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중독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기관을 만드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또 게임중독이 존재한다는 것도 틀림없다.
그러나 이 기관이 다룰 대상중독을 규정한 조문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정확히 알아야 할 내용이라서 전재한다.
“1. ‘중독’이란 다음… 물질 및 행위 등을 오용, 남용하여 해당 물질이나 행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가. 알코올
나. …마약류
다. …사행행위
라.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
마. 그 밖에 중독성이 있는 각종 물질과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논리적으로는 대통령령을 통해 어차피 모든 종류의 중독이 관리 및 치료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이 기관은 게임중독도 관리 및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게임 등”은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법률에서 4대 중독의 하나로 지정한 것이므로 이 기관의 최우선적 업무분야가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결국 이 기관 내에 인터넷게임을 전담하는 국장급부서가 만들어져 이를 과도하게 이용하지 않도록 홍보하는 캠페인을 할 것이고 과도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을 적발하는 기준이 만들고 그런 사람들을 인사, 교육 등에 서 특별관리하는 매뉴얼들을 만들 것이다.
나는 이렇게 ‘인터넷게임 등’의 중독을 술, 마약, 도박 등에 대한 중독과 같은 선상에 두고 관리하려 하는 것에 반대한다. 인터넷게임이 술, 마약, 도박과 다른 점은 사상 및 표현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알코올, 마약, 도박은 사람들에게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커다란 쾌락을 가져다주더라도 이 세 가지는 그 존재 자체가 사람에게 크고 작은 해를 끼치는 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마약과 도박은 단 한번을 하더라도 불법이라서 순간의 실수로 실형을 사는 연예인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고 있다. 알코올은 그렇지는 않지만 인간의 인지와 사고를 둔감하게 만드는 본질 때문에 적어도 청소년에게 단 한번이라도 제공하는 것은 불법으로 되어 있다. 인터넷 게임에는 그렇게 내재된 해악이 없다. 대체로 인터넷게임 등은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대부분 자기실현과 상호소통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자기실현과 상호소통”에도 중독될 수 있다. 하지만 인류문명의 원소들 중에서 중독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돈중독, 권력중독, 섹스중독을 보라. 인터넷게임 중독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책 너무 많이 읽는 사람은 독서중독, 그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그림중독. . .다시 말하지만 그런 중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과연 그런 중독을 술, 마약, 도박중독과 같은 선상에서 다룰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인터넷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같은 불법 또는 청소년금지물질과 동일선상에서 나열하는 것은 인터넷게임에 심각한 낙인을 찍고 위축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낙인효과는 중독치료에서 머물지 않고 인터넷게임을 규제하는 법률들을 정당화할 것이다. 과 은 인터넷게임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즉 ‘법정대리인’의 동의없이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1년에 도입된 제도라서 오픈넷에서 위헌소송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지만 내년에 헌법재판소에서 다음 과 같은 판시가 나올까 두렵다. “인터넷게임은 에서 4대중독의 하나로 지정할 만큼 입법자에 의해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인정된 바 있으므로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한 것은 정당하다.”
게다가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콘텐츠”에서 “미디어콘텐츠”는 또 무엇인가? 여기서 미디어가 단순히 ‘매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를 의미했을텐데, 그렇다면 글, 그림, 영상, 프로그램 등 사람들간의 소통의 매개물 또는 결과물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결국 “텔레비전중독”, “인터넷중독”, “커뮤니케이션중독”을 말하는 것이고 “소통중독”을 말하는 것이 되는데 말 많이 하는 사람도 관리대상으로 삼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특히 2002년 대선 이후 특정정당에서는 “인터넷과 방송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칼을 갈아오고 그 이후 인터넷을 옥죄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고 방송은 실제로 장악했는데 그 연결선상에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4대중독 중의 하나인 미디어콘텐츠 중독 예방을 위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인터넷에 접속할수 있도록 하는 법” 같은 것이 나오지나 않을지.
감사합니다. 게임중독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틀림없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응은 현행법 상으로도 이미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해에 대한 책임성이나 폐해의 심각성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 알코올 도박 등과 같이 분류하는 것은 게임의 향유를 낙인찍고 위축시켜 올바른 치유를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3-4만명이라는 추산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만 추정치만으로 보자면 알코올 중독자는 600만명, 도박 중독자는 240만명이라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저는 게임을 건전하게 하는 사람들 수천만명을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