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망이용료”도 없고 “역차별”도 없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최근 국내 망사업자들이 해외 콘텐츠사업자에게 캐시서버 접속에 대해서 돈을 받겠다고 하면서 들고 나오는 게 ‘역차별론’이다. 국내 망사업자들이 국내 콘텐츠이든 해외 콘텐츠이든 국내 이용자에게 중계해주고 있는데, 국내 콘텐츠사업자로부터는 인터넷접속료를 엄청나게 받고 해외 콘텐츠사업자에게는 돈을 받지 않으면 국내 사업자에게 역차별이 된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국내 이용자는 자신에게 세계의 다른 단말들과의 소통을 중계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이웃 단말에게 인터넷접속료를 내고 접속을 하는데, 이 ‘이웃단말’을 보통 망사업자(왼쪽 상단 Tier 3)라고 한다. 지역 망사업자는 다시 자신보다 세계의 단말들과의 연결성이 더 좋은 상위계위 망사업자(왼쪽 상단 Tier 2)에게 다시 접속료를 내고 그 망사업자는 다시 더 상위 망사업자(중앙 왼쪽 Tier 1)에게 접속료를 낸다. 최상위망사업자끼리는 서로 돈을 주고 받지 않는 대신 그 돈으로 넓은 지역에 망을 깐다.

이 그림에서 해외 콘텐츠사업자(예: 페이스북)는 해외에 있으니, 원래는 국내 망사업자와 접속하지 않으니 낼 접속료가 없다. 또 해외 콘텐츠사업자들은 국내 망사업자들로부터 세계의 단말들과의 소통을 중계받지도 않으니 원래 국내 망사업자에게 낼 접속료가 없다.

물론 국내 망사업자들도 해외 콘텐츠와 물리적 연결을 하지 않으면서 접속료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국내 망사업자는 해외 콘텐츠업체에 부탁하여 국내에서 인기 있는 해외 콘텐츠의 복사본을 떠서 담아놓은 국내서버(즉 “캐시서버”, 그림에서 파란색 구름모양)를 자신의 망에 연결해놓는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접속료는 접속용량에 비례하여 내게 되는데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해외 콘텐츠에 접속할 때마다 국내 망사업자는 상위망사업자(그림 중앙의 Tier 1 중 왼쪽)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접속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접속료도 많이 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캐시서버를 달아놓으면 많은 트래픽이 아래 그림의 파란색 루트를 통하지 않고 연두색 루트를 통하므로 국내 망사업자는 상위망사업자에게 내는 접속료를 아낄 수 있다. 결국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한 것이다. 해외 콘텐츠사업자도 자신의 콘텐츠가 현지 망사업자에게 내야 하는 접속료를 역시 아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내 망사업자들이 국내 콘텐츠에 대해서는 캐시서버를 설치하지 않는다. 국내 콘텐츠와 국내 이용자들을 중계해줄 때는 해외접속용량을 확보할 필요가 없고 캐시서버 설치로 절약할 중계접속료 자체가 없으니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국내 망사업자들이 이렇게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한 캐시서버와 자신의 망과의 접속료를 이제와서 달라고 하면 해외 콘텐츠사업자 입장에서는 쉽게 거부할 수 있다. 그냥 원래 루트(위 그림의 파란색 줄) 대로 Tier2, Tier1을 통하자고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해외 콘텐츠사업자가 자신의 지역 망사업자에게 내는 접속료에서 한국 이용자들의 접속 때문에 발생하는 접속용량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물론 해외 콘텐츠사업자도 캐시서버를 꼭 쓰고 싶다면 돈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국내 망사업자가 해외 콘텐츠사업자로부터 캐시서버 접속료를 받기 시작하면 망중립성 원리에도 어긋난다. 망중립성 원리란 인터넷은 모두가 서로의 정보를 상호전달해주는 상부상조의 약속으로 묶여 있으니 정보를 전달해주는 대가는 없고 물리적 접속을 유지하는 비용만 있다는 원리를 말한다. 이미 국내 망사업자들은 자신에게 접속하는 국내 이용자에게 해외콘텐츠와의 중계에 대해서 돈을 이미 받았다. 해외 콘텐츠사업자로부터 국내 이용자와의 중계 명목으로 별도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이중으로 돈을 받게 되는 것이며 결국 정보전달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새롭게 설치된 캐시서버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된 것이니 그 대가로 돈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논거가 부족해서 그러는 것인지 국내 망사업자들은 캐시서버 접속료를 달라고 할 때 꼭 국내 콘텐츠사업자와의 역차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위 그림에서 보듯이 해외 콘텐츠사업자가 캐시서버를 설치함으로써 얻는 것은 국내 이용자와의 소통(위 그림에서 하늘색 화살표)이지만, 국내 콘텐츠사업자가 인터넷접속료를 내서 얻는 것은 전 세계 단말들과의 연결(분홍색 선 전부)이다. 처음부터 비교불가한 것이라서 차별을 말할 수도 없다.

사실 ‘망이용료’란 말이 나온 것도 결국 역차별론을 위해서 나온 것이다. 하늘색 선은 캐시서버 중계접속료이고 분홍색선 전부는 인터넷(전체)접속료이고 2가지는 원래 서로 다른 것을 차별이라고 부르려 하니 더 넓은 개념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망이용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캐시서버 중계접속료나 인터넷접속료를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럼 엄청난 액수의 인터넷접속료를 내고 있는 국내 콘텐츠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인터넷접속료를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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