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rIGF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검열, 이대로 괜찮은가?” 후기

by | Jul 24, 2024 | 세미나자료, 오픈블로그, 오픈세미나,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사회: 오경미(오픈넷 연구원, 시민사회)

발제: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시민사회)

토론:

김동찬(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시민사회)

김여라(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팀장, 공공기관)

심영섭(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전 방통심의위 위원, 학계)

희우(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시민사회)

영상 다시보기

요약 내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통신심의 제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상 정보의 내용을 심의하는 제도이다. 엄격한 법적 의미에서의 ‘사전적’ 검열 제도는 아니지만,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법적 판단 없이 표현물의 ‘내용’을 심의하여 유통의 금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표현물에 대한 행정검열로 기능하고 있다.

소수의 국가에서 유사한 제도가 운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불법성과 해악이 중대하고 명백한 정보에 대하여만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정보는 물론, ‘유해성’ 등 광범위한 기준으로 인터넷상 표현물들을 검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연간 약 20만 건에 달하는 인터넷상 정보들이 삭제·차단되고 있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무이한 수준의 온라인 행정검열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통신심의 제도는 인터넷상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방해하고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등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이 높아 문제된다.

방심위의 통신심의 제도의 헌법적 문제는 1) 심의 기준의 불명확성, 2) 방심위의 행정기관성, 3) 방심위의 정치적 구성에 있다.

통신심의 제도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심의 기준으로 정함에 따라 심의대상·기준에 관한 판단을 모두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의에 일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심위는 불법정보 뿐만 아니라 ‘유해정보’들도 심의하고 있으며, 위원회가 유해하다고 판단한 정보에 대해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의 접근까지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되는 삭제·차단 등의 시정요구가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통신심의 제도는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높은 제도다.

또한 방심위는 행정기관으로, 행정기관의 표현물 심의는 정부에 비판적인 합법적인 표현물들을 억제하고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남용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상 금기시되는 제도이다. 나아가 방심위의 구성은 정치권의 추천으로 이루어지는데, 정부 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3인의 정치적 구도는 친정부적인 방향의 ‘정치 심의’가 행해질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이러한 우려는 여러 실제 문제 사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1)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자율심의기구로 이양하고, 불법정보에 대한 삭제, 차단 결정은 법원의 명령 필요하도록 개선하고, 2) 심의 기준, 심의 대상 정보를 명확화하고 불법성이 명백하고 해악이 중대한 불법정보로 한정·축소할 것, 3) 방심위가 정부와 정치권력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구성, 운영되도록 현재의 정부, 국회 측 추천 방식을 폐지하고, 간행물윤리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와 같이 유관기관, 전문가 단체 추천 방식을 도입하고, 위원의 정수를 대폭 늘리고, 전문성을 보증할 수 있는 요건도 추가하며, 위원의 임명, 활동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방심위 위원 구성 방식의 개정이 필요하다.

발제자는 방심위 통신심의 제도의 헌법적 문제로, 1) 심의 기준의 불명확성, 2) 방심위의 행정기관성, 3) 방심위의 정치적 구성을 지적했다.

세부 내용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현재 통신심의 제도(방통위설치법)는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방심위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본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대통령령이 정하고 있는 정보는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결국 심의대상·기준에 관한 판단을 모두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의에 일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심위가 자체적으로 정한 심의규정에서는 자의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기준으로 한 정보들까지 심의 및 시정요구의 대상으로서 나열되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일명 ‘유해정보’들도 시정요구 방식의 단계적인 제한도 받음이 없이 재량으로 시정요구 유형을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가 유해하다고 판단한 정보에 대해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의 접근까지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되는 삭제·차단 등의 시정요구가 행해지고 있다. 즉, 정보의 종류별로 시정요구의 유형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접속차단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보는 ‘불법’정보뿐만 아니라 방통심의위가 정한 심의규정에 위반하는 ‘유해’정보, 불건전정보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선량한 풍속 위반’, ‘폭력, 잔혹’, ‘차별, 비하’, ‘역사 왜곡’,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 ‘사회질서 혼란’ 등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국민이 볼 것과 안 볼 것을 결정하는 ‘정보 통제’와 ‘건전성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기준은 매우 추상적, 자의적인 개념으로 이를 기준으로 표현물을 검열하는 방심위 통신심의 제도는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높은 제도다.

또한 방심위는 공식적으로는 민간독립기구로 분류되고 있고 스스로도 민간독립기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따르면 방심위는 행정기관이다. 결국 방심위의 통신심의 제도는 ‘행정기관’이 인터넷상 정보의 내용을 검열하는 것인데, 행정기관의 표현물 심의는 정부에 비판적인 합법적인 표현물들을 억제하고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남용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상 금기시되는 제도이다.

