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회 회기 내 아청법 개정안 통과 촉구를 위한 한국만화연합 성명서

by | Nov 4, 2013 | 논평/보도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첨부 1. 한국 만화 연합 성명서

첨부 2. 13회 만화의 날 리플릿

이번 국회 회기 내 아청법 개정안 통과 촉구를 위한

한국만화연합 성명서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조항은 2011년 9월 15일 개정 이래 법의 본래 취지와는 전혀 관련없는 방식으로 적용되어 왔다.
위 조항은 아동 및 청소년의 성행위를 기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여 그러한 기록이 해당 아동에게 주는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런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이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상식인 가운데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이 아청법의 적용 범위에 실제로 존재하는 아동과 청소년은 물론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까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개정안 발효 직후 20여 배에 달하는 아청법 위반 사례 폭증이다. 전에 없던 법도 아니건만 느닷없이 위반자로 잡힌 사람들이 늘어난 건 그 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늘어서가 아니라 그러한 성범죄와 무관한 가상의 표현이 전에는 아무리 심하더라도 음란물에 ‘불과’했던 콘텐츠들이 이제 ‘아동성범죄’라는 강력단속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상을 통해 창조된 가상 인물이 이미지 안 외양만으로 아동이나 청소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또 그 인물의 성적 표현 범위를 어디로 두어야 할지에 관한 기준은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법이 지정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말 그대로 아동이나 청소년을 이용해서 제작한 음란물에 한정해야 함에도, 연령과 표현 범위의 기준을 어느 누구도 정할 수 없는 가상 세계의 표현에까지 같은 선을 적용함으로써 가상 표현을 세상에 내어놓는 주체인 창작자에 성범죄 혐의를 들이미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 현행 아청법에 따르면 이러한 제멋대로 기준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규정당한 가상 표현 매체를 제작할 경우 최저 5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강간범에 적용되는 3년 이상 징역보다도 훨씬 가혹한 처벌을 단속권자의 자의적 판단을 기준으로 성범죄자라는 낙인 즉 20년간의 신상등록과 10년간의 취업제한과 함께 받아야 하는 형국인 것이다. 우리 만화계는 바로 이러한 음란성 시비가 함부로 법을 통해 걸렸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1997년 청소년보호법 발효에 따른 만화 탄압 사태와 1998년 이후 6년을 끌었던  「천국의 신화」 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겪은 바 있다. 아울러 그 결과 또한 명확하다. 「천국의 신화」음란성 시비는 무죄였고 그 근거조항이었던 미성년자보호법은 위헌 판결을 받았으며,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행해진 모든 제재가 기준도 근거도 마땅찮은 ‘관제 탄압’에 지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났다. 우리 만화계는 이 아청법 사태를 그 때보다 훨씬 심한 사태로 본다. 만화계는 아청법이 모호한 법적 기준으로 창작 자체에 음란성 시비를 반복하는 사례를 일으키고 있음은 물론, 단순히 음란물 결정을 넘어 작가를 성범죄자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서 겪은 사태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 보고 있다. 국회도 이러한 맹점을 분명하게 인정한 바, 지난 2012년 12월 18일 대상을 정의하는 제2조 제5호 내용을 일부 수정해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에 ‘명백하게’를 덧붙이는 개정안을 통과하였으나 이것만으로는 법의 모호성과 법의 과잉성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우리는 다시 말한다.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이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상식인 가운데 어디에 있을까? 우리 만화계 또한 법의 본래 취지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창작이라는 창조 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가상 세계 속 표현 일체를 모호한 기준과 단속권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재단하려는 행위 또 가상의 설정을 실제 성범죄와 똑같이 다룸으로써 그런 성범죄에 대한 어떤 표현행위도 모두 성범죄로 처벌하는 야만적인 행위를 곱게 용납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우리 만화계는 현행 아청법이 대중문화 탄압법이자 만화 탄압법이라 규정하며, 적용 대상을 정확하게 지정해 법이 실존하는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보호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게 시행될 수 있게끔 문제 소지를 없앤 개정안(의안번호 1903875 / 최민희 의원 등 11인)을 국회가 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2013. 11. 3

창작자의 표현에 검열과 탄압의 칼날을 들이민 데에
전 한국 만화계가 항거한 날을 기념하는 제13회 만화의 날에

한국만화연합

만화의날 리플릿1

만화의날 리플릿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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