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한국 서비스 철수에 담긴 경고: 콘텐츠 다양성 훼손과 인터넷의 파편화,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 폐지로 망중립성 복원해야

by | Dec 11, 2023 | 논평/보도자료, 망중립성 | 0 comments

12월 6일, 인터넷 생방송 양방향 서비스 플랫폼인 트위치가 전 세계와 비교해 10배가 넘는 ‘망사용료’를 이유로 한국에서의 사업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트위치의 서비스 철수 사태는 2016년부터 망중립성 원칙을 무시하고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를 시행하여 인터넷접속료를 파리의 8배, 프랑크푸르트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높인 한국 인터넷 네트워크 생태계에 보내는 긴급 경고다.[1] 이를 무시한 결과는 콘텐츠 다양성의 종말과 인터넷의 개방성과 연결성이 악화되는 인터넷의 파편화라는 해악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더 늦기 전에 정치권과 망사업자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는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트위치 한국 철수 사태는 판도라TV, 엠군, 엠앤캐스트 등의 군소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들이 망사용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해왔던 연장선에서 해석해야 한다.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들이 경영난을 해소하는 방식은 영상에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거나 스트리머에게 불공정한 규모의 수수료를 부가하는 방식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판도라TV 등이 트위치보다 먼저 사업을 철수한 이유는 높은 인터넷접속료를 감당하려 영상에 광고를 붙이는 등으로 수익모델을 변경하자 유저들이 타플랫폼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가 과도한 인터넷접속료를 감당하면서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것도 경쟁 업체들이 비정상적인 생태계에서 생존하지 못하고 사라진 후 얻은 반사이익 덕분일 뿐이다. 플랫폼들이 현재 영업이익의 반 이상을 인터넷접속료로 내고 있는 상황은 절대로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치지직(CHZZK)라는 대체 서비스가 런칭을 앞두고 있지만 피폐해져가는 콘텐츠 다양성을 살리지는 못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 중에서 엄청난 인터넷접속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플랫폼만이 트위치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생태계 다양성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소수 기업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입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망중립성을 훼손하면 우리 손으로 콘텐츠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망중립성은 서로 다른 능력과 차이에도 차별없이 망을 공평하고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 과거 우리에게는 불공정한 망사용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군소 스트리밍 플랫폼이 줄줄이 폐업할 때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한 높은 망사용료가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은 엉뚱하게 해외 플랫폼에 높은 망사용료를 확대적용하려는 ‘역차별론’ 쪽으로 옮겨갔다. 통신사가 국내 업체들에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불공정한 과금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장은 소수 의견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오늘의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망중립성의 훼손은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피폐화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인터넷망의 연결성과 개방성을 훼손해 결국 국가별로 인터넷을 고립시켜 종국적으로 파편화한다. 인터넷은 전 세계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 다양한 정보, 콘텐츠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이용하도록 각 지역의 정치적 탄압이나 경제적 독점을 혁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2016년 발신자종량제처럼 각 지역 망사업자들이 자신의 망에 직접 트래픽을 보내는 기업과 개인에게 망사용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도록 법으로 강제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점점 국내의 정보, 콘텐츠, 서비스만 접하게 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망사용료 강제 부과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이해관계자 중 콘텐츠 생산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와 무관한 이들은 없다는 점이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국가들이 너도나도 한국을 따라 망사용료를 도입한다면, 즉 상대국에서 망사용료 강제 부과를 원칙으로 실시했을 때 본인들이 감당해야 할 금액을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도 생각해보긴 한 것인가? 아니면 본인들이 생산한 콘텐츠가 해외에서 히트칠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는 것인가?

2022년 9월 오픈넷이 시작한 ‘망이용료’ 법안 반대운동에는 12월 11일 현재 28만 5천여명이 참가했다. ‘망이용료’ 법안 반대운동은 새로운 법안에 대한 반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망이용료’ 법안은 2016년 시행된 발신자종량제의 법적 수범자를 콘텐츠 제공자들에게까지 확장하겠다는 시도였으며, 위 서명자들은 새로운 법안뿐만 아니라 기존의 발신자종량제에 대해서도 분명히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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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신자종량제 하에서는 망사업자들이 자신의 망에 콘텐츠 제공자를 고객으로 유치하면 자신의 망에서 다른 망사업자들의 망으로 송신되는 트래픽량이 늘어나 다른 망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증대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망사업자들은 콘텐츠 제공자들을 자신의 고객으로 두기를 꺼려하게 되고, 망사업자들이 콘텐츠 제공자들로부터 받는 인터넷접속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망사업자들이 인터넷접속료를 많이 받게 되면 인터넷접속을 구매하지 않는 해외 콘텐츠 제공자들로부터 받는 유료 피어링(paid peering) 요금도 같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외 콘텐츠의 캐시서버이든 국내 콘텐츠의 본 서버이든 이를 유치한 망사업자들에게 똑같이 경제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원래 ‘망사용료’라는 개념은 망중립성 하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접속료(인터넷접속료 또는 유료 피어링 비용)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발신자종량제는 바로 발신자에게 망에 트래픽을 보내는 만큼 부과하므로 망사용에 대한 대가 즉 망사용료의 요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국내 기업들이나 해외 기업들이 내는 접속료에 포함되도록 강제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2023년 12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English text available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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