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동성범죄 처벌에 기소유예, 벌금형이 많은 이유: 만화/애니

by | Oct 22, 2019 |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다크웹 아동포르노에 대한 미국 수사에서 한국 이용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기사의 후속으로 한겨레에서 ‘한국은 아동음란물 처벌에 관대하다’면서 ‘70%가 기소유예이고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난다’는 취지의 기사가 떴는데, 맥락을 알고 읽어야 할 기사이다.

다크웹 아동포르노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기소는 실존 아동의 성행위 장면을 촬영한 것들 즉, 아동 성학대 촬영물이니 강력처벌하는 것이다. (실존 아동과 무관한 만화 애니메이션은 수천권을 가지고 있어도 실형 6개월 정도로 끝난 Handley사건.)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4057.html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성행위 묘사도 실제 아동의 성행위를 촬영한 것과 똑같이 아동성범죄로 처벌하는 식으로 법이 바뀌었다(법률에 이렇게 명시한 것은 한국 ‘아청법’이 세계 유일하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 입건되는 많은 ‘아동음란물’ 사건들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다. 소위 ‘성인교복물’도 많을텐데 2014년 대법 무죄판결 이후 성인교복물은 많이 기소가 안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튼 중요한 것은 실제 아동이 등장하지 않는 표현물도 모두 ‘아동음란물’사건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아동포르노죄는 실제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에 형량도 높고(제작 최저 5년, 배포 최고 7년까지) 아동성범죄자에게는 최대 10년 관련 기관 채용 제한, 10년 ~ 30년의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등 엄벌에 처한다. 그러나 아청법 개정 후 엄밀히 말해 피해자가 없는 만화/애니메이션 같은 가상의 표현물까지 아청법 적용 대상에 집어넣으니 검경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2012년 아청법 개정 후 아동성범죄사범 입건 수는 2011년 100건에서 2012년 2,224건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아동성범죄가 승진점수를 딸 수 있는 5대 범죄에 들어가니 만화/애니메이션/성인교복물 파일 다운로더들을 마구 잡아들였다. 이 중에는 여성도 많았고, 아청법이 보호하는 대상인 아동·청소년들도 많았다. 오죽하면 당시 토론회에서 ‘경찰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진짜 아동성범죄자들을 잡으라. 아청법 때문에 아동들이 망가진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결국 만화/애니메이션 파일 다운로더들을 검찰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기소유예로 처리하거나 법원은 벌금형을 내렸다. 적용법조문만 같을 뿐 실제 아동을 세워놓고 촬영을 해서 그 아동을 실제로 학대하는 것과 만화 애니메이션 또는 성인배우를 통해 아동을 상상하는 것의 가벌성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해서 “아동음란물 70% 기소유예, 대부분 벌금형”이 나오는 이유는 반드시 ‘관대’해서라기보다는 만화, 애니메이션, 성인교복물처럼 원래의 ‘아동음란물’로 볼 수 없는 조금은 ‘관대해야 할’ 표현물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사의 주장대로 실존 아동촬영물에 대한 처벌을 더 강하게 할 필요는 있다. (오픈넷, “관대한 양형 개선과 아청법 개정을 통한 아동음란물 관련 범죄자 엄벌을 촉구한다,  2019년 10월28일) 수많은 영상을 만들어 웹사이트를 통해 돈을 받고 배포한 운영자에게 1년6개월 징역을 살게 한 것도 문제이다. 위키트리도 “영국 이용자는 단 1회 다운로드와 1회 시청만으로도 70개월과 보호관찰 10년형이 선고됐다. . .우리나라에서 적발된 이용자들 대부분이 벌금형이나 기소유예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처벌들이 모두 실존하는 아동의 성행위를 찍은 영상물에 대한 것인데 심각한 문제이다. (위키트리가 “기소유예”라고 쓴건 오타가 아닐까 싶다. 최소한 집행유예는 받았을 듯)

그런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사법시스템을 혼돈시키는 법조문에 있다. “일단 검찰이 아동청소년성착취 영상 관련 범죄에 대하여 기소유예+구약식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판사도 약식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벌금형이 난무하게 되고 벌금형이 난무하는 가운데 갑자기 중형을 선고하기도 어렵다는 상황분석이 많다. (물론 그래도. . . 법원이 구약식을 정식재판으로 모두 돌리고 재판에서 중형선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실무해보면 판결 형평상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함)” 물론 이중의 “벌금형”은 실존아동학대영상이 관대하게 처벌된 경우도 포함되겠지만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실존아동영상은 모두 구공판을 한다고 하니 판사들이 말하는 “너무 많은 기소유예+구약식”건은 모두 만화나 애니메이션(또는 성인교복물)으로 추측된다. 즉 판사들이 아동음란물 처벌에 타성을 갖도록 함에 있어서 똑같은 조문 하에 현격히 달리 처벌해야 할 만화 애니메이션 사건이 많아서 그런 것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영국처럼 실존 아동과 무관한 만화 애니메이션은 별도의 조항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2013년부터 오픈넷이 가상 표현물에 대한 아청법 적용 반대 운동을 하고, 판사들이 위헌제청을 해서 만화/애니를 아동성범죄로 잡는 건수는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관대하다”, “70% 기소유예, 대부분 벌금형”이라는 비판적인 기사제목이 두려워서 경찰이 만화/애니메니션을 다시 마구 잡아들이기 시작하거나 검찰이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기소하지 않고 더 엄벌하기 시작할까봐 겁난다. 틀림없이 실제 아동성학대물에는 너무 관대하고 더 엄하게 벌해야 한다. 하지만 만화 애니메이션은 다르다. 혹시나 더 엄하게 벌하고자 하더라도 실제 아동성학대물과는 다른 차원에서 해야 한다.

  • 추가설명: 다크웹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실존 아동촬영물인지 어떻게 아냐고? 미국도 우리나라 아청법처럼 법을 바꾼 적이 있었는데 시행되자마자 위헌판정이 났다(Ashcroft 판결). 그래서 오픈넷이 주장했던 것처럼 미국 의회는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표현물은 별도 처벌을 하려고 조항을 따로 만들었다(18 USC §§ 1466A). 아래 기소장을 보면 조항들이 모두 2천번대(18 USC §§2251 등)인데 이것은 전부 다 실존 아동촬영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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