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페이스북과의 접속 속도가 느리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방문’한다는 건 사실 홈페이지 파일의 복사본이 방문자의 단말에까지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럼 정보전달을 해주고 돈을 받는 업체가 있으면 거기서 책임을 지면 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단말들이 아무런 대가없이 다같이 ‘옆으로 한 칸씩’만 전달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정보의 전달’이 이루어지는 인터넷에서는 ‘정보전달료’라는 것이 없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정보전달료는 없지만 단말들이 서로 ‘물리적 접속’을 유지하기 위해 접속료를 낸다. 2개의 단말이 서로 접속하면 서로에게 좋은데 누가 누구에게 내는 것일까? 더 접속을 하고 싶은 쪽이 낸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새로 SK브로드밴드(이하 ‘SKB’)에 가입한다는 것은 이미 가입한 수백만 개의 SKB 가입자들의 단말들과 소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새 이용자가 얻는 혜택이 기존 수백만 이용자들이 얻는 혜택보다 훨씬 크다. 그러니 SKB에 돈을 내고 가입하는 것이다.
접속료는 접속용량에 비례해서 정해진다. 10Mbps 즉 1초에 10메가바이트가 다운로드되는 인터넷은 100Mbps보다 비싸다.
그런데 접속료를 받는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접속료를 받은 쪽이 자신의 망과의 연결뿐 아니라 자신을 통해 인터넷 전체에 연결할 것을 약속하고 돈을 받았다면 그 돈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자기보다 상위에 있는 망에 접속료를 내고 충분한 접속용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SKB는 자신의 가입자들과의 소통만을 제공하는게 아니라 자기와 연결된 전 세계의 다른 모든 단말들과의 소통가능성(‘full connectivity’)도 같이 판매한다. SKB가 이를 위해 전 세계의 다른 단말들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망사업자들의 도움을 얻는다. 아래 그림을 보자.
*이렇게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인터넷 전체에의 연결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고받고 접속하는 것을 중계접속(transit)이라 하고 그 돈을 중계접속료라고 부른다. 이용자가 SKB에 내는 돈도 중계접속료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약속을 안 하고 서로 자기망과의 연결만을 위해 접속하는 경우도 있는데 피어링(peering)이라 부르고 이 경우 대부분 무료로 이루어지지만 한쪽의 망이나 콘텐츠가 다른 쪽보다 너무 좋아 돈을 내고 피어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래 그림을 인터넷 전체라고 간주하자. SKB(Tier 3)는 국내 이용자에게 인터넷접속을 제공하기 위해 상위계위 ISP 즉 자신보다 연결성이 더 좋은 이웃 ISP(Tier 2: 예를 들면 KT)에게 돈을 내고 접속하고, 그 상위계위 ISP는 자기보다 더 연결성이 좋은 더 상위계위의 해외ISP1(아시아지역의 Tier 1)에게 역시 돈을 내고 연결을 한다. 결국 아래 그림에서 개별 Tier마다 이어진 접속선과 같이 더 연결성이 좋은 쪽에 돈을 내면서 접속이 이루어진 것이다. (왜 Tier1이 Tier2 보다 그리고 Tier2가 Tier3 보다 “연결성”이 좋은지는 그림 보면 보이시죠?)
페이스북도 자신의 콘텐츠를 세계의 단말들이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는 미국내 망에 접속료를 내고 연결하고 그 망사업자는 Tier2-Tier1을 통해 전세계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페이스북 서버에서 국내 이용자에게까지 도달하려면 여러 ISP에 속한 단말들을 거쳐 오게 된다.
그럼 중계접속료는 어떻게 매겨질까? 보통 접속용량에 따라 매겨진다. 예를 들어 SKB가 인터넷접속을 국내 이용자들에게 판매할 때 “10 메가바이트 퍼 세컨드 (즉 1초에 10메가바이트가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 되는 접속용량에 월 3만원” 이런 식으로 판매했다면 자신의 가입자들이 전 세계 단말들과 그 속도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용량의 접속을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ISP로부터 구매를 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수도국이 100개의 가정에 1가정당 1분당 1리터의 수량을 약속했다면 어딘가에서 1분당 10리터 수량을 상류수원에서 끌어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모든 가정이 동시에 인터넷을 이용하지는 않으므로 반드시 기계적으로 합산된 총량을 맞출 필요까지는 없다).
결론적으로 국내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느려지는 건 국내 이용자로부터 돈(접속료)을 받고 페이스북 서버를 포함한 전 세계 단말들과의 소통(full connectivity)을 약속한 국내 망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상위계위 망사업자와의 충분한 접속용량을 확보할 책임이 있다.
물론 페이스북의 역할도 중요하다. 페이스북도 자기 지역의 ISP와 연결을 해서 전 세계 단말들과의 소통을 하게 된다. 이용자들이 방문할 때마다 페이스북 서버로부터 다운로드가 발생하는데 이때 정보가 나가는 접속용량(속도)은 페이스북과 그 지역 ISP 사이의 계약에 의해 정해진다. 하지만 혼잡이 페이스북과 그 지역 ISP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국내나 국내입구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국내 망사업자의 책임이 맞다. 대부분의 접속지연은 후자이니 국내망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국내 망사업자는 이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면서도 상위계위 망사업자에게 내는 접속료를 아끼기 위해 해외 콘텐츠제공사와 계약을 맺어 국내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는 소위 ‘캐시서버’에 담아서 자신에게 직접 연결해두기도 한다. 캐시서버에 담긴 콘텐츠를 국내 이용자가 이용할 때는 정보가 바다 건너 저 먼 곳에서 올 필요가 없으니 국내 망사업자가 상위계위 망사업자로부터 확보할 접속용량도 줄어들고 이에 따라 접속료 총액도 줄어들게 된다. 국내 망사업자의 필요에 의해서 설치한 캐시서버이니 해외 콘텐츠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어 왔다. 그렇게 하든 그렇게 하지 않든 기본적으로 해외콘텐츠가 가정에까지 적정속도로 전달되도록 하는 책임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대가로 인터넷접속료를 받은 망사업자의 책임이다. 페이스북-SKB접속대란은 망사업자가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고 페이스북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면서 일어났던 것이다.
인터넷에 제공되는 국내외 콘텐츠들은 망사업자들이 망중립성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에 의지해서 제공되고 있다. 망사업자들이 망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정보전달료를 요구하면 콘텐츠업자들은 무료콘텐츠제공을 하기 어렵게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여 더 많은 콘텐츠를 볼수록 망사업자에게 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콘텐츠들은 이용자들이 무료로 상호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런 콘텐츠들이 없는 세상, 상상이 가는가?
접속이 느려지는건, SKB가 Tier1,2대신 접속료가 낮고 속도가 느린 Tier를 통해 제공하고 있기때문인가요?
늦게 답장 드려 죄송합니다. 속도가 느린 Tier가 따로 있다기 보다는 SKB가 상위Tier와의 접속할 때 접속용량에 비례해서 돈을 내는데 (마치 가정이나 기업이 SKB로부터 초고속인터넷이나 전용회선을 살 때 접속속도에 비례해서 돈을 내듯이) 이때 접속용량을 충분히 구매해놓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