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도 “가만히 있어라” – 정부 “유언비어”규제, 제2의 참사 부른다

by | May 2, 2014 |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정부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제2의 세월호 참사를 예고하고 있다. 부패와 비리 예방은 중요하다. 리더십도 중요하다. 그러나 리더십이 부재하더라도 부패와 비리가 있다손 치더라도 해경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2시간에 걸쳐 배가 완전히 침몰하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일에 걸쳐 수백명의 사람들이 인공쇠감옥에 갇혀 서서히 익사하는 참극이 이렇게 쉽게 일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정치와 법집행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 더욱 뼛속 깊은 문제들이 있다고 본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청렴하고 리더십 있는 대통령이 뽑히더라도 이 비극은 재현될 수 있다.

자기책임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대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고는 항상 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사고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사고대응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문제 중의 하나가 법치주의가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소중하게 보호하는가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정한 우리나라 위자료산정기준표는 사망의 고통에 8천만 원의 가격을 매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기업들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도록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민사손해배상체제라고 본다.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비상시에 각자가 독립적인 사고, 상식에 부합하는 사고를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진도VTS가, 선장이, 선원이, 해경구조대원이 매뉴얼이 현장과 맞지 않거나 상부의 지시를 기다릴 시간이 없을 때 소신껏 자신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한 결정을 과단성 있게 내릴 수 있는가. 권위 있는 타자가 진실을 독점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의 결정에 자신의 안전을 위탁하는 ‘학생들’로 남아 있는 한 제2의 세월호 참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가 평소에 국민 각자의 독립적인 사고를 존중해줄 때만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는 상식을 가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에게도, “가만히 있으라”

그러나 사고 이후 정부는 다시 국민들을 선장이 세월호 학생들을 다루듯이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정부가 경찰청을 통해 ‘유언비어’수사착수를 발표한 것이 4.20이었는데 이 당시 수사 및 내사 착수가 시작된 사안들은 홍가혜 씨의 4.18 아침 인터뷰와 안산단원고 ‘대통령 비판 유인물’이었다. 두 사안 모두 정부기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던 내용이다. 4.16 오전 11시부터 45분 가량 사람들을 혼란으로 밀어넣은 MBN ‘전원 구조’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해경이 민간잠수부를 배제했다는 같은 방송사의 4.18 오전 7시 방송이나 대통령의 약속깨기와 재난대책미비를 비판한 4.18 유인물들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4.17에만 해도 경찰은 허위구조요청의 진위확인에 집중하여 고 한세영 양의 구조요청으로 보이는 4.17 오전11시 페북메시지 등을 당일날 허위임을 발표하기도 하였고 이 당시에는 이들 허위내용에 대해 “관련 가족 등에게 상처를 주고, 허위 신고 등으로 수색·구조작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 규정하였었다. 그러나 4.18 발표에서부터 홍가혜 인터뷰와 함께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을 언급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4.20 발표에서는 다음과 같이 명예훼손일 수도 없고 가족의 상처와도 거리가 먼 다음의 당국 비판성 글들까지 “애도 분위기를 해친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전부 범죄로 규정하였다.

“수색현장에 참여하는 아는 분이 진입에 성공하여 식당에서 시체를 확인하였고, 위에서 시체 꺼내지 말고 냅두라고 하더라.”
“잠수부들은 현장에 시체가 많이 있어 수습하고자 하는데, 현장 책임자가 이를 방해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미군잠수함과 충돌한 것이 그 원인이다.”
“방금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시신의 사망 경과 시간이 채 몇 분이 되지 않는다.”
“선체 안에 시신들이 꽉 차 있는데 정부가 이를 숨기고 있다.”
“韓.美 연합훈련 때문에 세월호의 항로가 변경되었다.”
“정부의 자작극이며 해경을 근방에 투입해 놓고 한 것, 구명조끼 다 있고 침몰시간 다 계산하고 훈련시킨 것으로 정보기관의 시선돌리기다”

이에 따라 4.25까지 경찰은 ‘악성 유언비어’라며 76건을 내사하여 18명을 검거하였다고 하는데 이중에서 5건(홍가혜 씨 건, ‘잠수부 사칭, 해경이 구조를 막고 있다”, “선원들이 구명조끼도 배포치 않고 해경을 매수했다”, “세월호침몰사고는 국정원이 사주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 잠수부들 시체유기 주장)이 구조당국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검거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반면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명백한 허위주장을 한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 및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북선동의 결과일 것으로 예측한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과연 위의 수사들이 피해자가족의 보호를 위한 것인지 정부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한 것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위 18건 중에서 4건은 실종사를 사칭한 구조요청이다.

