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여러번 들여다본다고 거울이 깨지나? – 오징어게임과 넷플릭스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년 10월 6일 파이낸셜뉴스 기사 “‘오징어 게임’ 흥행할수록.. 통신사들은 “울고싶어라”에 “넷플릭스의 콘텐츠 장사가 잘 될수록 국내 ISP는 지속적인 손실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 기사 제목과 함께 위 문장은 명백한 허위이다.

넷플릭스 신규가입자가 늘어나든 기가입자들의 이용시간이 늘어나든 국민들의 총 넷플릭스 이용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국내 ISP가 손실을 보는 일은 없다. 넷플릭스를 HD 퀄리티로 보기에 필요한 대역폭(속도)은 5Mbps 즉 초당 5Mb정도이다. 4K는 25Mbps. 지금 통신 3사가 팔고 있는 가정용 초고속인터넷 대역폭이 100~500Mbps이다. 대부분 HD로 본다고 가정할 때 가정마다 20대나 50대의 디바이스를 한꺼번에 돌리지 않는 한 오징어게임이든 뭐든 넷플릭스를 더 많이 본다고 해서 국내 ISP가 더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도, 통신 3사가 각 가정에 판매한 속도를 실제로 보장만 한다면 인터넷을 아무리 많이 쓴다고 해서 속도가 느려질 이유는 없다. 각 가정의 인터넷속도는 가정에 연결된 전선의 용량에 의해 정해진다(계약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이미 100Mbps선이 깔려있으면 아무리 많이 쓰려고 해도 초당 100Mb 이상 쓸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국민 1천만명에게 100Mbps를 팔았다면 1천만명 개인개인의 집에 100Mbps선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고, 1천만명이 동시에 오징어게임을 보고 있다고 해도 속도가 느려질 수가 없다.

예를 들어, KT가 토렌트같은 P2P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토렌트 이용자들이 네트워크에 부하를 많이 줘서 그런 것이 아니다 – 도리어 이들은 콘텐츠의 원서버에서 다운로드를 하는게 아니라 서로 로컬서버가 되어주면서 데이터이동거리를 줄여주기 때문에 도리어 네트워크 부하를 줄여준다. KT가 그렇게 하는 것은 주로 토렌트로 공유되는 파일들이 자신들의 IPTV 사업에서 고매출을 올려주고 있는 영화파일들이라서 자신들의 매출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카카오톡 보이스를 KT, SKT가 막았던 것도 네트워크 부하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음성전화 매출에 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미 깔린 선의 용량은 정해져 있으니 그 선을 얼마나 많이 쓰든 망사업자들에게 드는 비용은 마찬가지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인터넷을 이용하지는 않으니 네트워크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지역별로 약간의 오버부킹은 허용될 수 있지만 겨우 5Mbps 차이 때문에 혼잡이 발생하고 망유지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넷플릭스가 인기를 끌어 초고속인터넷을 새롭게 구매하는 가정이 늘어난다면 새롭게 선을 깔아야 하니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겠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을 새롭게 구매하면 ISP가 올리는 이익이 넷플릭스가 올리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크다. 뿐만 아니라 도리어 통신 3사가 넷플릭스에 고마워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인터넷은 전선을 통과하는 전자파로 이루어진 신호인데 빛이 매체를 지나갈 때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듯이 전기신호가 전선을 지나갈 때 드는 비용은 거의 제로이다. 물론 저항이 높고 전류가 세면 열이 발생하겠지만 통신용 신호 및 전선과는 무관한 이야기이다. 냉각수가 필요한 정도로 열이 발생하는 건 컴퓨터나 서버가 계산할 때이지 망의 유지보수 비용과는 관계가 없다.

넷플릭스 본사에 있는 모니터에서 한국까지 수많은 거울들을 나란히 세워서 거울에 비친 상이 계속 옆거울로 전달되도록 했다고 생각해보자. 중간에 거울을 여러 개의 거울이 비추도록 해서 거울에 맺힌 상을 분산도 시켜서 각 가정마다 거울이 하나씩 달려있고 각자 거울을 볼 때마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거울을 더 오래 본다고 거울 유지비용이 더 들지 않는 것처럼 넷플릭스 더 많이 본다고 망유지 비용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

초기구축비용은 물론 많이 든다. 전봇대든 도관이든 지자체 허가도 받아야 하고 전선을 처음 깔 때 드는 비용은 상당하다. 지금 통신사들의 주장은 ‘그 전선들을 이용해 돈 많이 버는 이용자인 넷플릭스로부터 회수를 못하니 부당하다’는 말일까? 우선 그런 주장이라면 도로공사, 항공사, 철도회사 등은 고객들에게 운임 외에 고객들이 출장을 통해 올린 사업실적만큼 돈을 받자는 얘기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초기구축비용”도 국내 통신사들만 들이는 것이 아니다. 지금 넷플릭스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일본의 모처에서 상호 무상으로 접속하고 있다(settlement free peering). 그런데 넷플릭스 데이터를 미국 본사에서 일본까지 가져오는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있을까? 바로 넷플릭스다. 한국 통신사들은 일본 접속지점에서 한국의 고객까지의 구간만 담당하면 된다. 넷플릭스를 더 많이 보게 되면 한국 통신사 담당 구간의 트래픽도 늘어나지만 넷플릭스가 담당하는 구간의 트래픽도 늘어나게 된다.

위에 인터넷을 수많은 거울들의 행렬에 비교했는데 미국에서 일본까지의 거울과 일본에서 한국까지의 거울 숫자 중 어느 쪽이 많을까? 이렇게 인터넷은 상호접속의 욕망을 상부상조로 풀어내는 제도이다. SK브로드밴드도 자신의 초고속인터넷이용자들에게 넷플릭스를 제공해야 하고 넷플릭스는 말할 것도 없으니 서로 윈-윈하기 위해 각자 자신의 전선을 상호접속지점인 일본까지 끌어온다. 사실 똑같은 이유로 KT와 LGU+도 넷플릭스의 캐시서버와 서울에서 무상으로 접속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작년 국내매출이 3천억이었다고 한다. 통신 3사는 올해 2분기만의 이익이 합산 1조원을 넘는다. (한 쪽은 1년의 매출이고 한 쪽은 3개월의 이익이다.)

우리나라처럼 통신사들이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나라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형 통신사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는 것은 세계적인 상식이다. 왜냐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려고 하고, 그 소통을 더욱 효율적으로 매개해주는 킬러콘텐츠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 소통욕구는 더욱 커지는 선순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터넷의 선순환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망중립성 규범이 지켜져야 한다.

돈을 더 낸다고 해서 전달을 더 빨리 해주거나 돈을 내야만 데이터전달을 해주는 식의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망중립성이 “인터넷접속료 외의 ‘망이용대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그래서 기사에 나온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게 망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필자가 아는 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현재 콘텐츠제공자가 인터넷접속료가 아닌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곳은 없다.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 2013년와 직접 접속하기 위해 돈을 냈던 것도 당시 2010년 망중립성 명령이 법정다툼에 휘말려있는 동안 컴캐스트가 일부러 넷플릭스 트래픽을 지연시켰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랬던 것이고 2015년 FCC망중립성 명령에는 바로 이런 상황을 막는 ‘망이용대가’ 금지 조항이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망이용대가를 허용한다는 것은 전화나 우편의 시대처럼 데이터전달에 대한 과금을 하겠다는 것이 되고 결국 소비자들의 인터넷접속료 그리고 플랫폼이용료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