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의 레진코믹스 내 성인 만화 콘텐츠 심의,
판례상 ‘음란’ 기준에 따라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2015. 4. 9. 열린 통신소위(2015년 제27차)에서 레진코믹스 내 개별 만화 콘텐츠를 심의했다. 일단 레진코믹스 측의 의견진술을 들은 뒤 최종 의결하기로 하였으나, 위 회의에서는 위원들 대부분이 이미 삭제 의견을 밝힌 상황이다. 해당 만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방통심의위가 단순히 성기의 노출이나 성행위 묘사만 있으면 모두 ‘불법 음란물’로 처리하여 온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건 역시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음란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우리 판례상 ‘음란물’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성행위 자체는 합법적인 것임에도 이를 ‘보여주는 것’을 불법화하는 음란물 규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 중 매우 예외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단순히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을 넘어, 성인들이 보아서는 안 되고, 보여주는 것이 범죄시될 정도로 해악이 명백한 것만이 불법 음란물로서 규제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음란물 규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금지되어야 할 ‘음란’의 개념을 한정적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음란이라 함은 ①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②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 표현을 담고 있고, ③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사상적, 과학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서(대법원 2008.3.13, 선고, 2006도3558 판결 등 참조),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불법음란물로 금지될 수 있다.
심의 대상 콘텐츠는 일본의 유명 성인 만화작가 하즈키 카오루의 출판만화 ‘H 체험담’ 시리즈이다. 만화는 그 특성상 전후 서사가 있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미학적 창작성과 노동력이 가미될 수밖에 없는 콘텐츠로서 일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만화가 그 내용이 주로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등’의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해당 만화 내에 일부 시리즈가 계모와의 정사나, 부인과 다른 남자와의 정사를 관음하는 내용 등 반사회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것도 지적되었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유명 영화들의 모티브로 자주 쓰이는 소재이기도 하다. 일정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한, 범죄로 규율되지도 않는 그러한 행위에 대한 묘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의적으로 불법 음란물로 정의될 수는 없다.
또한 위원회 측은 ‘해당 콘텐츠가 성기를 모자이크 처리하였으나 윤곽 등에 비추어 성기임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도 지적하였는데, 이는 그간 ‘성기노출’ 여부를 기준으로 음란물을 결정했던 방통심의위의 기준에도 미치지 않는 것임에도 무리하게 심의 근거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방통심의위가 통신심의에서 정보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 위 판례와 같은 엄격한 법적 요건들을 숙고함이 없이 안일한 기준들로 자의적 판단을 행하고 있는 것은, 방통심의위가 지금까지 ‘불법정보’만을 심의한 것이 아니라,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라는 추상적인 기준으로 심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에 의해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정보 내지 이와 유사한 정보”, 즉 불법정보만이 삭제, 차단의 대상이라고 판시한 헌법재판소의 결정(헌재 2012.2.23. 2011헌가13)에도 어긋나는 것이고, 명백한 ‘불법’ 콘텐츠에 대하여만 중개자에게 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선언한 정보유통자책임에 관한 국제원칙인 ‘마닐라 원칙(Manila Principles on Intermediary Liability)’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음란’ 개념을 자의적으로 넓게 해석함으로 인하여 ‘음란’으로 판단될 수 없는 정보들까지 모두 규제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성인의 알 권리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당장은 하나의 만화 콘텐츠가 그 도마 위에 올랐지만, 앞으로 어떠한 다른 만화, 나아가 다른 문화 콘텐츠들이 이러한 추상적인 기준을 가진 방통심의위의 칼끝에 설지 모르는 일이다. 방통심의위는 이제라도 엄격한 법적 기준에 따라 음란 및 불법정보를 심의하여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제도 자체가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2015년 4월 13일
사단법인 오픈넷
흐음… 확실히 정보통신 윤리 심의규정이 엄격한 의미의 음란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음란을 포함시켜 제재하고 있는게 문제인듯 하죠. 그러나 현재 음란 매체에 대한 규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시정 요구에서 삭제에 한하지 않고 차단까지 하는게 말이죠. 형법상에서는 음란물을 단순히 소지하거나 이용하는것 까지는 금지 하고 있지 않으며 이러한 매체에 대한 단순소지 행위나 이용행위는 형법상의 보호법익인 성풍속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수 있고, 헌법 재판소도 음란물에 대한 법적제재는 유포 행위에 한정한다고 밝힌바가 있고 또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의 선례를 변경하여 표현의 자유에 포함시켰죠.(헌재2006헌바109)
이러한 2가지 내용들을 고려해보면 음란에 대한 규제는 일단 시정요구에서 삭제 및 폐쇄만 주력으로 집중할수 있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고 차단할때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한정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공공장소나 미성년자나 예외적으로 이러한 매체들에대해 기피하고 차단되길 요구하는 이용자들에 한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