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자유권위원회 제5차 대한민국 자유권규약 심의 현지 대응 참가 후기

by | Nov 21, 2023 |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글 | 손지원

제5차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대한민국 심의에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 오경미 연구원, 윤홍기 연구원이 참여했습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3년 10월 19~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차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대한민국 심의에 참여하여 언론·표현의 자유, 인터넷 검열, 프라이버시 의제와 관련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오픈넷은 올해 7월부터 한국 시민사회 자유권 대응모임에 함께 하며 119개 NGO 공동 보고서 작업에 참여해왔습니다.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는 지난 제4차 자유권 심의에서도 권고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8년간 개선된 사항이 없었습니다. 또한 최근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형사 명예훼손죄를 정부 비판적 언론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남용하는 듯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이번 제5차 심의 결정문에서도 형사 명예훼손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국제인권기준에 반한다는 사실을 견고히 재확인받기 위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별도의 로비가 필요했습니다. 오픈넷은 형사 명예훼손죄,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검열 제도의 문제점, 현 정부의 언론의 자유 탄압 현황을 알리는 별도의 로비 문서를 작성하여, 대한민국 심의 담당 위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공감 등 한국 시민사회 자유권 대응모임 중 현지 대응에 참여하는 대표팀이 CCPR 센터 사무국과 소통하며 로비 방식, 일정을 공유해주셨고, 그 덕분에 수월한 로비 활동이 가능했습니다.

본 심의 직전인 19일(목)에 열린 CCPR 센터 주최 ‘NGO 비공식 브리핑’은 한국 심의 담당 위원(5인)들이 기존 시민사회 보고를 바탕으로 시민단체들과 심층적인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본 브리핑에서 명예훼손죄에 대한 추가 질의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시민사회에서 자유 발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오픈넷은 형사 명예훼손죄,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현실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폐지 권고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자유권위원회의 대한민국 심의는 19일 오후, 20일 오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국가보고서의 내용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위원들이 질문을 제시하고 한국 정부 관계자가 답변을 하고 추가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민사회 대표단은 이를 참관하며 심의 전후와 휴식 시간에 위원들에게 접근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다시 한 번 핵심내용을 설명하거나 정부 답변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위원들은 시민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민사회 현지 대응팀은 매 심의가 끝날 때마다 당일 정부 답변에 대한 반박자료를 정리해 전달했고 모든 심의가 완료된 후 위원회에 권고 내용을 제안하는 문서를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그 동안의 경과를 정리한 보도자료를 한국에 배포했습니다.

11월 3일,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대한민국의 제5차 자유권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가 발표됐습니다. 위원회의 최종견해에는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 폐지 등 다양한 분야의 권고사항이 담겼습니다.

‘표현의 자유’ 부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의 비범죄화를 고려하고, 징역형은 어떠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에 있어 적절한 형벌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또한 형사법이 언론인이나 반대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민주주의 작동에 필수적인 비판에 대한 관용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고도 권고했습니다. 이러한 권고의 배경으로 정부나 기업의 이해관계에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한 언론인들이 형사 기소를 당하고, 고위공직자와 선출직공직자들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인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우려를 표했습니다.

[관련 글]
[논평] 유엔 자유권위원회, 한국 정부에 형사 명예훼손죄의 폐지 및 반대 언론 탄압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 것 권고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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