한편 교육부는 4.21 지난 21일 현장체험학습 보완 지침 공문을 “▲ SNS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허위적인 유언비어의 유포, 확산 개입 금지 안내 및 교육 ▲ 유족 및 희생자에 대한 악의적 댓글 금지 지도“를 시도교육청에 주문하는 당연한 지도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이역시 변질되어 4.25 ‘유족 및 희생자에 대한 악의적 댓글“ 지도 요청이 사라지고 ” SNS댓글이 유언비어에 해당될 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안내부탁드립니다”는 긴급알림을 보냈다.

다른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국은 4.24, 4.29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의 한 방송국이 “세월호 피해자 시신의 손발이 깨끗하여 최근까지 살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구조지연의 책임을 암시한 보도에서 한 피해자의 손발이 드러나 보이는 츄리닝을 착용한 시신의 사진을 공개하였다고 하여 그 방송 녹화 동영상의 인터넷게시물에 대해 ‘삭제’건의를 하였다.

일반인이 ‘유언비어’라고 민원을 제기하여 심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는데 민원인은 어느 부분이 허위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허위도 없는 위 방송에 대해 방심위 통신심의국은 ‘해당없음’으로 건의를 했어야 하나, 통신심의국은 통신심의규정의 다른 항목인 “폭력성․잔혹성․혐오성 등이 심각한 정보”로서 “라. 흉기 그 밖의 위험한 물건 등을 사용하여 과도하게 신체 또는 시체를 손상하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잔혹한 내용. . .그 밖에 사람 또는 동물 등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 등을 사실적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잔혹 또는 혐오감을 주는 내용”이라며 삭제 건의를 하였다. 하지만 시신의 손발 사진은 위에서 보다시피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왜 신고취지에도 맞지 않고 동영상 내용과도 맞지 않는 규정을 끌어들이면서까지 이 신고물을 삭제하려고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역시 구조당국을 비판하는 유언비어였기 때문인가. 다행히 위원회에서 ‘기각’결정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30분 안에 이루어지는 1회차에 1-2천 건 심의하는 회의의 성격상 위원들은 사무국직원들의 건의에 99% 이상 의존하게 되는데 이러한 ‘삭제’ 건의가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의 ‘유언비어’차단 드라이브에 희생되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통위의 4.22 ‘방송조정통제’ 문건에서 협조대상이었고 이에 따른 4.24 보고 문건에서는 ‘유언비어’집중 모니터링을 하기로 되어 있다.

‘유언비어’규제는 위헌

표현은 상호교섭적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완성된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는 듣는 사람의 역할은 훨씬 더 적극적이다. 헌재도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적 표현의 경우에는 이를 접하는 수용자 또는 수신자가 그 의사에 반하여 정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 적극적으로 이를 선택(클릭)한 경우에 정보를 수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선거의 평온을 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표현이 발생시키는 피해도 모두 이 두 사람의 ‘협업’을 통해서만 발생하게 된다. 명예훼손은 화자의 뜻대로 청자가 피해자에 대한 평가에 있어 오도(誤導)될 때 그 목적이 달성된다. 사기 역시 청자가 화자의 뜻대로 특정 사실에 대해 오도되었을 때 목적이 달성된다. 물리적 행위는 기본적으로 청자의 ‘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에 있어서는 말한 사람에게 피해의 모든 책임을 지우려면 그 말이 발생시킬 피해의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할(임박할)”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표현의 자유 보호의 대원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원리에 따라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화자에게 표현의 내용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우는 법률들은 모두 그와 같은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 원리에 부합하게 재단되어 있다.

이 원리는 ‘허위’ 즉 ‘유언비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말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규제되어서는 아니된다. 명예훼손, 사기 등과 같이 특정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키는 허위 만이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도리어 허위사실유포죄는 수많은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정권유지를 위해 진실된 비판을 억압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왔었기 때문에 – 대표적으로는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1호가 그 예이다 – UN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폐지권고를 낸 바 있다. 또 허위인 말이라 할지라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덜 밝혀진 진실을 유도해내는 긍정적인 반작용을 불러일으켜 진실의 발견에 기여하는데, 피해가 명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한다면 진실이나 진실에 가까운 말까지 모두 위축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취지로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소위 ‘미네르바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으며 이때 표면적으로는 ‘공익’의 불명확성이 이유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사실은 ‘단순허위’만으로는 규제할 수 없다는 결정에 다름 아니다. 법조문에서 ‘공익을 훼손하기 위하여’라는 요건이 불명확하므로 삭제한다고 하여 그 법조항이 합헌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허위의 글이 실제로 피해를 끼칠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하다면 당연히 처벌의 대상이 된다. 생존자 가족이나 피해자 가족에게 어떤 정신적 피해를 줄지 명백한 글들은 규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국이 항상 규제의 핵심으로 삼는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소위 ‘유언비어’라는 글들을 분석해보자.

