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페미니즘 예술제> 작가 3인 퇴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어떤 과제를 남겼나?” 토론회

by | Jun 13, 2023 | 세미나자료, 오픈블로그, 오픈세미나,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글 | 김복희(고려대)

일시 : 2023년 5월 3일(수) 오후 3~5시

장소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서울 서초구 서초대로46길 74, 스탠다드 빌딩 2층)

공동주최: 블랙리스트 이후(준), 문화연대, 오픈넷

사회: 오경미(오픈넷 연구원)

발제 1. 김지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페미니즘 예술제에서 전시 배제 : 페미니스트 예술인에 대한 차별과 성산업 종사자에 대한 차별

발제 2. 박이은실(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운영위원) – 성매매라는 범죄와 성노동자라는 현실을 안은 성평등의 딜레마

발제 3. 정윤희(문화연구자, 블랙리스트 이후(준) 디렉터) – ‘예술인 권리’를 둘러싼 형식과 실질간의 오작동

토론: 문은미(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교수), 이두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이진실(미술비평가), 홍태림(미술비평가)

발표자료

2023년 5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블랙리스트 이후(준), 문화연대, 사단법인 오픈넷이 공동으로 주최한 “<페미니즘 예술제> 작가 3인 퇴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어떤 과제를 남겼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3인의 발제와 대면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2022년 7월 16일과 18일, 전주시가 설치 및 운영하는 기관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이하, 성평등전주)가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에 참여 작가로 선정된 10인의 작가 중 3인(작가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이하, 작가 3인)이 특정 개념을 사용하고 자신들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또한 그 의견이 전시에 표출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배제했던 사건을 다뤘다.

본 토론회는 해당 사건이 예술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차별이라는 문제와 닿아있음을 가시하화하고 해당 사건을 중심으로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 관해 그 문제성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고자 했다.

발제 1. 김지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페미니즘 예술제에서 전시 배제 : 페미니스트 예술인에 대한 차별과 성산업 종사자에 대한 차별

김지혜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는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 탈출> 전시에서 작가 3인이 배제된 경위와 그 성격을 밝히며 발제를 시작했다. 작가 3인은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해 ‘예술제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성평등 관점의 시각예술창작물을 보유한 예술인’으로 선정되었으나, 작가 개인이 특정 사회적 신분(성산업 종사자)과 사상(‘성노동’ 개념을 인정하는 페미니즘 사상)을 가진다는 이유, 혹은 그러한 신분과 사상이 향후에 표출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전시에서 배제되었다. 전주시와 성평등전주는 전시 장소의 의미를 근거로, 페미니즘 예술제가 반성매매 입장에서 개최된 것이라는 주장을 전제하며, 반성매매 입장과 다른 입장을 가진 예술가들의 선정이 취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성매매 가치’ 관련하여 설명과 기준이 일체 제시된 바 없기 때문에 성평등전주에서 주장하는 차별의 논리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즉, 이들 작가 3인에 대한 배제는 그 이유가 합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해당 행사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전액 지원받는 예술지원사업에서 벌어졌으므로 문제가 된다.

페미니즘 예술제에서 공고된 기획의도 및 지원심사기준과 무관하게 사회적 신분 또는 사상을 이유로 작가 3인을 배제한 것은 비례원칙을 위반하며,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완화된 심사척도를 적용하더라도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성산업 종사자에 대한 차별이며 여성주의 작업을 하는 예술인에 대한 차별이며, 운동 진영 간의 논리 문제를 넘어서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개인/예술인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 이 사건은 성산업 종사자가 자신이 겪은 차별을 진정하는 첫 사건이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한 장소에서 개최된 페미니즘 예술제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을 해석하고 기록하는 과제를 남겼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작가의 사회적 신분(성산업 종사자)을 이유로 차별을 했다는 점, 작가의 사상을 이유(‘성노동자’라는 개념이 가능하다는 의견의 표명)로 차별을 했다는 점이 특히 문제적이다.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페미니즘 예술제 취지에도 어긋날 뿐더러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 등과 지원사업 배제 지시에 관한 위헌소송 사건에서 “특정한 표현행위에 대한 반응으로써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적인 제한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앞으로 유사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표현행위자의 특정 견해, 이념, 관점에 근거한 제한은 표현의 내용에 대한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제한”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헌재 2020.12.23. 2017헌마416). 또한 이 사건은 국비와 시비를 집행하는 사업에서 특정한 운동 진영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의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특정 진영의 입장을 견고화 하려는 목적은 보이나 이 목적은 그 자체로 정당성이 없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비례원칙에 위반되며, 작가 3인의 각 평등권을 침해한 사건이다.

