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오징어게임 스트리밍 증가로 망사업자(ISP)들이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중

by | Oct 26, 2021 | 망중립성, 오픈블로그 | 0 comments

번역: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Motherboard: Tech by Vice, 2021년 10월 21일 기사, “ISPs Want More Money Because So Many People Are Streaming Squid Game”

ISP들은 ‘오징어게임’의 인기로 자신들이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망의 실정이나 현실과 괴리가 있다.

Karl Bode 작성 / 2021. 10. 21.

전 세계의 ISP들은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자신들의 인터넷광대역망에 유례없는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수요를 발생시킴에 따라 자신들이 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신망이 그와 같이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는 거대 통신사들이 이미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인기 스릴러 ‘오징어게임’은 말기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적나라하게 담은 작품으로, 빚을 진 사람들이 현금을 타기 위해 살인적인 아이들용 게임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회사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자 94개국에서 1위에 등극한 프로그램으로 1억4천2백만 가구가 시청했다.

전 세계의 ISP들은 이 작품의 흥행이 대대적인 초고속 인터넷 소비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몫을 달라고 요구한다.

한국에서는 ISP인 SK브로드밴드(SKB)가 지난 5∼9월 동안 자사 망 트래픽이 24배 급증하여 1초당 처리되는 데이터가 1조 2천억 비트(bit)로 증가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달 초 넷플릭스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SKB는 이러한 급증이 넷플릭스 때문이며, 넷플릭스가 금전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에서는 British Telecom의 임원들이 유사한 불만을 제기하며 넷플릭스가 해당 작품으로 인해 발생한 망 트래픽 증가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광대역 전문가들은 광대역망이 실제로 그와 같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자 단체 Public Knowledge의 통신산업 전문가 John Bergmayer는 본지 Motherboard에 “ISP들은 인기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라며 “사람들은 동영상 스트리밍 같은 것을 즐기기 위해 광대역을 소비하는 것이며, 이 소비자들이 ‘오징어게임’ 스트리밍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ISP들에게 강제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전했다.

ISP들은 일반적으로 트래픽 유형과 상관없이 황금 시간대의 소비자 수요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망 용량을 설계한다. 이미 사업자 및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이러한 수요에 대한 책임은 넷플릭스가 아니라 ISP에게 있다.

Bergmayer는 ISP들이 부당한 망 부담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이 타당한 경우도 있지만(예를 들어 자원이 한정된 개발도상국에서 고전하는 ISP와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대형 ISP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는 또한, 넷플릭스가 광대역 인터넷 연결성이 제한된 사용자들이 초고속 인터넷 총 소비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설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ISP들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에 무상으로 연결하여 총 망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의 독립 ISP인 Sonic의 최고경영자(CEO) Dane Jasper는 본지 Motherboard에 대형 ISP들이 밀고 있는, ‘스트리밍의 영향’이라는 프레임은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데이터상한제를 정당화하는 것부터 ‘오징어게임’이 중대한 위협을 가한다는 주장까지 대개는 현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Jasper는 본지 Motherboard에 “일반적으로 데이터상한제(data caps)는 말이 안 됩니다. 하루종일 다운로드를 하는 개인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가한 시간에 유휴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데이터 사용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오직 피크시간대뿐입니다.”라고 말했다.

Jasper는 또한 ‘오징어게임’이 ISP의 망 성능이나 순이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Jasper는 “‘오징어게임’이 피크시간대 시청시간을 증가시킨다면 보다 많은 용량이 제공되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 작품이 이러한 시청시간을 증가시킬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모든 시간대에 (어차피 무언가를) 시청을 하고 있지 않은가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일을 하고 저녁식사 등을 하지 않나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사람들을 오프라인 활동에서 멀어지도록 하지 않는 이상 큰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Jasper는 이러한 역학관계는 황금 시간대의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에서는 다르다고 말한다. 동시간대 사용자들이 급증하면 광대역망 및 CDN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스트리밍은 ISP에 이러한 용량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대형 ISP들은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가? 돈과 정치적 전략이 주된 이유다.

거대 통신사들은 수년간 구글과 넷플릭스의 매출을 탐내며 이들 기업이 자신들의 망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으며 아무런 실질적 이유 없이 추가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불평해왔다. 구글이 “무상으로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으며 추가요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AT&T의 주장은 이미 15년도 더 전에 미국에서 망중립성(net neutrality)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소비자운동가들은 늘상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비싼 요금을 챙기는 거대 통신사들의 이러한 노력이 ‘이중과금(double dipping)’이라고 평가한다. 통신사들의 끈질긴 로비 끝에 미국에서는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되었으나, 이 원칙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통신사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대형 테크기업들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용량, 트랜짓(중계접속), 해저 케이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그리고 구글의 경우에는 자체적인 소비자용 ISP 등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특히 (미국과 같이) 초고속 인터넷 경쟁이 제한된 국가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을 위해 매우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독점력을 가진 통신사들을 상대로 그 누구도 ‘무임승차’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전 세계 어디든 통신사 임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토킹 포인트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망 구축 및 운영 비용을 남에게 전가시키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대형 ISP들은 이 낡고 잘못된 주장을 다시 펼칠 기회로 보았다. 이번주 영국에서는 British Telecom이 가디언(Guardian)지에 넷플릭스가 회사 망을 해치며 부당하게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영국이 망중립성에 기한 소비자 보호를 약화시키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불만을 게재했다.

BT의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Marc Allera는 “25년 전 규칙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그 누구도 4~5개의 기업들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80%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그 기업들은 자신들을 지탱해주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 기여를 하는 바가 없습니다. 이는 옳지 않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이 주장은 많은 경우 산업과 결탁한 규제당국과 싱크탱크들을 통하여 재생산되며 그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 기저에 있는 핵심 메시지는 일관된 것입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들은 나쁜 무임승차꾼들이고 대형 통신사들에게 추가적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타당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ISP들은 아직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이 다툼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지 않지만 곧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Bergmayer는 “미국 ISP들도 이전에 동일한 불만을 제기해 왔기 때문에 이를 다시 하지 않을 이유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ISP들에 의한 망중립성 ‘서약’이 아닌, 망중립성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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