(1) 생존자 사칭한 구조요청글의 경우, 16-17일에 주로 게시되었는데 16-17일은 입수만 시도했을 뿐 선내진입은 18일에야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생존자를 사칭한 구조요청글이 구조활동에 어떤 혼란을 끼쳤는지 불분명하다. 16-17일 구조당국은 어떻게든 선체진입 자체를 시도하려고 했지 선체의 어느 부분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글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단지 이를 국가가 처벌하려 할 때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정부 발표 외에는 확증이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면 진실인 생존구조요청마저도 모두들 외면하고 RT를 거부하여 진실의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 실제로 @chinablue9이라는 트위터리안은 고 한세영 양을 사칭한 페북메시지 게시글을 RT했다는 이유로 경찰조사를 요청받았다. 또 홍가혜씨가 격벽을 두고 생존자와 대화를 했다는 잠수부의 전언을 옮긴 18일 오전 7시 방송 역시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2) 구조당국에 비판적인 글들의 경우, 우선 구조활동 자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명예훼손인데, 특히 박원순 명예훼손 판결(민사)과 PD수첩 명예훼손 판결(형사)에서 우리 사법부는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은 허위임을 화자가 알고 있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그 담당자의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다. 정부기관은 강제력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반론을 제기할 충분한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홍가혜 씨의 주장 일부나 일부 글들 중에서 해경이 잠수부들의 접근을 초기에 막았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결국 이 글들을 처벌하는 것은 이미 위헌으로 밝혀진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키는 것이 된다.

방송통제

정부는 방송에게도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있다. 고 이승현 군 아버지의 인터뷰다. “배가 침몰되는 그 당일 날부터 해서 조금만 더 사실적이고 조금만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내보내 줬다면 생존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 . . .가장 중요한 그 2, 3일 동안에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이 더 모질게 구조당국에게 구조를 요청하여 더 강력한 구조활동이 이루어졌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구조되었을 것이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방송이 구조당국을 더 몰아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정부의 규제가 드러났다. 방송통신위가 재난대책반을 만들어 방송사들을 ‘조정통제’하겠다는 내부문건이 4.22자로 만들어졌다. 이후 실제로 많은 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구조당국을 비판하는 기사들을 삭제하고 있고 특히 진도VTS의 주변선박과의 교신기록 삭제 의혹에 대한 4.25자 기사도 여기 포함되어 있다. 급기야는 박근혜 대통령의 합동분향소 추모보도는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현장의 유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항의를 하고 있는 상황을 묵음처리하였는데 “기술적 조작”에 해당하여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 만으로 중징계 대상이다. 물론 이 모든 조치들은 시간상 아마도 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언론통제 의도가 방송사의 처세성향에 각인된다면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가 사고 첫 1-2일에 그토록 바랐던 ‘비판적인 보도’를 우리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대통령 추모 중의 피해자가족들 목소리를 지운 것은, 실종자가족들이 4.20 새벽 2시 서울에 올라오려고 했을 때 경찰이 이를 불법적으로 원천봉쇄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매우 상징적인 만행이었다. 외신도 ‘박근혜 민주주의가 시험을 대면하고 있다고 논평하면서 바로 이 원천봉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선장은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여 이들의 실종과 사망을 초래하고는 정부는 방송사 ‘조정통제’를 통해 실종자가족 및 피해자가족들에게 다시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며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가 터졌을 때를 기억해보자. 7일 오전 7시 15분경부터 기름이 콸콸 흘러나오고 있고 어민들은 이를 멀리서 지켜보며 ‘저 구멍을 막든지 바지선이라도 끌고 와서 저 쏟아지는 기름을 받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주장들을 했지만 이는 모두 “매뉴얼”을 신봉하는 해경의 “전문가들”에 의해 설득력 있는 해명 없이 묵살되었다. 물론 2시간이 지나서야 알파잠수의 이종인 대표에게 연락을 하고 그가 5시간 만에 도착했지만, 소형어선으로만 접근을 허락하고 선주도 공사허락을 늦게 내줘서 작업은 지연되었고 결국 48시간이 지난 9일 오전 7시 50분에야 구멍을 봉쇄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약 1만 500여톤(약 1만2천 킬로리터)의 원유가 유출되어 버렸다. 근처에 있던 모래채취선들의 용적도 보통 1-3천톤 정도 되니 몇 대만 불러왔다면 거의 모두 받아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교훈 때문이었는지 7년이 지난 2014년 2월 15일 부산에서의 화물선 기름유출사고 때 당국의 대응은 달랐다. 오후 2시경 부산에서 화물선이 다른 배와의 충돌로 20cm x 30cm 크기의 구멍으로 기름이 새기 시작했는데 2명의 해경이 밧줄에 몸을 의지하고 사투를 벌여 나무토막으로 그 구멍을 사고발생 4시간 만에 막았고 기름유출은 최소화되었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는 다시 이해할 수 없는 상식의 마비를 본다. 해경은 9시 정각 즈음 침몰이 시작되었을 때 왜 선장에게 탈출방송 명령을 하지 않았는지. 현장에 도착한 9시 30분 해경은 왜 즉시 진입시도를 하지 않았는지. 9시 40분에 구조정으로 접안을 했을 때 승객들을 직접 끌고 나오지는 못하더라도 메가폰으로 선내를 뛰어다니면서 ‘당장 나오라’고 하지 못했는지. 왜 언딘과의 계약을 고집하느라 바지선 동원이나 해상크레인 동원을 늦추었는지. 여기에 대한 답은 안타깝게도 다시 한번 예산증가나 설비손실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염된 “매뉴얼”이었다.

