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대통령 모욕죄” 영장 협조에 우려한다

by | Feb 19, 2016 | 논평/보도자료,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 0 comments

페이스북의 “대통령모욕죄” 영장 협조에 우려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 15일 청와대를 공격한다는 제목 하에 페이스북에 사제총기사진을 게시한 이용자에 대해 국내 법원이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에 응하여 이 이용자의 IP주소를 제공함으로써, 한 달이 지난 2월 17일 그 이용자의 체포에 이르게 하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동시에 심대한 침해를 가하는 것으로서 그렇게 결정하게 된 이유와 기준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외국의 영토에 있는 은밀한 정보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사법부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형사사법공조조약(MLAT)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 사이에 체결되어 있다. 이에 따라 FBI가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우리나라 법무부에 신청을 하여 한국 검찰이 법원영장을 득해야만 하며, 우리 검찰이 페이스북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려 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그리고 미국의 통신비밀보호법 (ECPA) 제2702조(a)에 각각 해당 법을 통하지 아니하고 통신내용의 외부제공이 금지된 것도 이 맥락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형사사법공조조약을 거치지 않고 외국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그대로 집행해준 것이다. 이는 각 나라 내에서의 수사는 그 나라 국민들에게 공적 책무를 지는 사법부에 의해 규율되도록 하여 프라이버시와 수사 목적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는 형사사법공조조약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이런 관행이 자리잡아 외국 정부의 부당한 압수수색요청에 각 기업들이 응할 경우, 세계인들은 자신의 인권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 판사들의 영장심사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내맡겨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이용자가 한국인임이 밝혀졌지만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개인정보제공과 같이 긴절한 사안에 있어서 추정국적이나 사용언어에 따라 이용자들을 차별할 수는 없다. 도리어 페이스북은, 권위주의적 정부 하의 국민들이 인터넷이 글로벌한 매체임을 이용하여 자국정부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외국 서비스들을 이용하여 표현 통신을 해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IP주소에 한해서는 외국기관에 제공하는 것이 미국 국내법 하에서 허용되기는 한다. 그러나 허용된다고 해서 모두 공개해서는 아니된다. 지난 1월 15일 해당 포스팅이 올라오자마자 경찰은 해당 사제총기사진이 진짜가 아니라 인터넷 매체에서 떠돌던 사진이었음을 알았고, 이 때문에 해당 이용자가 박근혜 대통령 욕설을 올린 것에 대해 모욕죄 수사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며칠 후 별다른 이유 없이 경찰이 갑자기 강력범죄인 대통령에 대한 협박죄로 죄목을 바꾸고 페이스북에 영장을 제시하여 어제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미 비슷한 사진 게시에 대한 대통령협박죄 기소가 있었지만 여러 차례 무죄로 끝난 점을 감안하면 IP주소 요청의 목적이 협박죄 수사인지 모욕죄 수사인지 불분명하다. 모욕죄는 애매모호함과 권력자의 남용 가능성 때문에 UN인권위원회도 폐지권고를 여러 차례 해온 인권침해적 규제인데, 바로 이 규제를 대통령 비호용으로 남용하는 길을 페이스북이 닦아준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페이스북은 최근 우리나라가 대통령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제기한 여러 명예훼손 민형사소송 때문에 프리덤하우스의 연례조사에서 OECD국가들 중에서 드물게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용자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페이스북이 역외영장에까지 협조하면서 우리나라의 인권침해적 법률의 집행을 도와줘서는 안 될 것이다.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정책에 따르면 Facebook은 미국 외 지역 관할권에서 법적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관할권 내에서 협조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고, 그 지역 내의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때 해당 관할권의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한다(“This may include responding to legal requests from jurisdictions outside of the United States where we have a good faith belief that the response is required by law in that jurisdiction, affects users in that jurisdiction, and is consistent with internationally recognized standards.”) 대통령 모욕죄에 대한 수사는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에 부합한다고 하기 어렵다.

 

2016년 2월 19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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