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매디슨’은 차단되어야 하나? – 방통심의위의 접속차단 해제와 불륜 조장 사이트 차단법 발의

‘애슐리매디슨’은 차단되어야 하나? – 방통심의위의 접속차단 해제와 불륜 조장 사이트 차단법 발의

 

방통심의위의 ‘애슐리매디슨’ 사이트 접속차단 해제는 타당한 결정,

최근 발의된 불륜 조장 사이트 차단법은 위헌

 

최근 간통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폐지되면서, 기혼 남녀들의 만남을 연결하는 사이트인 ‘애슐리매디슨’의 차단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2014년, 해당 사이트가 간통을 방조하는 내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접속차단하였다(2014년 제25차, 제27차 통신심의소위원회). 그러나 근거법령이었던 간통죄 조항이 2015. 2. 26. 위헌 결정이 되면서 처분의 근거가 사라졌고, 지난 3. 10. 차단 해제 결정이 내려졌다(2015년 제17차 통신소위).

그러나 다시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 등 12인이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고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법 상의 불법정보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에도 기혼자들의 만남은 불법이 아니었다. ‘간통’은 성행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애슐리매디슨은 ‘외도’, ‘바람’, ‘연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 ‘간통’행위 자체를 적극적으로 방조하는 사이트라고 보기 어려워 원래부터 불법사이트로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간통 역시 더 이상 불법이 아닌 것이 되면서, 어떠한 불법도 없는 이 사이트를 차단할 근거가 있는지, 또한 차단하여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만을 차단하여야 한다.

방통심의위의 차단, 삭제의 시정요구는 결국 행정기관의 인터넷 검열이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 알권리 등의 제한으로 직결되는 ‘검열’에 있어서는, 명확한 기준에 의한 ‘불법’정보만이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행정기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하여 ‘유해’한 정보를 심의하는 것은 결국 행정기관의 자의에 따라 국민의 사상과 여론을 통제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 정보는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에 의해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정보 내지 이와 유사한 정보”라고 판시하였고(헌재 2012.2.23. 2011헌가13), 이에 따르더라도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에 대하여만 삭제, 차단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심의위는 심의규정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창설하여 불법에 이르지 않은 정보들도 삭제, 차단해왔다. 이번 애슐리매디슨 건에 대해서도 본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시정요구를 유지시키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번 건에서 더 이상 어떠한 불법성을 근거 지을 수 없는 사이트에 대한 차단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차단 해제를 결정한 것이고, 이는 정보의 불법성을 기준으로 심의하여야 한다는 합헌적 기준에 따른 것으로서 환영할 만하다.

 

불륜 조장 사이트 차단법은 위헌

그러나 이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새민련 민홍철 의원 등 12인이 애슐리매디슨의 차단근거를 마련하고자 일명 ‘불륜 조장 사이트 차단법’을 발의하였다.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고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법 상 불법정보 조항에 삽입하는 내용인데, 불법정보가 아닌 정보를 불법정보 조항에 추가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기도 하거니와, 헌재 판례들에 따르면 위헌적인 법안이라 할 수 있다.

헌재는 불온통신 금지 조항 위헌확인사건(헌재 2002.06.27, 99헌마480)에서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는 이유로, 추상적 개념을 기준으로 한 통신심의 규정은 위헌임을 선언한 바 있다.

이 판례에 비추어보았을 때 어떠한 것이 ‘건전한 성풍속’이고, 어디까지가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한 심의기준으로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는 정보는 애슐리매디슨만이 아니다. 기혼자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에 이르는 내용을 담은 흔한 소설이나 드라마, 혹은 부부관계나 이혼, 외도에 대한 농담들도 이 심의규정에 의하면 삭제 대상일 수 있다. 결국 행정기관, 방통심의위의 위원 몇 명의 마음속에 있는 ‘건전한 성풍속’ 관념에 따라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결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외도 욕구나 외도 방법론 등에 대한 게시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표현들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없는 것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표현들을 통한 소통으로써, 좁게는 기혼자들이 어떠한 기제와 방법으로 외도를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넓게는 사회 구성원들이 현실 속 부부관계의 씁쓸한 이면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에 빛과 어둠이 있듯, 이를 드러내는 표현들도 소통에 있어서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알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래서 표현은 존재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고, 이를 제한하려면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는 법원칙들이 발전해온 것이다. 어떠한 불법도 없는 정보들을 단순히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삭제, 차단하는 관행과 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2015년 3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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