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9. 4. 12.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철희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018768)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오픈넷은 지난 4월 1일, ‘5·18 왜곡 처벌법’의 신중한 입법을 요청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법안 요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철희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2018768, 이하 ‘본 법안’)은, 5·18 민주화 운동을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와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으로 정의하고(안 제1조의2 신설),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의 이용 등의 방법으로 이를 부인, 비방, 왜곡, 날조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는 내용임(안 제8조 신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박광온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2014983),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이석현 의원 대표발의,의안번호 : 2018609),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장병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2019317) 역시 본 법안과 유사한 내용인바, 이하의 내용과 동일한 검토 의견임.

2.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여부

본 법안은 제안이유에서 ‘국론 분열의 방지’를 주요한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음.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적 이유는 민주주의의 전제인 사상의 다원성,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며, 국론 통일 혹은 국론 분열의 방지 등은 전체주의적 사상에 기반한 개념으로서 그 자체로 정당한 입법목적으로 보기 어려움.

국론 분열의 방지를 이유로 국가가 ‘국론’이나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행위나 사상을 표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방식의 규제는 국가와 정치권력이 반대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높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금기시되는 규제 방식임.

또한 어느 한 쪽의 사상 표출을 억제하는 강압적 조치는 해당 사상이 실제로 억제되는 효과보다 해당 사상을 믿는 사람들의 반발심이나 불만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높아 오히려 분열과 반목을 조장할 수 있는바, ‘국론 분열의 방지’를 달성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음.

3.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을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대상자에게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집행자에게는 객관적인 판단지침을 제공하여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집행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임. 헌법재판소는 “법률은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은 민주주의ㆍ법치주의 원리의 표현으로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요구되는 것이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케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참조),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헌재 2002.06.27 결정, 99헌마480)고 판시하여 표현의 자유 제한입법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음.

또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판례집8-2, 785, 792-793)라고 하여, 형벌조항에 대해서 더욱 강화된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음.

본 법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임. 그런데 본 법안이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각 행위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부인’은 ‘어떤 내용이나 사실을 옳거나 그러하다고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을, ‘비방’은 ‘비웃고 헐뜯음’을, ‘왜곡’은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하는 것’을, ‘날조’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모두 추상적,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임.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 부분과 ‘거짓’ 부분을 명확히 판별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우며, 따라서 어디까지가 이를 부인, 왜곡, 날조하는 행위인지 명확히 확정할 수 없음. 즉, ‘부인’, ‘비방’, ‘왜곡’, ‘날조’와 같은 개념은 표현의 허용 여부 및 형사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부적절하며,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음.

4.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위반 여부

표현행위로 인하여 초래되는 해악은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해악 발생의 가능성만으로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됨. 즉, 표현이 어떤 내용에 해당한다거나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애당초 배제된다고 할 수 없음(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 참조). 특히,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써 형벌과 책임간의 비례원칙도 고려되어야 하며, 표현행위로 인한 해악이 일단 표출되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거나 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됨.

그러나 본 법안은 표현행위로 발생하는 결과나 해악을 규정하지도 않고, 표현행위 자체가 ‘부인’, ‘비방’, ‘왜곡’, ‘날조’ 등에 해당하기만 하면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음. 일정한 표현 방식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이 있다고 해도, ‘정보통신망’은 오늘날 국민 개개인의 대부분의 표현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 수단임에 비추어 ‘정보통신망의 이용’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과도함. (참고로 현재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5·18 왜곡 동영상 콘텐츠 및 게시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제도를 통해 ‘명예훼손성 정보’, 혹은 ‘차별‧비하’, ‘역사 왜곡’ 등의 심의규정 위반 정보로써 삭제, 차단되고 있음)

국론 분열이나 역사 인식 왜곡은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할 정도로 심대하고 명백한 해악으로 볼 수 없음. 5·18 관련자 및 유족에 대한 인격권 침해나 유사 사건의 재발가능성을 5·18 왜곡 표현이 가진 해악으로 고려할 수 있겠으나, 이 역시 해당 표현 행위를 형사처벌할 만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은 아님. 현재 사회통념상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의 국민들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식하고 있고, 각종 법률로도 공언되어5·18 유공자와 유족은 배상 및 예우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 비방, 왜곡하는 소수의 표현행위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이 5·18 유공자와 유족을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차별, 배제한다거나 5·18과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확신이 크게 흔들려 유사한 사건이 재발될 위험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임. 또한 일정한 해악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과중한 형사처벌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될 수 있음.

5. 결론

위와 같이 본 법안은 헌법상 여러 원칙들에 위배될 소지가 높으므로, 구성요건을 더욱 명확히 하거나 표현의 해악‧위험에 대한 사회적 연구와 논의가 더 이루어질 때까지 재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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