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4. 사단법인 오픈넷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정정보도청구 등 조정 신청을 받으면 해당 기사에 대한 접근을 3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는 일명 ‘언론 기사 임시조치법’인 『언론중재법 개정안』(김승남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2122955)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사(표현물)의 위법성에 대한 사법부 등의 실질적 판단 없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이 신청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강제하는 본 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언론·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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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김승남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2122955호) 에 대한 의견서
1. 본 개정안 및 의견 요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승남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2122955호, 이하 ‘본 개정안’이라 함)은 언론중재위원회가 같은 법 제18조 제1항에 따라 정정보도청구 등 조정 신청을 받으면 해당 기사에 대한 접근을 3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차단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임시조치 등’이라 함)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기사(표현물)의 위법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없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이 신청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강제하는 본 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언론·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으로 폐기되어야 함.
2. 표현물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전 당사자의 주장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물에 대한 접근을 일단 차단하는 방식의 표현물 규제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됨.
표현물에 대한 ‘접근 차단’은 표현물의 유통을 금지시키는 것으로서, 즉각적으로 표현 주체의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다른 독자들로 하여금 해당 표현물을 접할 수 없도록 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임. 즉, 표현물의 유통을 즉시 금지시키는 ‘접근 차단’은 기간의 정함이나 장단을 불문하고 잠정적이거나 임시적인 제한이라고 할 수 없으며, 표현의 자유의 가장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방식이라 할 것임.
본 개정안의 임시조치 등의 대상 기사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기사가 아니라, 당사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여 문제 기사라고 주장된 것에 불과한, 합법성이 일응 추정되어야 하는 기사임. 그럼에도 이를 일단 차단하여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것은, 사법권의 판단 없이 표현이 확산되기 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선제적 제한으로, 사실상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는 표현에 대한 사전 허가, 검열과 유사한 방식의 사전 제한, 사전 억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며,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함.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 제한, 사전 억제가 원칙적으로 금기시되는 근본적 이유는 사상과 관념이 대중들에 의한 평가 ․ 선택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고, 특히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집권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으며, 사전 제한이 추후에 부당한 것으로 판정된다고 하더라도 뒤에 발표된 표현은 시의성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임. 즉, 표현 행위에 대한 사전 억제는 정보의 흐름을 언론의 자유시장에 도달하기 이전부터 이른 단계에서 차단하고 표현행위자뿐 아니라 수용자 측의 자유를 제한함과 동시에 정보전달의 시의성(時宜性)을 잃게 함으로써 그 의의를 감소 또는 상실시키며, 또 표현의 시장에서 비판받아 진리에 도달하는 길을 막고 타당한 정책형성에 지장을 줌. 사전 억제가 이루어지면 그러한 제한조치가 사후에 번복된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언론의 즉각성과 시의성에 손실이 생김. 특히, 언론 기사는 대부분 중요한 공적 관심 사안을 다루고 있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현안에 대하여 중요한 사실을 알고 여론 형성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언론 활동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시의성’은 언론의 자유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요소라 할 것인데, 사전 억제는 이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 침해의 정도가 매우 심각함.
언론이 사상의 자유 시장에 도달, 확산하는 것을 막는 사전 억제보다는 전파를 허용하되 그 영향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사후 규제가 언론·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하는 방식이라고 할 것임. 현행법상 허위사실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기사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게 되고,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현행 언론중재법상의 조정 제도, 정정보도청구 등의 제도는 14일 내로 신속하게 조정 절차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이미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피해 주장자들에 대한 보호가 가능한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언론·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본 개정안의 임시조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됨.
또한 ‘접근 차단’은 필연적으로 표현물 ‘전체’에 대한 제한 조치라는 점에서도 최소한의 조치가 아닌 과잉한 조치로 해석될 수밖에 없음. 즉, 하나의 기사는 여러 문장·내용의 조합인데, 일부 내용의 문제로 기사 내의 다른 모든 표현 내용까지 유통 금지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과도함. 현재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는 기사 내용을 유지하되 문제가 되는 부분에 한하여 보다 정확한 정보를 함께 제공하여 인격권 보호와 언론의 자유를 균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로 용인될 수 있었으나, 기사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삭제, 차단을 강제하는 조치들은 필연적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기 어려움.
3. 타인의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하는 기사가 전파될 ‘개연성’, ‘가능성’을 막기 위해 합법적이고 공익적인 대부분의 기사들을 차단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법익 균형성에 위배
본 개정안상 임시조치 등의 대상 기사는 허위사실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 기사가 아니라, 일방 당사자가 권리 침해 ‘주장’을 하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청구’를 한 것에 불과한 기사임. 이러한 청구는 기사 내용상의 이해당사자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고, 의혹 제기와 권력에 대한 감시·견제·비판을 주 기능으로 하는 언론 활동에 있어서는 거의 모든 언론 기사가 이러한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 특히, 반론보도청구의 경우에는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그와 대립되는 반박적 주장을 보도해달라는 청구인데, 누구나 어떠한 기사가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도 내용의 허위성도 증명하지 않은채 청구할 수도 있는 것임.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된 정치적·경제적 권력자들이 본인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 형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언론 조정 신청을 남발하며 본 제도를 남용할 위험도 큼.
한편, 언론 기사는 대부분 공인이나 공적 관심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을 인정받아 합법적인 표현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넘어 언론 기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표현물로 더욱 보호가치가 높다고 할 것임.
2022년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언론관련판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소송에서 원고 비율은 단체 약 40%, 개인 약 60%이며, 개인 중에서도 공인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함. 즉, 대부분(약 80%)의 언론 분쟁 제기자는 공인이나 단체이며, 이는 분쟁 대상 기사들이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공인이나 단체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기사라는 점을 알 수 있음.
본 개정안은 이렇듯 중요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나아가 언론을 통해 충족되는 국민의 알권리 역시 제한됨. 또한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 내지 정보 접근권이 제한되면 이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로막아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여론 형성을 저해하게 됨.
즉, 본 개정안은 타인의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하는 기사가 전파될 ‘개연성’, ‘가능성’을 막기 위해, 합법적이고 공익적인 대부분의 기사들을 차단 대상으로 만들어 언론 기능의 마비를 가져오고 시의성 있는 여론 형성이 중요한 민주주의 사회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어 법익 균형성에 위배함.
4. 보론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 제도 역시 국제인권기준에 위반하여 유엔으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은 바 있는 제도로, 이러한 방식의 표현물 규제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나아가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는 문언상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 해석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재량적 판단의 여지가 있는 반면, 본 개정안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임시조치 등을 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법적 강제성이 명백한 침익적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는 면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 제도보다 위헌성이 더욱 심대함.
본 개정안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접근을 차단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령으로 기사에 대한 접근 차단 뿐만 아니라 다른 조치들도 규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음. 이는 행정기관 등이 자의적으로 언론에 대한 각종 침익적 조치를 창설할 수 있도록 하는 여지를 둔 것으로,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도 위반하는 것으로 보임.
5. 결론
본 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언론․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으로 폐기되어야 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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