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조정자 인터넷 소사이어티, 발신자종량제 및 ‘망이용료’ 법안의 폐기 요구 – 3대 모순과 7대 해악 지적

by | Aug 19, 2022 | 논평/보도자료, 망중립성 | 0 comments

인터넷 소사이어티(Internet Society)는 지난 8월 9일에 인터넷영향평가보고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발신자종량제’와 ‘망이용료’ 법안의 3대 모순과 7대 해악을 지적하며 폐기를 요구하였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국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인터넷 소사이어티가 갖는 인터넷 생태계에서의 위상을 고려하여 이들의 주장을 경청하여 현재 제출된 ‘망이용료’ 법안을 폐기하고 기존의 발신자종량제 역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인터넷 소사이어티는 1992년에 창립된 비영리단체로서 인터넷의 구성원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구인 IETF의 법적, 재정적 원천이며 기반이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수십만 개의 로컬 네트워크들이 자발적으로 상호연결된 상태를 지칭한다. 인터넷의 본질인 전 세계와의 연결성을 통해 참가자들이 전 세계의 모든 다른 참가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TCP/IP와 같은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데 바로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는 이 규칙을 개정, 개선, 및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은 중앙통제가 없지만 단말기들이 모두 TCP/IP 등의 통일된 약속을 지켜야 운영이 가능하며 IETF는 바로 그 약속의 내용을 결정하는 기구이다. 약속을 강제할 권한은 없으나 약속을 이해하고 준수함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인터넷에 중심을 억지로 찾는다면 인터넷 소사이어티와 여기에 소속된 IETF라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 소사이어티는 한국의 발신자종량제가 “한국의 디지털에코시스템에 불필요한 비용과 병목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의 규정이 몇몇 대형 서비스제공업체들의 시장 집중력과 지배력을 높일 위험성도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발의된 조항들은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평가하였다. 

인터넷 소사이어티는 한국의 “SPNP 규정은 네트워크가 상호접속 비용을 공유하지만 교환되는 트래픽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기존의 피어링 방식과 다[르다]”고 지적한 후 우선 인터넷의 핵심요소들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그리고 인터넷의 잠재력을 어떻게 억제하는지 살폈다.

한국의 발신자종량제는 인터넷의 핵심요소들과는 다음과 같이 충돌한다. 

첫째, 개방성. 전에는 ISP 단 하나와도 트랜짓 계약을 맺으면 전 세계에 자신의 데이터가 전달되었는데 발신자종량제 하에서는 ISP들이 서로 다른 ISP들의 데이터를 받아서 다른 ISP들에게 전달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모두들 자신의 데이터가 전 세계적으로 전달되도록 개별 ISP들과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둘째, 분산성. 각 연결지점에 맞게 자유롭게 네트워크들 참가자들이 피어링(peering), 페이드피어링(paid peering), 트랜짓(transit) 등의 접속계약을 맺어 상호접속할 수 있었는데 발신자종량제는 특정 접속정산방식이 강제되면서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자유를 제약하여 결국 비효율 때문에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 

셋째, 기술중립성. 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 제공을 해도 전 세계에 콘텐츠가 배포되었지만 특정 지역만 발신자종량제를 시행하면 그 지역에서는 다른 인터넷 기술을 쓰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결국 데이터의 전 세계 배포가 어려워진다. 

한국의 발신자종량제는 다음과 같이 인터넷의 잠재력을 억제한다. 

첫째, 접근성. 상호접속에 대해 상호윈윈하는 물물교환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IXP(Internet Exchange Point)의 발달을 저해하며 인터넷접속료를 증가시킨다. IXP에서는 상호접속을 원하는 각종 ISP와 콘텐츠제공자들이 무료피어링을 하는데 한국의 발신자종량제는 종량제정산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IXP의 약화는 인터넷접속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은 발신자종량제를 시행한 이후 3대 망사업자가 참여하는 IXP가 존재하지 않으며 런던, 프랑크푸르트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인터넷접속료가 높아졌다. 

둘째, 기술구현 가능성. 로컬캐시, IXP 등 정보전달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넷 기술의 채택을 어렵게 만들어 저지연 대용량 콘텐츠(예: 게이밍) 및 스트리밍(예: HD/4K 주문형 비디오)의 확장성 있는 배포에 최적화되지 않은 연결 인프라 및 트래픽 교환을 고착시켜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메타버스 발전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셋째, 거버넌스. “자발적 방식의 인터넷 상호접속 모델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상호접속 계약을 중심으로 협력을 촉진…한다. [발신자종량제]는…네트워크 운영자와 콘텐츠 제공업체 간의 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의 범위를 제한..한다. 즉, ISP가 무정산 피어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는 동시에 규정 준수와 관련된 관리 비용을 부과..한다. 이러한 규정이 국제규범에서도 벗어난다는 사실은 투자 및 서비스 제공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 및 기타 비용의 형태로 규제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한국 네트워크의 경우, 이는 국내 및 국외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어렵게 만들고 모두를 위한 인터넷 개방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넷째, 무제한적 연결성. 인터넷은 한군데에서만 접속을 하면 전 세계의 모든 온라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런데 발신자종량제는 한국에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거나 일시중단할 동기를 부여한다. 또는 거꾸로 한국 망사업자가 발신자종량제를 이용해 콘텐츠제공자가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거나 트래픽을 차단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이는 2차 피해도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이기도 한 콘텐츠 제공업체의 경우 보안 업데이트가 필요할 수 있고, 다른 온라인 업체가 의존하는 네트워킹 서비스(예: 인증)를 제공하는 제공업체를 차단할 수 있다. “모든 시나리오는 국내 인터넷 사용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투자를 쏟은 한국의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다섯째, 접속용량. 현재 캐시서버 등의 인터넷 기술을 제대로 쓰면 인터넷 접속용량은 전 세계적으로 충분하다. “2016년 수정안은 시행과 함께 이러한 접근방식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특정 상호접속 계약을 강요하고 트래픽 흐름이 최적화되지 않은 비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위험에 처하게 했…다. 로컬 피어링보다 트랜짓 링크에 큰 비중을 두는 국가를 이러한 예로 들 수 있는데, 국외 콘텐츠제공업체가 국내에서 트래픽을 교환하도록 하는 대신 한국 ISP 와의 트래픽 교환이 국외에서 이루어지도록 한..다. 또한 인프라의 효율적인 구축을 저해…한다. 예를 들어 고비용의 피어링 계약을 피하기 위해 콘텐츠를 해외에서 호스팅하도록 유도하여, 한국 사용자의 대기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여섯째, 서비스접근성. “ISP는 대개 특정 소스에서 발생하는 트래픽 유형을 구분하지 못하여…ISP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콘텐츠에 대한 액세스를 제한하는 경우, 한국의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액세스가 차단될 위험도 있…다. 마찬가지로 보안 업데이트를 포함한 중요한 시스템 업데이트가 차단될 위험이 있어 한국 사용자들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온라인 보안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일곱째, 책임성. 발신자종량제는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망사업자로부터 책임을 면제한다.  

인터넷의 구성원리가 되는 인터넷 참여자들이 합의한 상호접속 합의들의 내용을 관장하는 단체인 인터넷 소사이어티의 이와 같은 보고서는 한국의 ‘발신자종량제’와 이를 확장시키려는 ‘망이용료’ 법안이 가진 이론적 실질적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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