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행 법제와 판례상 커뮤니티, 게시판, 동영상 플랫폼 등 이용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을 운용하는 웹사이트 운영자(정보매개자)들은 해당 웹사이트 내에 유통되고 있는 정보에 대해 일정한 관리책임을 부담하며, 불법정보 유통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담할 위험도 존재합니다. 한편, 정보매개자가 법적 책임으로부터의 안전만을 중시하여 문제의 소지가 있는 모든 정보들을 조치한다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함부로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러한 딜레마 상황을 가진 정보매개자들에게 정보 유통·관리 책임에 대한 법적 지식을 제공하고 합리적인 운용을 돕기 위해 간략한 ‘정보매개자 게시물 관리 가이드라인(opennet.or.kr/intermediary-guideline)‘을 마련하였습니다. 불법정보 유통으로 인한 개인,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이용자들에게 상시적인 감시와 개입, 자의적인 검열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자 하는 정보매개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정보매개자 게시물 관리 가이드라인
1. 정보매개자의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법적 책임
가.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인터넷 커뮤니티나 플랫폼 운영자, 즉, ‘정보매개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비스 내에 불법정보가 유통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특정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해당 게시물이 본인이 운영하는 서비스 내에 유통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정한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부담합니다.
판례는 정보매개자의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민사상 책임에 대하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을 적절히 관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사업자가 위 게시공간의 위험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명예훼손 등 법익 침해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우려한 나머지 그 곳에 게재되는 표현물들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 나서게 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 사업자의 관리책임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로 인한 타인의 법익 침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그의 관리가 미칠 수 있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9.4.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형사책임의 요건도 이와 유사합니다. 판례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 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 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고, 여기서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기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하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 내 오락채널 운영 직원들은, 콘텐츠제공업체들이 게재하는 만화 콘텐츠를 관리, 감독할 권한과 능력이 있었고, 음란만화들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이를 게재한 콘텐츠제공업체들에게 음란만화의 삭제를 요구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다면, 구 전기통신기본법상 음란물 유포죄의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3도4128 판결)
나. 개별법상의 삭제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
위와 같이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이외에,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정보 처리 거부·정지·제한명령’이 있었을 경우에는 이에 따라야 하고, 이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3조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정보 처리 거부·정지·제한명령’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다른 제도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불법정보에 대해서만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필요한 경우’, ‘유해정보’라는 이유로도 내려질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이 시정요구를 그대로 따를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정요구가 심의규정 위반의 유해정보가 아닌 법률 위반의 ‘불법정보’라는 이유로 내려졌고, 정보매개자가 이를 인지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면, 추후 불법정보 유통으로 인한 민‧형사절차가 개시될 경우 정보매개자가 불법정보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유력한 증거는 될 수 있고, 이로 인한 일정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위험은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임시조치’ 제도는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신고된 정보에 대해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들이 삭제나 임시조치(게시중단)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명예훼손성 정보는 아래에서 논할 바와 같이 불법성 판단이 명백하지 않은 정보이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도 바로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추후 법원 등에서 해당 게시물이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라고 판단된 경우, 이 역시 해당 정보의 존재를 ‘인식’하였다는 유력한 증거가 되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반면 이 신고에 따라 삭제나 임시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추후 이 정보가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로 판단이 된 경우에도 민‧형사상의 책임이 경감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보매개자가 불법정보 유통으로 인한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유관기관으로부터 불법정보로 특정, 신고된 정보에 대하여는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단, 불법정보가 아니고 ‘유해정보’라는 이유로 시정요구된 경우에는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불이익은 없으므로, 정보매개자가 이용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을 비교하여 자율적으로 삭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아래 ‘5. 유해정보의 관리’에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단,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보매개자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불법성 판단이 곤란한 정보에 대해 삭제,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부담할 위험이 있는 이러한 현행법 체계에 대해 비판적인 견지를 취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체계는 정보매개자가 합법적인 정보마저 삭제, 차단할 동기를 부여하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론의 장이 위축되도록 하여 국제인권기준의 하나인 정보매개자책임제한원리(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보매개자책임제한원리는 정보매개자가 알지 못하는 불법정보에 대한 책임을 정보매개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 정보매개자가 온라인 공론의 장을 차단하거나, 업로드되는 모든 정보를 사전검열하거나 일반적 감시(general monitoring)를 하게 되어 인터넷이 가진 문명사적 의의가 파괴되므로 그러한 책임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원리이며, 유럽 e-Commerce Directive 및 UN 표현의 자유 특보 보고서 등을 통해 이제 국제인권기준이 되었습니다. 특히 단순히 문제정보의 존재를 안다고 해서 그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되고 그 정보의 불법성까지 아는 경우에만 정보매개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 주류적 해석입니다.
