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임시조치개선 정부 측 안, 합법정보의 차단을 의무화하는 것은 위헌

 

오픈넷로고

 

인터넷임시조치개선 정부 측 안, 합법정보의 차단을 의무화하는 것은 위헌

게시자를 배려하자 – 불복을 두 번이나 해야만 복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신구조문대비표 포함)(.pdf)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망법”) 개정안을 2013년 11월에 입법예고한 후에 국회 발의를 위해 현재 법제처 검토를 거치고 있다 (이후 2014년 12월 29일 수정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기에 이에 맞추어 본문 내용을 수정함).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의 하나였던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의 방법으로서 “인터넷 포털사의 임시조치 남용”을 막기 위해 “정보 게재자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공약집 289쪽). 실제로 주요 내용도 자신의 게시물이 차단된 후에 게시자가 불복을 2회 하면 게시물이 복원되고 그 후 게시물에 대해 불리한 법원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복원상태가 유지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게시자의 복원권을 보장하면서 매우 심각한 입법 상의 실수를 초래하였는데 이 실수가 개정안의 취지를 모두 몰각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흠결을 인지하고 개정안을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

 

방통위 개정안은 불법이 아닌 게시물에 대해서도 누군가 그 게시물에 의해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주장’만 있으면 우선 30일간 차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불복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복원되는 것이 아니고 직권조정절차로 회부될 뿐이며 그 조정결과에 다시 한 번 불복해야만 복원이 되는데, 조정절차가 첫 불복 후 30일 기간을 도과할 경우 그 기간만큼 복원이 더 늦춰지게 된다. 개정안에는 10일 내에 조정이 끝나야 한다고 되어 있기는 하나 그 기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결국 불법정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불법이라고 주장만 하면 반드시 최소 10일, 그리고 최대 기한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조정기간 내내 차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참여연대에서 과거에도 여러 번 주장했듯이 불법정보만을 차단하겠다는 망법의 취지에 어긋나며 ‘언론출판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제44조의2 임시조치 흐름도(방통위안)

 

물론 현행법마저도 이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010년 1월경 포털사업자가 진중권 씨의 소위 ‘듣보잡’ 게시글을 차단한 것이 부당하다는 소송(2010나38259, 2009가단498090)을 제기한 바가 있는데 바로 그러한 해석 때문에 패소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통위 제안에 따라 법이 개정되면 이와 같은 소송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사단법인 오픈넷도 2013-2014년 금융위 정책을 비판하는 소위 ‘금융앱스토어 패러디 사이트’가 3일간 차단된 것에 대해서 손해배상판결을 얻은 바 있는데(2014나5523) 이와 같은 소송 역시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타인이 권리침해를 주장하면 임시조치를 하여야 한다’를 ‘할 수 있다’로 수정하면 이미 게시자의 복원권을 보장해주는 법률의 효시인 미국의 DMCA(Digital Millenium Copyright Act)의 노티스앤테이크다운(notice-and-takedown)시스템과 어느 정도 유사해진다. 즉 사업자가 차단요청-차단-복원요청-복원의 절차를 자동적으로 거친다면 불법정보유통에 대한 책임을 면책해주지만 반드시 그러할 의무는 없는 시스템이다. 이미 유승희 의원은 2013년 12월에 이런 방향으로 복원권 문제를 개선하는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19대국회 의안번호 8685). 이 법안에서는 임시조치가 적용되는 대상이 현행법처럼 ‘권리가 침해된 경우’로 한정되어 있어 포털이 불합리한 차단요청은 처음부터 거부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게 된다. 이 측면에 있어서는 유승희 의원안이 정부 안보다 훨씬 낫고 특히 복원절차에 있어서도 1회 불복만으로도 복원을 이룬다는 면에서 이용자권익보호 측면에서 더 우수한 법안임에 틀림없다.

 

물론 비슷한 목적으로 제정된 저작권법 제103조는 불법여부에 관계없이 차단요청이 들어오면 곧바로 차단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복원요청이 들어오면 역시 곧바로 복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처럼 최소 10일 동안 차단되어 있거나 분쟁조정절차의 결과를 기다려 다시 불복해야만 복원된다는 요건이 없어 그 해악이 질적으로 다르다. 더욱이 저작권법은 ‘정당한 권리 없이’ 차단요청을 하는 경우 권리주장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여 명백히 합법적인 게시물에 대해 불합리한 차단요청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지만 방통위 안에는 이것이 없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지난 2009년 실제로 가수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따라 부른 5살 여아의 동영상에 대해 불합리한 차단요청을 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여 2010년 10월 고등법원에서 손해배상판결을 얻은 바 있다(피고 항소포기로 확정, 2010나35260).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늦게나마 실현하겠다는 뜻은 칭찬해줄만하나 합법적인 게시물들도 누군가의 요청만 있으면 의무적으로 차단당해야 하는 질곡에 빠지지 않도록 수정을 요구한다. 또 지금 설정하려는 복원권도 그다지 게시자에게 유리하지도 않다. 유승희 의원안처럼 복원에 필요한 불복도 1회면 충분하도록 고쳐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는 인터넷을 살리기 위해 불법정보를 유통하더라도 면책되는 세이프하버 조항이 대세인데 우리나라는 불법이 아닌 정보에 대해서까지 차단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보도자료] 정부의 임시조치 법률 개정안에 대한 논평 – 게시물 복원절차는 바람직하나, 임시조치 의무화는 퇴보 위험 https://opennet.or.kr/7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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