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기사 배열에 ‘공정성’ 심의 도입하려는 신문법 개정안(양문석 의원안, 2202577)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by | Aug 29, 2024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4. 8. 28. 포털 뉴스 기사 배열에 ‘공정성’ 심의를 도입하려는 신문법 개정안(양문석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02577)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양문석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02577)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주요 내용

본 개정안은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 하여금 “고의적으로 기사배열을 조작하여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나아가 본 법 제39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 

2. 본 개정안의 위헌성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가 인터넷뉴스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기사를 배열하는 행위는 영업 수행에 있어 필요불가결한 행위이자, 일종의 편집권으로 뉴스(표현물)를 제공, 매개, 배열하여 사상을 전파하고자 하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의 영역임. 따라서 일정한 기사 배열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본 법안은 언론·표현의 자유 제한 규제라 할 것임. 

헌법상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는 보다 엄격한 명확성이 요구됨. 헌법재판소는 “법률은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은 민주주의ㆍ법치주의 원리의 표현으로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요구되는 것이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며,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고 설시함(헌재 2002.06.27 결정, 99헌마480). 

그러나 ‘공정성’, ‘객관성’은 매우 추상적·주관적·상대적인 불명확한 개념으로 표현의 자유 규제의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없음. 즉, ‘공정성’, ‘객관성’ 위반이 있는지 여부는 판단자의 정치적 주관에 따라 그 판단이 심히 달라질 수 있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판단자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여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높음. 모든 언론사의 기사 혹은 특정 이슈에 있어서 모든 논조의 기사들을 똑같은 비중과 순서로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하였다고 판단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를 압박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는 것임. 

특히 이 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판단주체는 정부라 할 것인바, 국가가 언론 및 민주주의 공론장에 ‘공정성’이라는 추상적인 잣대를 가지고 함부로 개입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는 정부가 정부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는 데에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높으며, 그 자체로 언론의 관치화를 도모하는 것과 다름없어 반민주적이라 할 수 있음. 또한 사회적으로도 정치권의 언론 탄압 수단화, 공정성 시비 등 불필요한 정쟁 수단화, 국민 여론 분열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소지가 큼.

현재도 정부가 방송 심의의 ‘공정성’ 조항 위반을 이유로 다수의 제재를 내린 것에 대해 공정성 심의가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치적, 사법적 분쟁, 위헌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 미국은 1987년 방송에 대한 ‘공정성’ 심의가 그 모호한 기준 때문에 언론이 과도한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정치적 쟁점 보도는 피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방송 심의의 ‘공정성 원칙’을 폐기함. 

최근(2024년 7월) 미국 대법원은 플랫폼의 정치적 콘텐츠에 대한 자율심의를 금지하는 텍사스·플로리다법에 대해 ‘각 주 정부가 자신의 관점에 따른 이념적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사적 주체의 표현 행위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그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고 하며 사실상 위헌 취지의 환송 판결을 내림. 이 판결은 국가가 “중립성”, “공정성” 등의 명분으로 플랫폼의 자율적인 콘텐츠 선별이나 큐레이션 등을 제약하는 것은 국가 검열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본 개정안의 위헌성 판단에도 참고할 만함.

한편, 인터넷뉴스 서비스 제공에 있어 기사 배열은 필수불가결한 행위이며, 그것이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든, 개별적·수동적 편집에 의한 것이든 모든 기사 배열 행위는 서비스 제공자의 의도에 기한 행위임. 따라서 인터넷 뉴스 서비스 제공자의 모든 기사 배열 행위가 ‘고의적으로 기사배열을 조작’하는 행위에 포섭될 수 있어, 이 부분이 제한적 요건으로 기능할 수도 없다고 할 것임.

3. 결론 

‘공정성’, ‘객관성’이라는 불명확하고 주관적, 추상적, 상대적인 기준으로 언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본 개정안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위헌성이 심대한 법안으로 폐기되어야 함. 

신문법-개정안양문석의원안_2202577-의견서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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