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선 방안

by | Jan 3, 2024 | Uncategorized,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 0 comments

글 | 손지원

언론·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선 방안

○ 배경 및 전제사실

–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개인정보보호법의 목적은 정부나 대기업과 힘이 불균형한 정보주체인 개인들을, 강자의 ‘정보 감시’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것임.

–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의 기계적, 확장적 해석·적용은 힘없는 개인들의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제보, 고발 활동,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고, 이와 표리관계에 있는 시민의 알 권리 역시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음. 오히려 정치적·경제적 강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폭로를 막기 위해 제보자나 언론을 형사처벌로 위협하는 무기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함.

– 경찰의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CCTV를 언론에 제보한 인권 변호사는 경찰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검찰로 송치된지 1년 4개월이 지나서야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

– 대통령실은 2022년 10월, 관보에 실린 병무청 공고(공직자의 병역사항)를 통해 직원들의 개인 신상을 공개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바 있음.

– 경찰은 2022년 4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MBC 기자의 자택과 MBC 뉴스룸(보도국)을 압수수색하였음.

– 심지어 누군가를 고소·고발할 때 CCTV 등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조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도 나와, 타인의 ‘불법행위’를 증명하며 고발하는 것조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졌음.

– 이와 같이 개인정보보호법이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의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개인의 공익 제보, 사회 고발, 언론의 보도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언론·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음.

○ 문제점 및 침해되는 인권

1.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정의 규정 해석의 문제

–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5호에서 ‘개인정보처리자’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고, 제4호에서 ‘개인정보파일’은 ‘개인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일정한 규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배열하거나 구성한 개인정보의 집합물(集合物)’이라고 정의되어 있음.

– 이는 본래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는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매우 포괄적, 광범위하게 해석되고 있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어떤 정보집합체이든 체계적인 배열을 읽어낼 수 있다면 모두 개인정보 파일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업무’도 다소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기업이 아닌 개인도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될 수 있음. 예를 들면 중요한 범죄 장면을 포착한 블랙박스, CCTV영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되어 공공안전에 관련된 범죄사실도 공유하기 어렵게 됨.

2.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와 제17조의 문제

– 15조는 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이 허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제17조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이 허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GDPR과 같이 ‘공익적인 목적의 정보 처리’에 대한 허용 조항이 없어 일반 시민이 공익 제보를 위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이용·제공했을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면책 조항이 부재함.

3. 개인정보보호법 제58조의 문제

– 개인정보보호법은 제58조 제1항 제4호 “언론, 종교단체, 정당이 각각 취재ㆍ보도, 선교, 선거 입후보자 추천 등 고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집ㆍ이용하는 개인정보”의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일부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음.

– 위의 조항은 “수집・이용”과 “제공”을 구별해 규정하고 있어, 이 언론 적용 제외 조항(제58조 제1항 제4호)의 해석에 있어서도 면책의 범위가 언론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으로 국한될 우려가 있음. 기사 혹은 보도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기사를 ‘게재’하는 것을 기자가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기사 작성에 ‘이용’한 것으로 볼 것인지 제3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립된 기준이나 축적된 판례가 없어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음. 따라서 기사에 개인정보를 포함한 것이 ‘제공’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이 제58조 면책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로 의율될 위험이 높고, 이에 따라 언론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음.

– 58조 제1항 제4호 문언상 ‘언론기관’, ‘언론사’들만이 그 주체인 것으로 해석되고, 사인(개인)이 언론사에 ‘제보’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 쉬워, 개인의 공익 목적의 제보 행위를 명시적으로 면책해주는 조항은 부재한다고 볼 수 있음.

– 58조 면책은 개인정보보호법 일부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데, 특히 바로 다음에 규정된 폭넓은 형사처벌 조항인 제59조의 행위는 본조로 면책되지 않음. 이 때문에 제58조의 의미가 전부 형해화될 위험이 있음. 이를 위해서는 제58조의 면책의 폭을 더 넓히거나 제59조의 적용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함.

4.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의 문제

– 법 제59조(금지행위)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음.

– 문제는 위의 “권한”의 의미가 불분명하여 법 제15조, 법 제17조, 법 제58조의 각종 적법한 처리근거과 면책들이 59조가 요구하는 권한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불분명함. 그렇지 않다면 “누설”, “제공”, “이용”, “변경” 등의 폭넓게 정의된 행위에 어떤 개인정보 처리행위도 포섭될 수 있어 법 15/17/58조 등의 처리권한들이 모두 무의미해질 수 있음.

5. 소결

– 그 밖에 개인정보보호법은 ① 소송 제기에 법적 시효가 존재하지 않고, ②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과 같은 포괄적 위법성 조각 사유 조항이 없으며, ③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지도 않아, 정치적·경제적 권력자들이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남용할 위험도 큼.

– 이와 같은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들은 힘없는 개인들의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제보, 고발 활동과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고, 이와 표리관계에 있는 시민의 알 권리 역시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음.

○ 개선 방향 또는 대안

– 제2조 제4호, 제5호의 ‘개인정보처리자’, ‘개인정보파일’ 등은 본래의 법의 목적에 맞게 한정·축소해석할 필요가 있음. 즉, 수많은 정보주체들의 정보가 검색이 용이하게 모여진 집합체를 업무,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자만을 개인정보보호법의 수범자로 한정해석하거나 개정할 필요가 있음.

– GDPR(유럽 개인정보보호 입법지침)은 제85조에서 “표현의 자유와 화합하도록 입법할 것”을 요구하며 “언론, 학문, 예술, 학문 목적의 정보처리”가 보호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했음. ‘언론에 대한 제보’ 역시 ‘언론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공익제보에 더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음. 또한 언론 등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제6조 e항에서 ‘공익적인 목적의 정보 처리’는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수집, 이용, 제3자 제공을 분리하지 않고, “처리(proceessing)”라는 단일한 개념을 이용하여 이러한 면책조항들이 모든 개인정보처리 행위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구조임.

– 이러한 입법례를 참고하여, ① 제58조를 모든 개인정보 ‘처리’의 경우에 적용되도록 하고, ② 제15조와 제17조에 ‘공익적 목적의 정보 처리’의 경우에 면책하는 조항을 신설하며, ③ 제59조가 제58조와 제15조, 제17조의 면책조항을 기준으로 적용되도록 명시하는 등, 헌법 및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언론·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다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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