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차단 사건으로 드러난 방통심의위 통신심의 문제의 모든 것

레진코믹스 차단 사건으로 드러난 방통심의위 통신심의 문제의 모든 것

 

당사자에 대한 사전통지, 의견진술 기회 부여 절차 위반부터

기준 없는 사이트 전체 차단과 행정기관의 음란정보 판단 문제까지

 

방통심의위는 지난 24일 웹툰 플랫폼 사이트인 레진코믹스를 차단했다(2015. 3. 24. 제22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1항 1호에 위반하여 음란정보를 유통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어제 오후 통신심의회의에서 레진코믹스에는 음란성이 없는 웹툰 역시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스스로 시정요구 철회를 의결하였다(2015. 3. 26. 제23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정보 주체에 대한 사전, 사후 통지와 의견진술 기회 부여 등의 절차를 위반한 방통심의위의 차단 결정은 위법이다.

방통심의위의 삭제, 차단 결정의 1차적 당사자는 직접적으로 권리를 제한받는 게시자 혹은 사이트 차단의 경우에는 사이트의 운영주체이다. 이러한 행정처분에 있어 당사자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진술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임에도,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에 있어 이러한 행정처분의 기본적 절차들이 지켜지지 않아, 최근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시 게시자에 대한 사전, 사후 통지 의무와 의견진술 기회부여는 법상 명문화되었다(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 2항).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여전히 예외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음란물 등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들에 대해서는 정보주체(게시자 등)에게 통지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 레진코믹스 역시, 해외 서버에 있는 정보에 대한 차단은 인터넷 망사업자들에게만 통지되었을 뿐, 당사자인 레진코믹스 측에 사전통지와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인데, 이는 명백하게 절차를 위반한 위법한 처분이다.

정보주체에게 사전통지를 하고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라는 법의 취지는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불법성 등을 판단하기 전에 정보주체의 의견을 듣고 심의에 신중을 기하라는 것이다.레진코믹스 측에 이를 먼저 알렸다면, 일부 콘텐츠가 ‘음란성’이 있는지,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도인지부터, 음란 여부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 콘텐츠 역시 유통되는 웹툰 플랫폼 사이트임을 소명받았을 것이고, 사이트 전체를 무신경하게 차단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본 조항은 이번 건과 같은 방통심의위의 과잉 제재를 막기 위한 것인데, ‘불법성의 명백’ 여부를 방통심의위가 먼저 판단하고 절차를 위반해버리면 이렇듯 심의에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부 문제적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이트 전체를 차단,

합법적 이용자들의 권리 침해 문제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만을 삭제,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이트 내에는 여러 개의 정보가 있고, 늘 일부 불법인 정보와 아닌 정보가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사이트 내에 불법정보가 다수인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일일이 선별해서 시정요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이트 전체를 차단해왔고, 그 안의 합법정보들에 대한 권리는 침해될 수밖에 없었다. 과잉 제재의 우려 때문에 전체 게시물을 조사해서 불법정보가 70% 이상인 경우에만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기준을 수립하였으나, 현재 이를 엄격히 준수하지 않고 있다.

사이트 차단에 있어 이러한 객관적인 기준이라도 준수하여 심의에 신중을 기했더라면 레진코믹스 역시 문제가 전혀 없는 다수의 웹툰이 함께 유통되는 웹툰 플랫폼임을 쉽게 알았을 것이고,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만연히 사이트를 차단한 이번 사건으로 방통심의위는 졸속심의, 과잉제재라는 비판에 당면할 수밖에 없다.

또한 특히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이렇듯 해당 사이트가 웹상에서 사라지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서비스제공자의 영업권과 이들과 이용계약을 맺은 여러 사인들의 이용권의 침해로 이어진다는 면에서도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음란성’ 판단기준도 판례보다 넓어

음란의 개념에 대해서 판례는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을 뜻한다(대법원 2008.3.13, 선고, 2006도3558 판결)”라고 설시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관행적으로 ‘성행위 묘사’ 혹은 ‘성기 노출’이 있는 경우에는 음란성 정보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성행위를 묘사했다거나, 성기노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음란물로 분류하는 것은 위 판례상의 음란 기준에 따르지 않고 더 넓게 음란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심의기준에 따른다면 우리가 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의 장면들도 인터넷에서는 아예 차단되어야 하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 정보는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에 의해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정보 내지 이와 유사한 정보”라고 판시한, 최근 헌재 판결(헌재 2012.2.23. 2011헌가13)에 따르더라도,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에 대하여만 삭제, 차단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런데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이와 같이 음란 개념을 자의적으로 넓게 해석하여 음란에 이르지 않은 정보, 즉 불법정보가 아닌 정보들까지 삭제, 차단하는 것은 성인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처분이라 할 수 있다.

레진코믹스 건에서도, 어떤 웹툰의 내용과 그림에 대해서 음란 여부가 판단되어 사이트 전체가 음란성정보로 판단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그 판단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었는지 역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웹툰의 특성상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다고 하여도 미술적 표현과 전후 스토리가 공존하고 있으므로, 하등 예술의 가치가 없는, 전면적으로 차단되어야 하는 ‘불법 음란물’로 보긴 어려울 것이었음에도 이를 모두 음란정보로 쉽게 판단하였다는 점도 문제이다.

레진코믹스는 많은 독자들을 거느린 곳이라 이와 같은 문제가 파악되고 방통심의위가 그들의 시정요구를 다시 시정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라는 추상적인 심의기준과 관행상 그간 수많은 사이트와 정보들이 잘못 규제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레진코믹스 사이트 자체에 대한 시정요구는 철회되었으나, 사이트상의 메뉴나 개별 웹툰에 대한 차단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사건이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통신심의 절차와 관행, 그리고 심의기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제도 개선의 논의를 위한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2015년 3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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