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3일,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콜럼비아 통신 당국인 콜롬비아 통신규제위원회 CRC(Comisión de Regulación de Comunicaciones)의 초청을 받아 400여 명의 중남미 정책입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9회 Taller 국제 규제 워크숍>에 패널로 참석했다. 워크숍은 독립 연구소인 쿠옌 인터내셔널(Cullen International)의 에즈키엘 도밍게즈(Ezequiel Dominguez)의 사회 아래 진행되었으며 전 세계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비영리 산업협회인 GSMA(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의 루카스 갈리토(Lucas Gallitto), 세계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텔레포니카(Telefónica)의 곤잘레스 로페즈-바라하스 우더(Gonzalo Lopez-Barajas Huder), 분산 컴퓨팅 및 클라우드 컴퓨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Akamai Technologies)의 크리스찬 보르그린(Christian Borggreen), 메타의 니나 커민스(Nina Cummins) 등이 함께 패널로 참석했다. 이 워크숍에서 박경신 이사는 한국의 발신자종량제를 중심 내용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모든 사람이 접속료만 지불하고 송수신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인터넷 구조의 이점, 한국의 사례가 어떻게 인터넷의 혁명을 퇴보시켰는지 다시 강조했다. 아래는 박경신 이사의 토론문 중 일부이다.
“빅테크의 네트워크 데이터 트래픽 사용 과다”에 대한 질문에 박이사는 만약 트래픽을 누가 전송하는가에 따라 구분한다면, 트래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통신사의 데이터이다. 현재 인터넷의 90%를 차지하는 서버-클라이언트 모델 하에서는 트래픽이 요청하는 사용자에 의해 발생하므로 이 표현이 더 정확하다. 클라로(Claro)는 콜롬비아의 네트워크의 최종 구간에서 45%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는 빅테크의 해저 케이블로 콜롬비아 국경에서 넘어온 전체 트래픽의 45%가 클라로 네트워크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말한다. 클라로가 국경에서 넘겨받은 데이터 트래픽의 45%를 사용한다고 해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또 트래픽이 특정 주체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은 다수의 협력에 의해 인터넷이 정보 혁명을 이룰 수 있었던 그 가치를 훼손한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이용해 자동차 여행을 하는 과정에는 자동차를 제작한 사람, 고속도로를 건설한 사람, 운전자, 도로를 관리하는 정부가 모두 관련되어 있다. 여행자가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를 이용했다고 해서 그 트래픽을 메르세데스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는 모두를 연결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콘텐츠 제공업체들도 모두를 연결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모든 국가간 인터넷 트래픽에는 국내 구간과 해외 구간이 있다. 콜롬비아의 사용자가 유튜브에 접속할 경우 HTML 파일은 구글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송된 후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된다. 지금까지 특정 콘텐츠 업체와 특정 통신업체가 서로 요금을 청구하지 않았던 이유는 상호간에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유튜브를 방문하려는 클라로의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었고, 클라로는 고객을 만족시키며 더 상위 계층의 ISP에 지불해야 했을 전송 비용을 구글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최종 구간 구축 비용이 더 비싸다라고 외친 것이다. 이 경우는 콘텐츠 제공업체를 최종 구간으로 불러오면 된다. 이미 X의 계열사인 스타링크가 최종 구간을 구축하고 있다. 구글의 룬 프로젝트와 메타의 태양광 비행기 와이파이도 곧 실현될 전망이다. 만약 통신사들이 이 일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된다. 그렇지만 반대로 통신사들은 독점을 유지하려고만 하고 있다. 한국 통신사들은 올해까지 수십 년 동안 한국에서 공공 와이파이를 금지하기 위해 로비를 해왔다.
“송신자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규칙은 경제적으로 타당하다?” 송신자 지불 규칙이 적용되면, 독점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지역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송신자 지불 규칙은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에게는 유리 천장으로 작용하거나 성장 의욕을 꺾을 것이다. 이 규칙이 도입되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들은 지역 통신사에 지불할 송신자 요금을 감당하기 위해 처음부터 유료로 서비스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들과 경쟁이 애초부터 불리할 것이다. 아니면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서비스 품질을 의도적으로 저하해야 하는데, 이는 트위치가 실제로 2023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철수하기 전까지 선택했던 방법이다.
“텔레포니카에 따르면 한국은 잘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높은 인터넷접속료로 한국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웠다. 전 세계 통신사의 자체 데이터 클리어링하우스인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접속료는 프랑크푸르트의 10배, 파리와 런던의 8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5-6배에 이른다. 텔레포니카의 자료의 출처는 무선통신 전체와 인터넷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 3개 통신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서 나온 것이다.
“인터넷은 양면시장이다. 그러니 이용자에게 빅테크 접속 비용을 청구하고 빅테크에도 이용자의 접속에 비용을 청구해도 괜찮다?” 어떤 ISP도 VISA나 Master 카드처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만약 어떤 ISP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인터넷’이라는 상품을 누군가에게 판매한다면, 그 ISP는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다른 모든 컴퓨터와 온라인으로 통신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전 세계의 모든 다른 ISP와 협력해야만 한다. 현재 ISP의 협력 방식은 송수신 트래픽양에 대해 서로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연결 용량에 대해서만 비용을 청구하는 ‘빌 앤 킵’ 모델이다. 이 방식은 이용자 수준까지 내려가 개인이든 대기업이든 모든 이용자가 지역 ISP에 한 번만 비용을 지불하면, 그 비용으로 전 세계의 다른 모든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한다. 인터넷에서는 양면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다. VISA는 Master 카드를 받기로 동의하지 않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인터넷에서는 각 ISP가 이미 서로의 트래픽에 동의했기 때문에 수락할 수밖에 없다.
“CDN은 이미 현지 통신사에 전송된 트래픽양당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 다만 자발적으로 지불하고 있다. 상업용 CDN은 유료 고객이 있기 때문에 현지 통신사가 독점권을 행사하여 발신자에게 CDN에 비용을 청구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fair share’ 거래의 문제점은 법으로 이러한 지불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의 또 다른 황금률인 상호 연결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특정 국가와의 연결 비용이 너무 비싸서 연결을 거부한다면 이 규칙이 어떻게 시행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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