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3일 캐나다 대법원은 경찰이 아동포르노수사를 위해 특정IP주소의 망이용계약자의 신원정보를 망사업자로부터 영장없이 취득한 것에 대해서 위헌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특히 망사업자의 이용약관에 “범죄수사를 위해 경찰과 협조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용자 신원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위 조항은 경찰의 “적법한 권한행사(lawful authority)”에 응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기 때문에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정보에 대한 프라이버시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캐나다대법원은 “인터넷 이용의 맥락에서 익명성으로서의 프라이버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용자신원정보는 이용자가 인터넷에서 익명성의 기대를 갖고 행한 모든 활동에의 “연결고리(link)” 역할을 한다며 경찰이 이용자신원정보를 취득할 때는 이용자의 모든 사적인 인터넷활동에 대한 프라이버시법익을 제한하는 것이며 이는 사법기관의 명령에 의해서만 행해질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캐나다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 상의 통신자료제공제도에 시사점을 준다. 헌법재판소는 ‘이 법조항이 단지 통신자료(이용자신원정보)의 수사기관제공을 허락만 할 뿐 강제하지는 않는다며 통신자료제공은 인터넷사업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지 공권력행사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제기한 소송을 2012년8월에 각하하였으나 캐나다대법원의 판결은 그와 같은 임의제출에 따른 취득마저도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2012년10월 서울고등법원은 이용자신원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인터넷사업자에 대해서, 손해배상판결을 내렸는데, 그와같은 통신자료제공에 의한 정보취득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영장주의’에 어긋나고, 이용약관에 법률이 허용하는 이용자정보유출을 면책하는 조항이 있다고 할지라도 최소한의 정보보호의무가 있다는 이유였는데 캐나다대법원의 판결은 그러한 해석에 부합한다.
익명성은 인터넷상 프라이버시의 핵심이면서 인터넷의 혁명인 소통의 자유의 핵심이기도 하다. 첫째 정보주체가 누구인지 알게되는 것은 익명으로 공개된 글들의 저자를 알게 되는 것이고, 이는 정보주체를 미리 알고 똑같은 양의 비공개글의 내용을 취득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후자에 대해 영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면 전자에 대해서도 당연히 영장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 역으로, 정보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공개된 글이든 비공개된 글이든 이를 취득하거나 처리하는 것은 프라이버시법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개인정보’의 정의가 ‘개인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또 새로운 소통양식을 개발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개인이 식별되는 통로 즉 익명성을 수호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오픈넷은 이와 같이 인터넷에 있어서의 익명성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아 2013년에 청소년유해물접근, 인터넷게임물접근 등을 빌미로 한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각각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진행 중이며 2014년에는 그와같은 본인확인제의 기술적 가능성을 열기 위해 고유식별번호의 민간사용을 허락하는 정보통신망법 상 본인확인기관지정제도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해놓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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