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교복물 및 애니메이션에 대한 법원의 아청법 무죄 판단을 환영한다.
– 만화 및 애니메이션에는 아청법 적용되지 않아야
지난주 대법원 형사 1부(2013도12607 선고 2014.9.26, 주심 대법관 김용덕), 형사 2부(2014도5750 선고 2014.9.25 주심 대법관 신영철), 형사 3부(2013도4503 선고 2014.9.24, 주심 대법관 김신)는 연이어 성인이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음란물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어 2014년 9월 26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2014고단285 형사6단독 신원일 판사)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하여 제작된 음란물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지난 2013년부터 사단법인 오픈넷(이하 “오픈넷”)과 아청법 대책회의 소속 단체들은(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문화연대, 오픈넷, 법무법인 이공,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실존 아동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성인 교복물과 만화 및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아청법이 적용되어, 수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아동성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10년 취업제한과 20년 거주지등록의 과도한 처벌의 위험에 처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한 해당 사건들에 대한 법률지원도 병행하여 대법원의 아청법 무죄 취지의 판결(2013도12607, 양홍석 변호사)과 법원의 위헌제청신청(2013초기509, 양홍석 변호사)을 이끌어냈다. (아청법 관련 오픈넷과 아청법 대책회의의 활동내역은 하단에 첨부한 타임라인 참조)
오픈넷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일련의 법원 무죄 판단을 환영한다.
1. 결국 아청법이 보호하는 것은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이다.
오픈넷은 아청법은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의 제작 배포행위만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이 출연하지 않은 표현물의 음란성이 문제된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형법의 음란물 처벌 규정으로 규율하는 것이 실존 아동 청소년을 성폭력 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아청법의 입법취지에 합당하다. 지난주 선고된 일련의 판결은 이 같은 아청법의 입법취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 형사2부는 “그 등장인물의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 경위, 등장인물의 신원 등에 대하여 주어진 여러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외관상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라야 한다고 하였다. 등장인물이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경위, 등장인물의 신원에 대한 정보”에 근거하여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 형사3부 역시 원심이 “음란물의 내용을 기준으로” 등장인물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를 판단한 것에 대해 “동영상의 내용과 출처, 제작 경위, 등장인물의 신원 등에 대한 배경정보가 전혀 없는 점”에 기초하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를 종합해보면 결국 등장인물이 “실존 아동임이 명백할 때”로 한정함을 의미한다고 읽혀진다.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피해가 없는 표현물을 그런 피해를 발생시키는 표현물과 똑같이 아동 성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사상이나 표현을 물리적 행위 자체와 똑같이 처벌하는 것이고,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이기 때문이다. 살인 장면이 나온 영화의 제작자나 배포자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 만화 애니메이션에는 원칙적으로 아청법이 적용되어서는 아니된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시에 따르자면 대법원은 “등장 인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아청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루빨리 선언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수원지방법원은 애니메이션물에 대한 아청법 적용여부를 판단하면서 실제 아동·청소년이 연루되었을 때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표현물의 제작에 있어 실제 아동·청소년이 모델 등으로 참여한 경우 △표현물의 제작에 있어 실제 아동·청소년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컴퓨터 합성 등을 통해 실제 아동·청소년이 참여한 것처럼 조작이 된 경우 △표현물의 제작에 있어 실제 아동·청소년이 참여하거나 참여한 것처럼 조작된 바는 없지만 이미지 또는 스토리 등에 의해 실제 아동·청소년이 특정돼 해당 아동·청소년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경우”라면 가상표현물이라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아청법의 보호법익을 고려한 합헌적인 법률해석이다.
이미 아청법의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지난 2013년 법원이 스스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상태인데(서울북부지방법원 2013초기617(성인교복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3초기509(애니메이션)) 헌법재판소에서도 하루빨리 위 대법원 판결에 기초한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과 검찰은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등장 인물”이 실존하지 않는 경우로 보아 원칙적으로 아청법 입건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3. 국회에 계류 중인 아청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국회는 등장인물이 실존하는 인물로 명백히 인식되는 경우에만 아청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아청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위헌성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 현행 아청법은 경찰 수사력이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 보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단속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JTBC는 2014년 9월 26일 보도에서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은 2400여 건으로 2008년에 비해 400배 이상 늘었다고 하면서 위 대법원 판결을 우려하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는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판단이다. 실제로 사건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청법을 성인교복물 및 애니메이션 등에 자의적으로 적용한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점은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수사기관은 필요에 따라, 여론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단속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은 극악한 아동성범죄자만 아니라, 많은 평범한 국민들, 심지어는 청소년들까지 수사를 받게 되었다. 형벌규정의 모호함으로 인하여 수사기관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범위를 세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넓게 자의로 해석할 여지를 주게 되어 나타난 부작용인 것이다.”(변민선 판사, 위헌법률심판제청 내용 중)
진실은, 가상 표현물이 아청법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음에도 검거나 증거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쉽게 수사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자의적인 법 해석에 따라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작 보호가 필요한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성폭력 범죄 예방에는 수사력이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오픈넷은 대법원과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판결 내용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처벌 조항의 위헌성을 해소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결단과 국회의 노력을 촉구한다. 검찰과 경찰도 위 판결의 취지에 따라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청법 적용 기소와 수사를 원칙적으로 중단해야 할 것이다.
2014년 9월 30일
사단법인 오픈넷
첨부.
<최민희 의원 개정안>
아동·청소년 또는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음란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
<현행 아청법 제2조 제5호>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음란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
<아청법 관련 오픈넷 활동 타임라인>
(1) 2013. 3. 6. 아청법 개정안,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표현물인 경우에만 처벌 https://opennet.or.kr/trend/969
(2) 2013. 3. 14. 사단법인 오픈넷,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과도한 적용에 헌법소원 제기 https://opennet.or.kr/924
(3) 2013. 3. 29.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사건 1년 만에 22배 늘었다 https://opennet.or.kr/trend/1344
(4) 2013. 5. 30. [논평] 법원의 아청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환영한다. https://opennet.or.kr/3002
(5) 2013. 6. 27. [논평] 성인교복물 아청법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https://opennet.or.kr/3374
(6) 2013. 7. 22.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SICAF) 아동청소년보호법 개정 서명운동 https://opennet.or.kr/3674
(7) 2013. 8. 12. 아청법 2조5호 개정 토론회 – 피해자 없는 범죄자 양산인가, 아동청소년 보호인가? https://opennet.or.kr/3903
(8) 2013. 8 20. [논평] “애니메이션에 아청법이 적용되는 경우 위헌”이라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https://opennet.or.kr/3981
(9) 2013. 12. 13. 진정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만들기 토론회 개최 https://opennet.or.kr/4896
오픈넷 분들도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__)
말그대로… 실존하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법이,
그 아이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가해자한테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오히려 만화, 애니 등 소위 2D속의 아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날뛰고 있으니…
오픈넷 분들 수고하셨슴당.
수고하셨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