통해 확인되는 국가보안법의 ‘양심의 자유’ 침해의 핵심은 ‘불고지죄’이다. 이 양심의 자유는 단지 정치적 행위를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국가형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서로의 범죄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국가형벌에 적용된다. 학자들은 일찍이 불고지죄는 국민을 국가의 경찰요원으로 만들어 민간의 생활공간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불고지죄는 찾아보기도 힘들고 실제 집행되는 사례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특정 분야와 맥락에서 양심의 자유를 압도하는 공익이 있을 경우 불고지죄는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34조 제2항처럼 학교, 체육시설, 연예인교습소 등 피해아동 및 청소년과 특수한 관계에 있어 기존 법상의 보호의무가 있는 자에게 실제 아동성범죄의 발생사실을 신고할 의무를 지우고 의무해태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아동청소년성보호법 34조2항, 67조4항) 정당하다. 또 미국법처럼 아동청소년성착취물[1] 즉 정보 자체로부터 불법성을 포착할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정당하다(18 USC 2258A). 그러나 그러한 특수한 관계에 있지 않은 정보매개자에게 그것도 물리적인 아동성범죄 또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대한 신고가 아닌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대화만을 보고 그루밍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하여 신고를 하라는 것은 예외적으로 정당화되는 불고지죄라고 보기 어렵다. 

정보매개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아동청소년 이용자들과 내밀하거나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며 심지어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인지 알기도 어렵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아동성범죄 전체에 대해서 학교, 체육시설 등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정보매개자에게는 그와 같은 신고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또 신고의무 대상 행위인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의 행위도 포착이 매우 어렵다. 이 2021년 3월 신설조항은 영국, 미국, 호주처럼 (Sexual Offences Act 2003 Article 14, 15; 18 USC 2425; Criminal Code Act 1995 section 474.26 and 474.27) 기존의 아동성범죄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아동성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에게 접근하는 행위 즉 그루밍 자체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그러나 특수한 관계가 없는 제3자인 정보매개자가 온라인상의 정보만 가지고 불법성을 포착하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밥 사줄까?”, “놀러갈래?” 등과 같은 정보도 그루밍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위 개정안의 고지의무는 “(그루밍행위를) 알게된 경우”에만 적용되지만 언제 ‘알게된 경우’인지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정보매개자는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첫째, ‘알게 되었다’는 의심을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그루밍정보에 대한 자발적인 감시활동을 회피하게 된다. 둘째, 정보매개자는 “알고 있었다”는 누명을 언제 쓰게될지 몰라 자신의 서비스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물들을 사전검열하거나 상시적인 사후감시를 하게 되어 결국 인터넷에 관한 국제인권기준에 반하는 일반적감시의무[2]를 부과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 결국 정보매개자의 아동성범죄에 대한 자율규제 의지를 꺾거나 인터넷의 자유만 침해하거나 둘 중의 하나의 결과를 낸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진정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보매개자의 자율규제 의지를 북돋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양심의 자유 및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원리 등의 국제인권기준에 맞는 입법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보매개자에게 미국법처럼(18 USC 2258A)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 실존피해아동이 없는 표현물을 별도의 조항으로 의율하고 있지 않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실존피해아동이 있는 표현물들에 대해서는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오픈넷은 오랫동안 실존아동성착취물과 만화, 애니메이션을 별도의 규정으로 의율하지 않아 전자를 강력하게 처벌 및 예방하지 못한다고 여러번 주장해왔고 그 필요성이 이번 사례를 통해 재확인되고 있다. 진정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어서 미국이나 영국처럼(18 USC 1466A, Coroners and Justice Act 2009 62조) 별도의 조항을 만들고 실존아동성착취물을 강력하게 엄벌 및 예방할 것을 요구한다. 

관련조항 

개정안 제34조의2(아동ᆞ청소년대상 성착취 목적 범죄행위 신고)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 제1항 및 제4항에 따른 부가통신사업자는 자신이 운영ᆞ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이용자가 제15조의2에 따른 범죄행위를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안 제67조(과태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2. 제34조의2를 위반하여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

참고조항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 ①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아동ㆍ청소년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
2. 제2조제4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유인ㆍ권유하는 행위
② 19세 이상의 사람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16세 미만인 아동ㆍ청소년에게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제1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본조신설 2021. 3. 23.]

국가보안법 제10조(불고지) 제3조, 제4조, 제5조제1항ㆍ제3항(第1項의 未遂犯에 한한다)ㆍ제4항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본범과 친족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전문개정 1991. 5. 31.]

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5호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이란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ㆍ비디오물ㆍ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ㆍ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2] 인터넷은 힘없는 개인들에게도 제3자의 허락없이도 불특정다수에게 동시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여 민주주의와 경제적 평등에 기여해왔다. 그런데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운다거나 그와 같은 불법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찾아낼 의무를 부과하면 정보매개자가 삭제요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합법게시물까지 삭제하거나 모든 이용자게시물들을 사전검열한 후에야 게시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결국 인터넷이 제공하는 자유로운 교류의 장은 훼손된다. 이와 같은 의무나 책임부과를 피하여 인터넷공간을 보호하자는 것이 바로 정보매개자책임제한원리와 일반적감시의무금지원리이다. 

2022년 2월 2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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