이에 따라 사단법인 오픈넷은 국제인권기준에 입각하여 정보매개자들을 민형사적으로 보호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좋은 결과도 얻은 바 있습니다. 아래 내용을 읽어보시고 구체적인 법률상담이 필요하시면 오픈넷에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2. 불법정보의 종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5.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6.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6의2. 이 법 또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내용의 정보
6의3. 총포ㆍ화약류(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물건을 포함한다)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설계도 등의 정보
7.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9.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위 9호에 따라 다른 법률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정보라면 불법정보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3. 불법정보임이 명백한 게시물의 관리 – 불법촬영물 등
게시물의 내용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불법성 판단이 용이한 정보들을 이용자들의 신고나 경찰 측의 통보 등으로 인지한 경우에는 삭제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 불법촬영물 등으로 신고된 정보는 즉시 삭제하여야 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 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④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⑤ 상습으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① 반포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ㆍ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ㆍ영상물 또는 음성물(이하 이 조에서 “영상물등”이라 한다)을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ㆍ합성 또는 가공(이하 이 조에서 “편집등”이라 한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편집물ㆍ합성물ㆍ가공물(이하 이 항에서 “편집물등”이라 한다)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등을 한 자 또는 제1항의 편집등을 할 당시에는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편집물등 또는 복제물을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영리를 목적으로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상습으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한편,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성교 행위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정보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불법촬영물 등이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이를 조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형사처벌, 과징금, 과태료, 폐업명령 등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① 제22조제1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제22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 및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중 제2조제14호가목에 해당하는 자(이하 “조치의무사업자”라 한다)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다음 각 호의 정보(이하 “불법촬영물등”이라 한다)가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 삭제요청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ㆍ단체의 요청 등을 통하여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ㆍ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에 따른 편집물ㆍ합성물ㆍ가공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3.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
불법촬영물 등과는 별개로, 연출된 성적 이미지나 동영상은 ‘음란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음란물의 정의에 대하여, 판례는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사상적, 과학적, 의학적, 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한 것으로서, 과도하고도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함으로써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한다고 볼 정도로 평가되는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도3815 판결). 사실 이는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써, 불법성이 명백히 판단될 수 있는 개념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판례나 유관기관은 보통 보수적인 기준으로 성기를 적나라하게 노출하며 성행위를 묘사하는 표현물을 음란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법적 책임에서 안전한 방향을 지향한다면 이러한 내용의 정보 역시 인식하는 경우에는 조치하여야 할 것입니다.
4. 불법정보 여부 판단이 어려운 게시물의 관리 – 명예훼손, 모욕
위와 같이 비교적 명백하게 불법임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그 외의 정보들에 대하여 법률 전문가가 아닌 정보매개자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의 경우가 가장 문제가 됩니다.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게시물이라면 ‘명예훼손죄’, 객관적 사실이 아닌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게시물이라면 ‘모욕죄’ 위반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죄’는 해당 표현 행위에 ‘공익적 목적’이 있었는지에 따라, ‘모욕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정도’였는지에 따라 최종적인 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률 요건들은 추상적이고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으로써, 정보매개자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매우 곤란한 영역이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공익적 목적 없이 공인이 아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이거나, 신고자가 판결문 등을 통해 허위사실임을 소명하면서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아무런 비판적 맥락 없이 특정 개인을 심하게 모욕하는 게시물 등 불법성이 비교적 명백한 게시물을 인지한 경우에는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겠지만, 불법성을 명백하게 판단할 수 없는 정보라면 원칙적으로 정보매개자의 판단에 따라 유통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추후 정보 유통에 따른 법적 책임의 위험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정 정보가 명예훼손, 모욕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돕기 위해 참조할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피해자 특정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해당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특정이 되어야 합니다.