[1997년 대한항공 괌 사고] 때에도 기장이 빨리 ‘선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부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대신 했어야 했다. 그러나 부기장은 줄곧 기장의 눈치만 살폈다. 그게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그 이유를 ‘권력 간격 지수'(PDI: Power Distance Index)에서 찾았다. PDI는 권위주의적 문화 때문에 하급자가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정도를 말한다.
로버트 헬름라이히와 애슐레이 메리트는 전세계 조종사들의 PDI를 측정한 적이 있다.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위 브라질, 2위 한국, 3위 모로코, 4위 멕시코, 5위 필리핀. 이는 국가별 항공기 추락사고 발생 빈도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기장이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을 때 부기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는지가 항공기 사고 피해 여부에 결정적 변수라는 뜻이다.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다. 배가 빠르게 기울기 시작했고 더 기울면 탈출이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선장은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때 승무원 중 누군가는 마땅히 선장에게 ‘탈출 명령’을 강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게다가 당시 경비정과 주변의 선박들은 구조를 위해 세월호를 향해 빠르게 접근 중이었다. 그럼에도 선원들은 끝까지 선장의 눈치만 봤다. 권위주의적 문화가 낳은 참사인 셈이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4.4.28)

안전을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여 서로 정보와 의견을 모아야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긴급할수록 이 사상의 자유시장은 더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 5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던 2010년 2월 칠레의 지진 및 후속해일과 관련된 트윗들을 분석한 결과 사고상황, 실종자, 사망자, 서비스제공 등에 대한 트윗들이 뜨면 트위터리안들이 이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그 반응에 대해 다른 트위터리안들이 또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결론적으로는 허위트윗들은 도태되고 진실인 트윗들은 계속해서 RT가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주의 문화는 상식대로 행동했다면 자신과 동료들을 지켰을 수많은 사람들의 상식을 마비시킨다.

CNN도 그런 권위주의 문화가 세월호 참사에서 작동하였음을 논평한 바 있다. 국민들에게 지금 ‘조용히 있으라’는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모습. 침몰하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선장의 목소리와 너무 닯아 있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권력간격지수를 낮추기 위해서 국민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

 

 

** 후기: 사고 원인 중 하나가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

올해 1월에 전 청해진해운의 직원이 선박 과적 상황등을 청와대신문고에 제보를 했지만 그의 공무원들은 체불임금 문제 해결에만 급급해하면서 청해진해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겨레 관련기사) 그 직원이 세월호의 과적 상황을 인터넷에 올려 공론화시켰다면 과적 문제가 해결되었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와 같이 표현의 자유에 적대적인 법환경 속에서 그가 그럴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존재한다. 즉,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 성립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불법행위를 고발하려는 사람마저도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라는 위법성조각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형사처벌를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예를 들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다루고 있는 사건에서 2013년에도 한 노인이 노인회 간부의 난폭한 언행에 대해 인터넷에 정직하게 고발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유죄판결이 확정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해진 내부고발자는 세월호의 과적 상황을 인터넷에 올린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표현의 자유 보호지수와 부패지수가 반비례한다는 것은 국제기구들의 조사에서 매년 확인되고 있다”는 교훈을 다시 배우기 위해 우리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월호 관련해서 새로운 안전 기준, 항해 관련 법령 새로 만들겠다고 부산한 국회는 진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공익제보자지원법이 사기업에도 적용되도록 하는 등 부패와 비리를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이 과연 좋은 “법”이 없어서 일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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