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정치인의 모욕죄 고소를 우려한다

얼마 전 경찰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나베’, ‘매국노’, ‘국X’ 등의 악성 댓글을 게시한 170개의 아이디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으며, 이 중 100여 명의 인적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처럼 유력 정치인, 공적 인물이 ‘모욕죄’를 이용하여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의견 표명을 위축시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나 원내대표 측은 ‘나베’ 등 친일과 관련한 표현들뿐만 아니라, 성적인 모욕 또는 가족을 언급하며 비하하는 내용 등도 포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 대상인 모든 표현의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모욕죄’의 ‘모욕’이란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경우를 말한다. 최근 공적 인물들이 ‘명예훼손’을 문제 삼았다가 ‘구체적인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이 나오니, 단순히 부정적인 의견, 감정 표현, 비하적 단어 사용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모욕죄’를 이용하여 본인에 대한 여러 부정적 댓글들을 포괄적으로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현행 모욕죄 자체의 위헌성에 있다. 구체적인 사실의 왜곡이 아닌 개인의 감정 표현만으로는 타인의 사회적, 외부적 평가에 위해를 끼치기 어렵다. 이러한 일상적이고 경미한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모욕죄는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법제이며 현재 헌법소원이 진행중이다. UN 인권위원회는 사실적 주장이 아닌 단순한 견해나 감정 표현에 대하여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서는 안 됨을 선언하였고,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한국 정부에 이를 지적한 바 있는데 모욕죄는 이러한 국제기준과 권고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안들 중 대부분은 나 원내대표의 공적 지위와 맥락에 비추어 그의 행태나 의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모욕적 표현이 일부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불기소나 무죄 결론이 나올 확률도 크다. 판례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 자신의 판단과 의견의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또 이와 같은 취지에서 전직 국회의원이 다시 특정 정당에 입당해 선거에 재출마한다는 제목의 기사에 “참 국민을 열받게 만드는 ㄱ같은 녀석…”이라는 댓글을 단 사례도 모욕죄가 부정된 바 있다(춘천지법 2017. 6. 14. 선고, 2016노792).

그러나 최종적으로 불기소나 무죄의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공인들의 모욕죄 고소와 수사 개시 그 자체만으로 그들에 대한 비판적 표현 행위는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판자들 100여 명의 통신자료(가입자 인적 사항)가 경찰에 제공되어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여 수사 대상이 되었고, 이러한 사실은 다른 이들에게도 비판적 표현을 하지 말라는 위협적인 메시지가 된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보복 갈등 정국에서 한국당 지도부가 친일 논란을 빚고 있는 시점에, 한국당 당무감사실이 이번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점, 작년 12월 나경원의 원내대표 선출을 알리는 한 개 기사의 댓글만을 표적으로 한 점 등에 비추어, 처음부터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모욕죄 고소를 진행한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에게 막중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적 인물을 향한 표현은 단순한 욕설일지라도 이들의 행적, 행태에 대한 반대의 의사표시를 함축하고 있기에 표현의 자유가 보다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대중 앞에 스스로 나서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유력 정치인, 특히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되는 국회의원이라면 본인에 대한 비판적, 부정적 표현을 널리 감수하여야 한다. 이런 자들이 자신들을 욕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다수의 국민을 형사처벌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은 민주주의 공론장을 위협하는 심히 부적절한 행태다. 

우리 판례 역시 표현행위로 인한 인격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 민사 손해배상 사건에서 “표현행위자가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때에 그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 발언자의 지위나 평소 태도도 그 발언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 “더욱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그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만큼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넓게 수인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4다220798 판결, 손해배상)”고 하여 이와 같은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이번 모욕죄 고소를 취하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최근 기조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국회가 모욕죄 폐지 법안(형법 일부개정 법률안, 금태섭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2002343 등)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를 촉구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번 나경원 원내대표 모욕 혐의로 수사 중인 피의자가 요청시 선별을 통해 상담 및 법률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2019년 8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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