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부지방법원 형사5단독 변민선 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2조 제5호 및 제8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결정을 내렸다. 변민선 판사는 이번 결정에서 해당 아청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며,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오픈넷은 법원의 아청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환영하며 아청법 입법 개선운동 및 사법구조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오픈넷은 이미 아청법이 ‘실존하는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보호’라는 본래 입법취지와 달리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아청법 입법 개선운동 및 사법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미 아청법이 적용되어 기소유예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 해당 기소유예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의 주요 내용
변민선 판사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문은 그 동안 오픈넷이 주장해왔던 내용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으며 오픈넷 공익소송 이사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의 논문도 함께 인용되어 있다.
(1)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원칙 위반
우선 법원은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어떠한 표현이 금지되는지에 대하여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율해야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입장이며 특히 형벌 규정으로 규율될 경우에는 이러한 명확성원칙의 요청이 더욱 크게 요청된다.
아청법 제2조
5.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의 정의는 매우 모호하며 처벌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변 판사의 판단이다.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이로 인하여 수사기관은 필요에 따라, 여론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단속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은 극악한 아동성범죄자만 아니라, 많은 평범한 국민들, 심지어는 청소년들까지 수사를 받게 되었다.형벌규정의 모호함으로 인하여 수사기관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범위를 세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넓게 자의로 해석할 여지를 주게 되어 나타난 부작용인 것이다.”
(2) 표현의 자유의 침해
법원은 아청법의 해당 조항 때문에 수사기관에 의하여 온라인이 실시간으로 감시되는 결과를 낳게 되어 의사표현의 공간이 위축되고 결국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미 청소년을 소재로 한 성 표현물에 대한 자기검열로 인한 심각한 위축효과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포털사이트, 애니메이션 작가, 게임물창작자, 영화제작자 등 광범한 계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변 판사의 판단이다.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의 성과 사랑에 대한 주제가 금기시되고 의사표현의 공간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입법권자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빅브라더의 시대는 그렇게 소리 없이 오게 된다.”
(3) 청소년 전과자 양산우려
변 판사는 아청법의 해당 조항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청소년들을 전과자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파일전송기술인 ‘토렌트’의 경우 다운로드가 되는 동시에 업로드가 되는 기술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호기심으로 토렌트를 이용한 청소년들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될 뿐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 및 취업 제한 등의 보안처분까지 받게 된다는 것이다.
“20대 대학생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버튼 한번 잘못 누른 것으로 형벌을 받는 것은 둘째 치고, 20년간 매년 사진을 갱신하면서 장래 예비범죄자로 관리를 받는 것도 모자라 10년 간 취업의 길도 막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미성년자 성표현물의 대부분이 청소년에 의하여 제작, 배포되고 있다는 기사의 내용이 맞는다면,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아청법이 자칫하면 비극적으로 주로 청소년을 처벌하는 법률이 될 수도 있다.”
(4) 청소년의 성적 결정권 침해
한편 변 판사는 청소년이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 성적 결정권의 행사로서 성 표현물을 제작한 경우에까지 아청법이 적용되는 것은 평등의 원칙의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성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제작하는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에 비하여 비난가능성이 낮은데도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기존 성인출연 교복물에 대한 판결의 문제점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문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최근 대전지방법원 2013. 5. 22. 선고 2013고정5 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판결들은 아청법 조항의 위헌성을 간과한 판결이다.
위 대전지법 판결은 출연자가 성인이 분명한 경우에도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으로 연출되어 있고 이에 대한 정황을 알면서 유포한 경우에 아청법 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아청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죄로 벌금형이 선고되면 해당 피고인은 신상정보 등록 및 취업 제한 등의 보안처분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위 대전지방법원 판결에서 유죄인정 이유는 ‘아동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취지의 단 5줄에 불과하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문의 취지가 명확성의 원칙 위반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당해 판결들은 법률의 위헌적인 요소를 고민하지 않고 내려진 것으로 합헌적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할 것이다.
‘실존하는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 보호’가 우선
오픈넷은 실존하는 아동 청소년를 대상으로한 음란물의 제작 배포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청법의 취지가 ‘실존하는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아청법의 위헌적인 요소에 의하여 아청법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가상표현물의 경우 음란성이 문제된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형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아청법의 입법취지에 합당하다.
가상 표현물은 아청법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음에도 수사기관은 검거나 증거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자의적인 법 해석에 따라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 반면에 정작 보호가 필요한 ‘실존하는 아동, 청소년’들을 위하여 수사기관은 어떤 실효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지휘부는 가상 표현물을 포함한 음란물 단속과 실적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민희 의원의 개정법률안 6월 임시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법원의 합헌적 법률해석을 기대한다.
이미 최민희 의원은 실존하는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것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만 처벌대상으로 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처벌이 되는 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본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에서 언급한 위헌성을 해소하고 있다.
국회는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고 아청법이 실존하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본래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민희 의원의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를 기대한다.
법원도 당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의 취지를 존중하고 아청법의 해당 조항에 대하여 합헌적 법률해석을 내리길 기대한다.
첨부 :
(1) 박경신_가상아동포르노그래피 규제의 위헌성(논문)
(2) 2013초기617 위헌심판제청 결정문
(3) 2013고정5
(4)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최민희의원 대표발의)
참고 : SBS 보도내용 [취재파일] ‘아청법’ 재판 결국 중단…헌법재판소의 판단은?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807173
참고 : “청소년성보호도 중요하지만 ‘기본권’이 먼저”아청법 위헌심판 제청 변민선 판사 “‘음란물’ 판단기준 자의적이고 처벌 과해“ (변민선판사 인터뷰)
http://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77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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