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일(금)부터 오늘까지도 검찰에 의한 통신이용자정보(이하,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통보받은 언론인, 언론운동 활동가, 인권운동가, 정치인, 노동운동가, 일반 시민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약 3,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검찰의 통신자료 사실 통지에 따르면 3,000여 명의 정보제공을 위해 3건(문서번호 2024-87, 116, 117)의 문서를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하반기 기준 검찰이 문서 1건당 평균 9.2건의 전화번호를 조회한 것에 비하면 이번 통신자료 조회는 문서 1건에 약 1,000여 건의 전화번호 조회를 요청한 유례없는 ‘사건’이다.
이토록 이례적인 검찰의 통신자료 요청이 이뤄진 올해 1월은 국민의힘이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인터뷰’를 두고 김만배, 신학림, 뉴스타파 · MBC 소속 기자 6명을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고발한 지 3개월이 된 시점이다. 이 3개월 동안 검찰은 뉴스타파 · JTBC 두 언론사와 뉴스타파 기자 2명 등 언론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명예훼손 사건으로 언론사와 언론인이 압수수색을 당한 사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단지 명예훼손 당사자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찰이 언론을 상대로 압수수색까지 나선 과도한 수사는 전혀 납득할 수 없다.
3,000여 건이라는 숫자는 검찰이 압수수색한 피고발인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토대로 통화 대상, 통화 빈도, 통화 시간 등을 파악하여 사건 관련 인적 연결망을 구성하려는 기초자료의 범위를 말한다. 검찰은 단지 가입자명과 전화번호만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데이터 확보는 어느 누구라도 사건의 관련자로 지목하여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이례적인 과잉 수사의 부작용이 결코 아니다. 오랫동안 시민사회단체는 검찰 · 경찰 · 국정원 등의 통신자료 제출 관련 법제도에 큰 허점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2022년, 6년 만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판결을 통해 지금과 같은 통신자료제공사실을 개인이 통보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통보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 없다. 검찰의 통신자료 사용 목적은 ‘수사’라는 단 두 글자뿐이고, 왜 조회 후 7개월 동안 유예했는지 이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당시 헌재 판결을 두고 통신자료 조회에 법원 영장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하며 관련 법령의 개정을 요구했지만, 여야 모두 적극적인 개정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정권이 ‘검찰 공화국’임을 확인한 데 그칠 수는 없다. 여야가 시민의 개인정보와 기본권 보호를 위한 통신자료 관련 법제도 개선은 미루면서 각자 이익에 따라 서로에게 ‘사찰 정권’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현행 법제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민간인 사찰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에 요구한다. 헌법이 부여한 입법자의 권한은 당신들의 정쟁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 보호에 쓰여야 한다. 그 시작은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이다.
2024년 8월 5일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네트워크 (약칭 21조넷)
공권력감시대응팀,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사단법인 오픈넷,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장애포럼(16개 단체,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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