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살해 예고 게시물에 대한 국가원수모독죄 수사를 중단하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과 대동소이

현 정권은 표현의 자유 보장 강화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잊었나?

지난 8월 1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8월 3일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문 대통령 살해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가 해외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국제공조수사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당 작성자는 8월 3일 새벽, 일베 게시판에 권총과 실탄 여러 발이 담긴 사진과 문재인 대통령 합성 사진을 연달아 게재한 뒤 “문재인 대통령을 죽이려고 총기를 불법으로 구입했다”는 문구를 올렸다고 한다. 이에 당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해당 권총 사진이 2015년 다른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그대로 가져온 것임을 확인하였음에도, 게시글에 대해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존재할 수 없는 국가원수모독죄 수사나 다름이 없으며, 사단법인 오픈넷은 해당 게시물 작성자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 사건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과 대동소이하다. 당시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박근혜 사지를 찢어 죽일 거다. 내일 파란 기왓집 살인사건 일어나면 접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연이어 총기 사진을 올리며 “오늘 거사를 치를 준비가 되었읍(습)다”라고 썼다. 이에 경찰은 법원에서 협박죄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고 페이스북은 영장에 응해 이용자의 IP주소를 제공함으로써 수사에 협조했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영장에 협조한 페이스북을 비판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같이 경찰은 협박죄의 적용도 검토하는 듯 보이나, 협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수사 착수한 당일 해당 사진이 작성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닌 퍼온 사진이라는 점을 파악했고, 게다가 작성자가 해외에 있다는 점도 신속하게 밝혀졌다. 이는 지난 4월 한 유튜버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집 앞에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 방송을 한 행위와는 구분된다. 이 경우에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를 집 앞에서 함으로써 상대방이 이를 전달받고 공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박근혜 사건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는 협박미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판결은 2012년 무죄가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 살해 협박 사건과 비교해 볼 때도 문제가 크다. 당시 김모씨는 112범죄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을 죽여버리겠다”고 했는데, 재판부는 “특정 부분의 표현만을 문제 삼아 협박죄를 적용할 경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을 봉쇄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마저 억누를 소지가 있어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하여 협박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경찰도 협박죄 적용이 어려움을 알고 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작성자의 신병 확보를 위해 외국 수사기관에 공조를 요청하는 등 명예훼손 혐의로 국제 공조 수사를 이렇게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아직 대통령의 고소도 없는 상황에서 경찰의 과잉 충성 바치기로 보일 뿐이다.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의 공적 영역에서의 언행이나 관계와 같은 공적인 관심사안은 그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인하여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검증되고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그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넓게 수인되어야 한다(대법원2019. 6. 13. 선고 2014다220798 판결 등). 그렇다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이번 문재인 대통령 살해 예고는 협박죄에 해당하지 않으며, 단지 해외 거주 국민이 대통령을 “죽여버리겠다”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명예훼손법을 적용한다면 이는 오래전 폐지되고 2015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헌재 2015. 10. 21. 2013헌가20)을 내린 국가원수모독죄(국가모독죄)의 부활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대통령에 대한 표현에 대해 수사기관이 나서는 일이 잦아진다면 결과가 어떻든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청와대는 신속하게 처벌 의사가 없음을 밝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수사기관은 즉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2019년 8월 3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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