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위축시키는 인터넷 표현물 규제 – 2024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

by | Dec 16, 2024 | 논평/보도자료, 세미나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 2024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서  

“인터넷 표현물 규제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주제로 발제 

한국은 국가권력이 강제적으로 인터넷상 표현물을 검열,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강력한 규제가 존재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민주주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2024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인터넷 표현물 규제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대표적인 인터넷 표현물 규제 두 가지(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제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 제도)를 개관하고, 이 규제들이 가지는 문제점과 입법적 개선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우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통신심의 제도는 방심위가 인터넷상 정보의 내용을 심의하는 제도로, 불법정보는 물론, ‘유해성’ 등 광범위한 기준으로 인터넷상 표현물들을 검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연간 약 20만 건에 달하는 인터넷상 정보들이 삭제·차단되고 있다. 심의규정에서는 ‘선량한 풍속 위반’, ‘폭력, 잔혹’, ‘차별, 비하’, ‘역사 왜곡’,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 ‘사회질서 혼란’ 등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심의기준이 나열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국민이 볼 것과 안 볼 것이 결정되는 ‘정보 통제’와 ‘건전성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방심위는 행정기관이며, 방심위의 통신심의 제도는 ‘행정기관’이 인터넷상 정보의 내용을 검열하는 것인데, 행정기관의 표현물 심의는 정부에 비판적인 합법적인 표현물들을 억제하고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은 이명박 정부 시절 ‘2MB18nomA’ 트위터 아이디가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키는 유해정보에 해당된다며, ‘과도한 욕설’ 심의규정 위반을 이유로 접속차단, 이용해지 등의 시정요구를 결정한 사례,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영상을 짜깁기 편집해 만든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약 45초 분량의 쇼츠 영상을 ‘사회질서 혼란’을 이유로 시정요구 결정한 사례 등 다수의 문제사례에서 드러난 바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 제도는 선관위가 선거법을 위반하는 인터넷 게시물에 대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삭제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는 제도다. 선관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21대 총선에서는 53,716건, 제20대 대선에서는 86,639건의 삭제 명령이 이루어졌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있었던 2022년에는 상반기에만 10만 건이 넘는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물이 본 제도로 검열되었다. 공직선거법상의 모든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보는 모두 삭제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본 제도는 이미 과도하다고 평가되는 공직선거법상의 일반 규제의 문제점과 맞물려 검열 대상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만들어 국민의 선거기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은 제도다.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유포뿐만 아니라, 후보자 등을 비방한 경우나, 후보자 등과 관련하여 지역, 성별 등을 비하한 경우, 여론조사 공표·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도 삭제명령의 대상이 된다. 일반인들이 개인 블로그나 웹사이트 게시판에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 인용하거나, 이용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간단한 설문조사도 여론조사 공표·금지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삭제되었고, 후보자에 대한 비판, 풍자도 ‘후보자 비방’으로 삭제되었으며, 선관위의 선거 개표 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선거의 자유 방해’라며 삭제한 사례들이 드러났다. 여야 비례대표 대표 후보들 중 전과기록이 있는 후보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제목에 여성 후보 2인만을 대표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기자를 비판하는 게시글,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던 당원에게 돌을 던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여성혐오성 범죄를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 등도 선거국면에서 남성에 대한 비하적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지역, 성별 비하’ 정보로 보아 삭제한 사례 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양 제도는 모두 국가 권력 기관이 국민의 표현물(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가권력이 국민의 민주주의 공론장에 개입하여 소극적인 ‘형성’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진정한 민의 형성을 방해하고 공론장을 왜곡시킬 위험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기관의 정보 검열 권한은 해악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매우 예외적이고 급박한 경우에만 행사될 수 있도록 한정, 축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심위 통신심의제의 경우에는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자율기구로 이양하고, 유해정보 심의는 폐지하며, 불법정보 심의는 법원의 명령이 필요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 제도의 경우, 선관위 역시 구성상 정치적 중립성을 완벽히 담보할 수 없는 기관임에도, 이러한 기관이 국가의 선거 업무의 관리를 넘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규제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민주주의를 가장 직접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인 선거기간에는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와 검증, 의견교환이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다. 이러한 시기에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확실하지 않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거나 다소 거칠게 후보자를 비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법부의 선거법 위반 여부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선관위의 판단만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자유로운 소통과 여론 형성을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선거기간 민주주의 공론장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또한 현행 공직선거법 자체가 ‘후보자 비방’, ‘지역·성별 비하’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규정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전반에 대한 검토와 더불어, 선관위에 광범위한 검열 권한을 부여한 공직선거법 제82조의4에 대한 폐지 혹은 법원 명령이 필요하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발제문 원문 참조 

발제문_인터넷-표현물-규제와-정치적-표현의-자유_손지원-오픈넷-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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