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개정입법 시한이 경과함에 따라 한국에서 임신중지는 2021년부터 완전히 비범죄화되었다. 임신중지는 더 이상 처벌의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정부는 변화한 상황에 맞추어 안전한 임신중지와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그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차별적이고 보다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방치되고 있다. 활동가, 의료 제공자는 물론이고 가장 중요하게는 촌각을 다투는 임신중단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에서 배제한다.
비범죄화 이후에도 보건의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안전한 임신중지 여건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정보와 안전한 임신중지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음을 호소했다. 임신중지에 대한 낙인에 뿌리를 둔 차별적인 언어와 행동, 임신중단을 위한 고가의 시술 비용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등재된 유산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은 여전히 보건복지부로부터 유통 승인을 받지 못해 의료기관에서조차 오프라벨로 미소프로스톨을 단독 사용하거나 혹은 대체 의약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술에 높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임신중지 권리 옹호 네트워크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및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의료기관이 진료 거부를 하거나, 법적 상황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처벌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며, 이를 통해 많은 비용을 내도록 요구받았다는 경험을 토로했다. 또한 이미 임신중단은 한국에서 비범죄화가 되었기 때문에 남성 파트너나 배우자의 동의를 요구할 이유가 없음에도, 의료기관이 파트너나 배우자의 동행과 동의를 요구하여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제약하고, 이로 인해 파트너에 의한 폭력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통해 임신중지약을 처방받았으나 약의 복용방법이나 효과, 후유증 등에 대해 안내를 받는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유산유도제를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고 보험 적용도 하지 않아 지속되고 있는 문제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임신부들은 2005년부터 약 200개국에서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와 접근을 제공해 온 국제 단체인 위민온웹(Women on Web)에 점점 더 많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베니 알라 시우루아(Venny Ala-Siurua) 위민온웹 전무이사는 “위민온웹 서비스는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매년 성장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에서 12,000명 이상의 임신부들이 위민온웹에 지원을 요청했다. 비범죄화 이후인 2019-2023년 사이 여전히 상당한 수인 11,121명의 여성과 임신한 사람들이 우리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는 한국에서 위민온웹 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필요성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성과 재생산 권리, 안전한 임신중지 시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위민온웹 웹사이트에 한국 여성들이 약사를 거치지 않고 유산유도제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이유로 2019년 위민온웹 웹사이트 3개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고 여전히 사이트는 차단된 상태다. 방심위의 위민온웹 사이트 차단은 명백한 검열로, 이러한 검열은 안전하고 시기적절하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권리, 과학적 진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필수 정보와 서비스를 공유하고 받을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권리를 침해한다.
“제한 없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와 임신중지에 관련한 양질의 논쟁을 보장하는 것이다. 위민온웹은 단지 유산유도제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정확하고 실행 가능한 임신중지 정보에 대한 접근을 돕고 서비스 이용자의 재생산 권리를 디지털 권리와 연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찾고 접근하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디지털 권리에 대한 침해는 성과 재생산 권리를 향유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라-시우루아 전무이사는 강조했다.
위민온웹은 한국에서 디지털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사회단체인 오픈넷(Open Net Korea)과 함께 국제연합의 지원을 받아 방심위의 검열에 대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현재 항소법원에 심리 중이며 5월 17일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오픈넷은 “방심위가 사이트 운영자에게 해명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고 비사법적 판단에 따라 위민온웹의 사이트를 차단한 것은 적법한 절차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위민온웹이 배포하고 있는 약물은 세계보건기구가 승인한 안전한 의약품임에도 약사를 통하지 않고 약물에 접근하게 할 수 있다는 단순히 기술적인 법률 위반만을 이유로 정보를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과잉 조치이며 헌법재판소의 판례에도 어긋난다. 위민온웹은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해외 약사를 연결해주고 있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약사법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방심위의 위민온웹 웹사이트 검열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제가 된다.
- 검열은 필수적이고 정확하며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정보를 무시하고 여성들과 임신부를 정보로부터 배제한다.
- 정부 기관이 온라인에서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정보를 결정하는 문지기 역할을 하며 위민온웹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 이런 공백은 잘못된 정보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관행으로 채워진다.
-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해 정보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개인의 기본 권리를 침해한다.
우리는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위민온웹 웹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하는 모든 행정 명령을 즉시 취소하라.
-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성과 재생산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여 정확한 재생산 건강 정보에 대한 무제한 접근을 보장하라.
- 한국 여성과 임신부의 필요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안전한 임신중지 관리와 연계한 명확한 지침을 수립하라.
- 표현의 자유와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가로막는 방심위의 역할을 재고하라.
* 위민온웹의 캠페인을 지지한다면, 양식을 통해 서명해주시기 바랍니다.
* 정확하고 진심어린 임신중지 진료가 필요하다면, 위민온웹(womenonweb.org, 혹은 www.abortion.kr)에 접속해 약을 이용한 임신중지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으세요.
* 디지털 억압에 맞서 정확한 임신중지 정보에 대한 접근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Repro Uncensored에서도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위민온웹은(Women on Web)은 2005년부터 약 200개국에서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와 접근권을 제공해온 국제 단체입니다.
오픈넷코리아(Open Net Korea)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을 옹호하는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입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모임넷)은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한국의 임신중지 권리 옹호 네트워크입니다.
자세한 정보 및 언론 문의는 위민온웹(info@womenonweb.org)이나 오픈넷(master@opennet.or.kr)으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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