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은 2024. 6. 21. 허위조작정보 유포에 대한 처벌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허위조작정보 삭제 명령 권한 등을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장겸 의원안, 의안번호: 2200352)에 대해 국회에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본 개정안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위반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반민주적 법안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김장겸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00352)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주요 내용
본 개정안은 ① ‘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② 이를 유통, 게재한 자를 형사처벌하며(제71조제1항 제10호의2, 제74조제1항에 제3호의2), ③ 방통위가 삭제 등의 유통 금지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하고(제44조의7제1항 제6호의4, 제44조의11 제6항),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방지할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들 의무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 등의 명령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제73조 제5호, 제73조 제5호의2, 제76조제2항에 제4호의5, )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개정안은 규제 대상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헌법상 명확성 원칙,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
헌법재판소는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헌재 2002.06.27 결정, 99헌마480)”고 판시하여 표현의 자유 제한입법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음.
또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라고 하여, 형벌조항에 대해서 더욱 강화된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음.
본 개정안에서 ‘허위조작정보’ 규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기준이자, 동법 제74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벌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임.
본 개정안에서 규제 대상 ‘허위조작정보’는 ‘거짓 또는 왜곡을 통하여 정확한 사실관계를 오인하도록 조작된 정보’로 정의하고 있음. 그런데 ‘왜곡’, ‘오인’, ‘조작’ 등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으로, 이를 규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규제로 이어질 위험이 높음. 예를 들면 부분편집을 한 정보도 판단자에 따라 ‘왜곡’하여 ‘조작’되었다고 판단될 수 있고, 패러디물, 풍자물 등도 사실로 오인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음.
이러한 불명확한 정의 규정은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정보’가 무엇인지 표현주체인 국민에게도, 감시 및 삭제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사업자가 의무를 위반했는지 판단하고 과태료를 부과하여야 할 국가기관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함. 또한 이러한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기준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에 의해 남용될 위험도 높음.
즉, 본 개정안의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정보’ 정의규정은 표현의 자유 제한 규정 및 형벌 규정이 갖추어야 할 명확성을 갖추지 못하여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으로 평가됨.
3.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한 표현물 규제는 위헌
어떠한 표현의 내용이 ‘의견’인지 ‘사실’인지를 구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어떠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또한 사실의 존재는 증명하기 어렵거나 증거를 가진 측에 의하여 조작·은폐되어 끝내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음. 일정한 사실의 주장자가 당시까지 해당 사실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허위’로 분류될 수 있고, 이에 진실일 가능성이 있는 내용조차 함부로 규제될 위험이 큼. 따라서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행위를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됨.
헌법재판소 역시 이와 관련하여 일명 ‘허위사실유포죄’의 위헌결정에서 “‘허위사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명백한 관념은 아니다.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허위사실의 표현’임을 판단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난제가 뒤따른다 …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그 필요성에 의심이 있다.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아니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 세계적인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허위사실의 유포를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현재 찾아보기 힘들다(헌법재판소 2010. 12. 28. 결정 2008헌바157, 2009헌바88)”는 보충의견을 낸 바 있음.
또한 본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에서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정보’에 포함시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한명령,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대상이 되도록 하며(안 제44조의7제1항 제6호의4),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허위조작정보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시적 조치 또는 사인의 신고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치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령할 권한을 부여(안 제44조의11)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 할 수 있음.
그러나 이렇듯 행정기관이 사법부의 판단 전에 ‘허위’와 ‘진실’을 판단하여 이를 기준으로 표현의 허용, 유통 여부를 결정하고 강제하며, 형사처벌까지 예정하고 있는 것은 곧 헌법이 가장 경계하고자 한 국가의 전체주의적 표현물 ‘검열’과 다름없음. 국가의 표현물 검열은 반정부적 여론을 차단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아 민주국가에서는 금기시되는데, 본 법안은 이러한 반민주적 요소가 매우 큼.
4.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정보매개자)에 대하여 정보에 대한 유통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검열을 부추겨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
위와 같이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어떠한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조작된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는 삭제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대상 정보를 명백히 구분할 수 없음. 즉,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규제 대상 정보를 분류해내고 삭제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음.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즉 정보매개자에게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및 삭제의무를 부과하는 규율은 정보매개자가 제재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표현물을 차단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함. 이와 같이 정보매개자에게 정보에 대한 일반적인 감시(모니터링) 및 삭제의무를 부과하는 형식의 규율은 결국 정보매개자들의 과차단, 과검열을 부추기고 합법적인 표현물들까지 차단되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국제기준상 금기시되고 있음.
또한 ‘허위조작정보의 유통방지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은 정부의 자의적인 표현물 규제를 허용·예정하는 것으로,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보임.
현재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정보는 불법정보로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 차단 시정요구 제도 및 포털의 임시조치(게시중단) 제도로 유통이 차단되고 있음. 이 역시 사법부에 의해 명백히 허위성 및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판단되기 전에 표현의 자유를 선제적으로 침해하는 규제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음. 그런데 본 개정안은 더 나아가 ‘침해를 받은 자’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에 따른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음. 이는 지지세력이나 마케팅 업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자본을 가진 정치적·경제적 권력자들이 본인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높음.
그 밖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할 의무와 방통위에 대해 허위조작정보 조치 현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할 의무를 규정하고 이의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부분 역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방통위의 정보 검열 및 민주주의 공론장에 대한 개입, 감시, 관리 권한을 확장하는 것으로서 반민주적 요소가 다분함. 유통방지 책임자의 지정 및 투명성 보고 의무는 개인의 인격권 침해의 결과, 해악이 심각한 ‘불법촬영물(디지털성폭력물)’의 경우에 한정하여 특수하게 부여되고 있음. 그러나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허위조작정보’는 그 종국적 판단이 매우 곤란할 뿐만 아니라 해악도 명백하지 않으며 정치적 남용 가능성이 높은 개념인만큼 이를 이유로 한 규제는 물론이고, 과도한 의무 부과나 국가의 개입이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임.
5. 결론
본 개정안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위반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반민주적 법안으로 폐기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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