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를 통해 가짜뉴스 근절과 신속 피해구제를 위한 원스톱 ‘신속심의‧구제제도(패스트트랙)’를 구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방통심의위는 9월 21일 ‘가짜뉴스’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여 긴급·신속 심의를 진행할 것이며, 인터넷 언론사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심의를 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행정기관이 모든 언론 보도와 인터넷 정보를 검열하고 정보를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명백히 반민주적이고 위헌적인 행태이며, 언론·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방통위의 무리한 검열 시도를 전면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정보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한 ‘가짜뉴스’ 검열은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는 일명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 허위정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한다’와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이미 위헌선언을 한 바 있다.
더군다나 국가의 표현물 검열은 반정부적 여론을 차단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정치적으로 남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민주국가에서는 금기시된다. 어떤 사실이 허위이고 진실인지 판단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국가가 그 판단자가 되어 검열 권한을 가지게 되면 결국 국론에 반하는 사실을 모두 허위로 몰아 금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반민주적, 독재적 정권일수록 ‘가짜뉴스’ 규제에 힘을 쏟는다. 이번 방통위,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규제 강화 발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된 뉴스타파 보도 사건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결국 반정부적 보도·표현물을 규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방통심의위는 지금까지 언론중재위원회의 소관으로 심의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인터넷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도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른 불법・유해정보 심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신문이나 방송·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인터넷 정보와 같은 ‘통신심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기존의 언론 규제 체계(언론중재법, 신문법, 방송법 등)를 전복·무력화시키고, 모든 언론을 방통위, 방통심의위의 행정기관의 포괄적이고 직권적인 검열 권한 하에 두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언론 등록 관할 지자체 등 행정기관과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유해정보 유통사실을 통보하고, 경찰 수사의뢰 등 적절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털 등의 사기업에도 조치를 압박하며 전방위적인 정보 통제를 시도하고, 반정부적 매체에 대해 사법적 압박과 더불어 관할기관을 통해 등록 취소, 폐간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방통위, 방통심의위가 주축이 되어 끊임없이 벌이고 있는 언론 탄압과 언론 장악 시도들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국회는 방송법을 개정하고 유엔의 권고대로 인터넷 행정검열 제도(방통심의위 통신심의 제도, 방통위의 취급 거부·정지 또는 제한 명령 제도)를 폐지하고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자율기구로 이양하여, 방통위와 방통심의위의 언론 장악, 나아가 인터넷 장악 시도를 막아야 할 것이다.
2023년 9월 22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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