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경미(오픈넷 연구원)
혐오 차별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 재난으로부터, 혐오표현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토론회
일시 : 2023년 10월 27일(금) 오후 13:30~16:30
장소 :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
공동주최 : 국가인권위원회, 4·16재단,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국회의원 권인숙, 국회의원 강은미, 국회의원 용혜인
지원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좌장 : 염형국(국가인권위운회 차별시정국장)
패널 : 조인영(공익인권법재단공감 변호사), 김언경(미디어연구소뭉클 소장), 송해진(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이재현님 어머니), 박성현(4·16재단 나눔사업 1팀장), 오경미(오픈넷 연구원), 이승우(행정안전부 사무관), 이병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장), 김기호(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유해정보대응사무관)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오후 13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4·16재단,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국회의원 권인숙, 국회의원 강은미, 국회의원 용혜인이 공동으로 주최한 <혐오 차별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 재난으로부터, 혐오표현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석해 혐오표현 대응 방안에 관한 오픈넷의 의견과 그간 오픈넷이 기울여온 노력을 공유했다. 아래는 토론문과 토론회 내용에 관한 간략한 후기다.
오경미 토론문
혐오표현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차별금지법 제정과 사회적 연대, 교육의 적극적 고려 및 기술의 이용이 중요하다
오늘 토론의 쟁점은 이와 같은 혐오표현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규제 내지는 제어할 것인가일 것이다. 오픈넷은 모든 비난과 조롱 등 감정표현을 금지하려 하지 말고 혐오표현에 해당하는 것들을 포착하여 비례적인 규제를 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한국은 「국가보안법」 제7조,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제도 등의 법률과 제도로 표현에 대해 강한 국가 규제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반면 혐오표현이나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을 규제하는 법률은 부재하다. 대신 모욕죄가 혐오표현 규제를 대신하고 있다. 모욕죄는 범위가 매우 넓고 모욕을 처벌한다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입법취지로 하여 제정되었기에 현실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생산하고 있다. 모욕이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에 문제적이다. 일반인에게 서울시장이나 하쇼라고 이야기한다면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생각하는 이에게 같은 말을 하면 그는 모욕을 느꼈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올바름을 말하더라도 모욕적일 수 있다. 예술가가 정치인이나 대통령을 비판하는 작품을 발표하거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그와 같은 비판의 발언을 했다면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올바른 표현이라 하더라도 비판의 당자사는 모욕을 느꼈다고 불쾌해할 수 있다. 이렇듯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운 모욕죄는 더군다나 형사 처벌의 형태로 존재하기에 현실에서는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탓에 모욕죄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주요 국제인권기구들 역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에서 명시한 표현의 자유 보장을 강조하면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철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오픈넷이 제네바에서 참가한 대한민국 인권협약 심의에서도 거론되었지만 표현의 자유 일반논평 34호에서 특히 의견이나 감정의 표명에 대한 형사처벌을 금지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0조는 종교, 국적, 인종에 따른 적대 및 차별의 선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표문에도 나와 있듯이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표현 리포트」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다양한 국제기준과 해외 입법사례, 혐오표현의 내용·효과까지 포함하여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①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②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위의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의에 따라 혐오표현 대응책을 세우려면 이미 발제자분도 언급하셨지만, 차별금지를 토대로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급선무다.
한국 역시 차별금지를 토대로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률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제3항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 .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 . .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이다. 형사처벌하지는 않지만 그 법을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겪어왔던 차별의 역사를 고려할 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유발할 위험이 높은 표현만을 골라서 적용한다면 훌륭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면 법적인 규제 측면에 있어서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건너뛰거나 차별금지법과 무관한 모욕죄 처벌 강화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만을 심화하여 사회적 갈등만을 증대시킬 것이다.