또한 방심위의 구성은 정치권의 추천으로 이루어지는데 결과적으로 정부 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3인이라는 정치적 구도를 형성하게 되고 여당 성향의 위원이 3분의 2를 차지하여 의사결정권을 쥐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친정부적인 방향의 정치 심의가 행해질 위험은 더욱 높고, 이러한 우려가 여러 실제 문제 사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자율심의기구로 이양하고, 불법정보에 대한 삭제, 차단 결정은 법원의 명령 필요하도록 개선하고, 2) 심의 기준, 심의 대상 정보를 명확화하고 불법성이 명백하고 해악이 중대한 불법정보로 한정·축소할 것, 3) 방심위가 정부와 정치권력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구성, 운영되도록 현재의 정부, 국회 측 추천 방식을 폐지하고, 간행물윤리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와 같이 유관기관, 전문가 단체 추천 방식을 도입하고, 위원의 정수를 대폭 늘리고, 전문성을 보증할 수 있는 요건도 추가하며, 위원의 임명, 활동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방심위 위원 구성 방식을 개정할 것 등을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김여라(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팀장): 현재 정보통신 환경에 맞게 통신심의 규정 전체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특히 심의 기준의 모호함이나 자의적 해석 및 결정의 오류 가능성 등에 대하여 경계하며 논의해야 한다. 또한 통신심의를 위한 새로운 기구 설치 필요성 및 위원 선임 등 거버넌스 재정비도 필요하다. 행정기관에 의한 통신심의는 사실상 검열로 기능할 위험이 높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미흡하며, 오히려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현재와 같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통신심의를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콘텐츠의 위험도와 영역에 따라 분리해서 일부는 민간자율심의기구에 맡겨야 할지, 이도 아니면 명백한 불법 정보는 사법부의 권한으로 두고 나머지는 모두 자율규제 방식을 따라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밖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 지연 문제, 심의위원 수의 적절성, 위원의 자격강화 및 다양성 확보, 위원장 인사청문회 도입의 필요성 등 심의위원회의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와 관련한 논의도 필요하다.

심영섭(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현재의 행정심의 기준은 사실상 심의위원에게 무한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자의적인 해석과 위헌적 심의 결정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문제가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는 과도한 행정심의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최근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기술 발달과 전 지구화하는 콘텐츠 유통 환경으로 개별 국가로 한정된 행정규제만으로는 해로운 내용물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사실상 어려우며, 또한 특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재 통신심의 제도는 여전히 소수 인력의 유해성 관찰과 사후 심의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현재 상황에서 소수 인력의 행정규제기관이 방송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 영역에서 콘텐츠에 대한 유해성 관찰과 사후 심의를 독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현실적으로 폭주하는 행정수요를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율규제와 행정규제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공동규제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몰려있는 행정기구의 권한을 축소하고, 민간영역의 참여를 확대하는 협치가 필요하다. 국가 임무의 일부는 민간자율기구에 위임함으로써, 시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율적 역량(시간과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어야 한다.

김동찬(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검열적 성격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법기관의 결정에 의해서만 표현물 유통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며, 재량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기준이 명확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라는 불명확하고 포괄적인 규정은 삭제되어야 하며, 방심위의 심의대상 정보를 불법성이 중대, 명백하고 해악이 급박하고 심대한 정보로 한정하고, 일반적인 유해성 심의는 국가의 강제가 없는 순수한 자율규제로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심의 주체가 누구든 1) 객관적 신고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절차를 개시해야 하고, 2) 전문기구에 의한 판단에 따라 심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3) 표현물 게시자와 정보매개자의 의견제출 및 진술기회를 보장하고, 신속한 불복절차(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는 등 엄격한 절차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방심위의 모호한 이중적 지위로 인해 방심위는 행정기관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통제에서는 벗어나고, 민간기구라면 가져서는 안 되는 과도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행정기관이라는 실체에 맞게 국회와 법률을 통한 통제를 강화하거나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자율심의기구로 이양하는 등의 근본적인 기구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희우(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심의대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일반 음란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등)보다 개인적 법익(디지털 성폭력물 등)을 침해하는 정보를 우선해 심의하도록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의 경우 그 피해가 모호하거나 불법성 판단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토론이 방심위와 같은 오래된 문제를 넘어, 플랫폼에서의 혐오발언 규제와 같은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0 Comments

Submit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최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