피해자 특정이란 다른 사람들이 해당 표현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당사자의 실명을 명시한 경우 뿐 아니라, 이니셜이나 가명을 사용했더라도 표현 내용을 당시의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주변 사람이나 관련자들이 피해자를 알아볼 수 있다면 피해자가 특정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사망한 사람에 대한 표현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집단’을 지칭한 경우 해당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많이 문제가 됩니다. ‘집단표시’에 의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서울시민’, ‘여성 아나운서’ 등 집단의 규모가 매우 큰 경우에는 각 개인에 대한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므로 구성원 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단을 지칭한 경우에도 구성원의 수가 적거나, 주변 정황으로 보아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표현으로 볼 수 있을 때는 해당 집단의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 특정된다고 보기도 합니다. (명확하고 일률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판례는 보통 50명 내의 집단을 지칭한 경우에는 집단표시에 의한 피해자 특정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명예훼손의 경우 : 공익성이 있는 경우 불성립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표현물의 경우에도, ① 그 사실이 진실이거나, ② 진실이 아니더라도 화자가 진실이라고 믿었고,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로써 ③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시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공익 목적’의 의의에 대하여, 판례는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①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과 같은 공인(公人)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지, ②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ㆍ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③ 피해자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리고 ④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⑤ 그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5068 판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하는 한편,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됨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8812 판결,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6036 판결)
(3) 모욕의 경우 : 사회상규 위배되지 않은 정도인 경우 불성립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비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다소 비난성의 표현을 가미하거나 풍자의 목적으로 단순하고 극적인 비유법을 활용하는 정도만으로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비판과 모욕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 구체적으로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표현행위 자체와 그 표현이 사용된 전후 문맥상의 의미뿐만 아니라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와 경위, 장소와 상대방, 표현의 전달방법 및 파급효과,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모욕적인 측면이 비판적인 측면보다 우세한지, 주관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모욕하고자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00. 9. 26 선고 2000노770 판결 등 참조)
또한 어떤 글이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모욕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433 판결 등). 판례는 ① 그 글을 게시하게 된 동기나 그 경위 및 배경, ② 글의 전체적인 취지, ③ 구체적인 표현방법, ④ 전제된 사실의 논리적·객관적 타당성, ⑤ 그 모욕적 표현이 그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가 취한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4408 판결,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등 참조)
5. 불법성이 없는 ‘유해정보’의 관리 – 혐오표현 및 단순 허위정보
법률상 금지되지 않은 내용의 정보의 경우에는 이를 유통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불법정보가 아닌 정보는 커뮤니티, 플랫폼 내의 자체적인 기준에 의해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정보뿐만 아니라 기관에서 제정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른 ‘유해정보’에 대해서도 심의 및 시정요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불법정보 조항이나 다른 위반 법률 규정의 적시 없이, ‘심의규정’상의 심의기준(차별·비하, 과도한 욕설, 사회질서 위반 등)만을 근거로 삭제 요청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유해정보’에 대한 삭제 등의 시정요구는 그대로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없으며, 정보매개자가 이에 응하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은 부담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혐오표현’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에서는 ‘합리적 이유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인종, 지역,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에 해당하는 경우 유해정보로써 시정요구를 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현재 법으로 금지되고 있는 내용의 불법정보는 아니기 때문에 위 심의규정 위반을 이유로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한편, 세계적으로 ‘혐오표현’은 보통 인종, 성, 장애,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해당 ‘집단’에 대한 차별,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사회 내에서의 실제적 차별이나 폭력을 구체적으로 선동하는 내용의 혐오표현은 그 사회적 해악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혐오표현 내에 소수의 개인들로 특정될 수 있는 집단을 모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초상이 사용된 경우 등에는 모욕죄나 초상권 침해 등의 다른 불법정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개인이나 소수 구성원 집단을 향한 표현이 아닌, 일반적 사안에 대한 내용의 정보가 ‘허위정보’(속칭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경우, ‘사회적 혼란 야기’, ‘사회질서 위반’ 등을 이유로 시정요구가 내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인의 인격권 침해로 연결되거나,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의 허위정보(예 : 사기, 피싱 정보 등)가 아니라면, 현행법상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물이 불법으로 규율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들 역시 원칙적으로 정보매개자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관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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