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생태계 위협하는 특허청 심사기준 적용의 중단을 재차 요구한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위협하는 특허청 심사기준 적용의 중단을 재차 요구한다

 

특허청은 소프트웨어 분야 특허 강화를 골자로 하는 심사기준 개정을 결국 시행하고 말았다. 그런데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심사기준은 특허청이 6월 18일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과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특허청이 애초 심사기준 개정안을 이렇게 수정한 이유는 국회(산업자원통상위원장 김동철 의원실)에서 입법권 침해라는 문제 제기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종 수정안에는 여전히 입법권 침해의 문제가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혁신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입법권 침해

 

6월 개정안

최종 수정안

컴퓨터에 단계 A, 단계 B, 단계 C …를 실행시키기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하드웨어와 결합되어 단계 A, 단계 B, 단계 C …를 실행시키기 위하여 매체에 저장된 컴퓨터 프로그램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최종 수정안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물건의 발명으로 특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일한 차이점은 “매체에 저장된”이란 한정이 추가된 것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머리 속에 있지 않은 다음에야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은 어떤 매체에 저장되어 있어야 현실로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6월 개정안에 입법권 침해 문제가 있다면 최종 수정안에도 동일한 문제가 그대로 존재한다. 국회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특허청은 일종의 편법을 동원한 셈이다. 마치 6월 개정안에서 대폭 수정한 것처럼 포장만 하였지 실질적인 내용은 동일하게 만들어, 특허청은 애초부터 하고 싶었던 소프트웨어 특허 강화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의견수렴도 특허청이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편향적인 결과

 

특허청은 이처럼 심사기준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유일한 근거로 내세운 것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찬성 의견이다. 그러나 이 의견도 소프트웨어 특허 강화의 문제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장점만 부각하여 얻은 편향적인 결과로 신뢰성이 없다. 실제로는 대다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특허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특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타인의 특허를 모방하지 않아도 특허권 침해가 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려면 수천 줄의 코드가 필요한데, 몇 줄의 코드에 누군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으면 특허권 침해로 처벌(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받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소프트웨어 보호가 기술혁신에 장애가 된다는 점은 자유소프트웨어/오픈소스 진영에서 십 년도 더 넘게 지적해왔다. 이런 목소리를 무시하고 특허청 공무원의 사적 견해를 정책에 무리하게 반영하는 태도는 잘못이다.

 

해외 사례도 사실과 달라

 

특허청은 마치 미국이나 유럽이 ‘컴퓨터 프로그램’ 청구항을 인정하는 심사기준을 운영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특허청의 심사기준 어디를 보더라도 청구항에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기재한 것을 물건의 발명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자국 특허법상 허용 가능한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본 특허청의 사례는 우리와 견줄 수 없다. 왜냐하면 일본은 특허법을 개정하여 컴퓨터 프로그램도 물건의 발명에 포함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특허청에서 소프트웨어 특허 강화를 추진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일본의 특허법 개정을 따라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일본과 달리 특허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청의 내규에 불과한 심사기준을 개정하여 법 개정 효과를 낸다면 이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월권 행위이다.

 

2014년 7월 3일

 

사단법인 오픈넷

 

참고 자료 :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