또 차별금지에 초점을 맞춘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조인영 선생님께서 구분한 3단계로 분류된 혐오표현 중 법적인 규제가 어렵거나 필요성이 애매모호한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이와 같은 표현들은 세세하게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과하게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오픈넷은 이에 대해 두가지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약자에 대한 사회적 연대와 대항표현 장려 그리고 시민 대상의 교육이 해답이라 생각한다. 조인영 선생님께서 참조하신 “혐오표현에 대한 국제연합의 전략과 행동계획”은 이 맥락에 포함될 것이다. 이 행동계획의 13개 약속 중의 어느 하나도 혐오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을 포함하고 있지 않음을 주시해야 한다. 오픈넷은 모욕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연대와 대항표현, 교육 활동을 병행해왔다. 그 중 2021년 2월 24일 오픈넷이 개최한 대항표현에 관한 포럼의 발제 내용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다. 포럼의 발제자였던 혐오표현 프로젝트 연구팀장인 캐시 버거는 SNS 상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를 토대로 대항표현에 대해 진행한 연구를 소개해주었다. 연구 결과 혐오표현을 발화하는 발화자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했으나 혐오표현을 초래하는 SNS 상의 게시물이나 댓글들이 사장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긴 것은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이 대항표현을 지지하지만 소극적으로 방관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또 대항표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보다 많아야 효과가 컸고, 권위가 있는 사람이나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대항표현을 하거나 참여했을 때 그 효과가 더 컸다고 한다. 그 외 오픈넷은 가짜뉴스, 혐오표현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두 번째, 유엔전략의 13개 약속 중의 하나가 “기술의 이용”이다.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시스템은 혐오표현이 증폭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플랫폼들이 혐오표현을 자발적으로 억누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플랫폼은 민간기업이므로 법적 혐오표현에 포함되지 않는 게시글을 제어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위와 같이 규제필요성이 애매모호한 글들도 통제할 수 있다.
토론회 간략후기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조인영 변호사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표현이 여전히 난무하므로, 혐오표현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며 이를 전제로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조 아래 <혐오표현에 관한 국제연합의 전략과 행동계획: 국제연합 현장조직을 위한 세부 이행 지침>을 근거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연경 소장은 사회적 재난 참사 피해자들에게 쏟아졌던 혐오표현을 복기하며 사회적참사위원회의 권고안을 참조해 재난피해자의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 제언과 피해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그 권리를 정부가 이행할 것을 제언하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주목할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송해진님과 4·16재단 나눔사업1팀 팀장인 박성현님이 이태원참사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로 인한 피해 실태와 재난 피해자들이 피해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인정받으면서도 비난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촉구했다.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인 유승현은 현행법상 온라인 혐오표현을 직접 규율하는 입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내용에 따라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경우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으로 적용할 수 있으나, 집단에 대한 적용 가능성이 희박해 그 실효성이 낮고 특히 특정 개인들에게 직접 행해지는 사적 혐오표현은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지만 대상이 개인으로 특정되지 않은 공적 혐오표현 규제에 관해서는 추가 법령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발언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오고 간 눈여겨 보아야할 논의는 다음과 같다. 혐오표현에 대한 국가나 정부의 실질적인 대응방법의 구체적인 상이 있느냐는 강언경 소장의 질의에 유승현 교수는 언론의 영역은 보도준칙에 혐오차별을 반영해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노력에 맡겨야 하나, 온라인 플랫폼 같은 경우는 자율규제에 맡겨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가 지원하고 관리감독하는 틀을 가지고 가면서 실질적인 모니터링 감시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하는 등의 새로운 규제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로어에서는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마련한 <재난피해자 권리보호 인권 가이드라인>이 오늘 토론회에서 더 많이 다루어졌어야 하고, 이 권고를 정부 기관들이 어떻게 참고하고 이행하고 있는가가 언급되었어야 하지 않나는 지적이 나왔다. 또 법적으로 처벌이 어려운 수준의 혐오표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성현 팀장은 재난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어떻게 무너졌고, 어떤 말이 칼이 되었는지, 피해자들의 권리를 한국 사회가 보장하지 않아 그 삶이 얼마나 고립되었는지, 고립되고 있는지를 우리 사회가 경청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 과정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