발제 2. 박이은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운영위원) – 성매매라는 범죄와 성노동자라는 현실을 안은 성평등의 딜레마

박이은실 위원(이하, 박이 위원)은 성평등전주 사건에서 불거진 성노동 종사자에 대한 인식 문제를 다뤘다. 박이 위원은 성매매가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가(근절론, 비범죄화론 등)를 먼저 ‘성매매 특별법’의 두 갈래, ‘성매매 처벌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런데 성매매에 종사하는 이들을 구제 받아야 할 피해자로 규정하든, 윤락녀라고 하여 도덕적으로 매도하든, 두 법은 모두 불특정인과 성행위를 하고 금품 등의 대가를 받는 행위를 불법적인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성매매라는 범법 행위를 하는 이들이 사회경제적 상황에 의해 구조적으로 강제된 것이므로 정상을 참작하여 성노동 종사자들을 구제 대상인 ‘구조적 피해자’로 여긴다. 따라서 성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을 범죄자가 되지 않으려면 피해자로만 규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현행법의 논리는 성매매 종사자들을 자기 행위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위치에 놓게 되므로, 이들로 하여금 권리를 요구할 권리를 가질 수 없는 딜레마를 일으킨다.

박이 위원은 성노동자가 품고 있는 딜레마, 즉 자신이 하는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함을 주장했다. 성매매 종사자를 노동자로 규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희생자, 피해자, 구제대상자로 놓는 것만 가능한데, 이는 이들이 처한 상황이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매매 종사자들을 노동자로 논의하는 것은, 성매매 노동을 옹호하고 시장 논리를 긍정하는 주장이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이들 역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비롯한다. 업주들과의 계약에만 묶인 채 다른 모든 사회적 관계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성매매업 종사자들이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 방향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을 불법화하고 범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박이 위원의 주장이었다. 구제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피해자다운 피해자의 위치가 아니라, 성매매업 종사자 역시 평등한 여성으로서 위치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 3. 정윤희 (문화연구자, 블랙리스트 이후(준) 디렉터) – ‘예술인 권리’를 둘러싼 형식과 실질간의 오작동

정윤희 디렉터(이하, 정 디렉터)는 ‘성평등전주’ 페미니즘 예술제 전시 퇴출 사건을 둘러싼 모순들을 짚어보며, 예술인 권리 침해 문제해결의 경로들을 탐색했다. 정 디렉터에 따르면 성평등 전주의 예술검열 사건은 예술인 권리보장 환경과 제도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 번째는 예술인권리보장 법제의 공정성과 신뢰, 책임성의 모호성 문제, 두 번째는 공공과 갈등, 협력하며 제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예술 환경과 당사자의 인식과 행위에 관한 문제이다. 정 디렉터는 예술인에게 권리 침해 문제가 발생했을 시, 이를 해결해야 할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의결 및 조치 과정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한 점, 기존의 예술인복지법에 의거한 실행체계가 어떻게 보완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지방분권 시대에 지자체의 예술인권리보장 시스템과 국가의 체계를 정비하는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정 디렉터는 이 사건을 통해 정치세력과 결탁한 지역문화예술 생태계가 문제가 됨을 알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생태계에 속해 있을 수밖에 없는(지원 받아야 하는) 예술인이 해당 사건에 대해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예술인 검열 및 권리 침해 문제가 예술인 공통의 과제가 되지 못하고 탄압받은 개인이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이는 전주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정 디렉터는 성평등전주가 행정에 대한 주체적 인식 없이 특정 세력이 주도하도록 자원을 제공하고 지역문화예술생태계를 통제해온 것을 지적했다. 더해서 예술인 권리보장 절차를 규정한 법의 실질적 요소들이 정작 권리 침해 사건에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토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두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성평등전주 사건은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미진한 부분과 연관이 있다. 성평등전주 사건은 명백하게 예술인 권리보장법 위반이다. 현재 부족한 지원 체계를 고려했을 때 이 예술인 구제 역할을 위원회가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예술인이 직접 시스템에 들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정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창작 환경에 대한 고민이 있다. 창작 과정에서 개인 혹은 창작 그룹이 혐오에 의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즉, 예술인 권리보장법 재개정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문은미(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예술인이 처한 고충과 페미니스트가 처한 고충이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성의 몸과 감정을 대상화해왔던 예술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역사성이 있음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표현의 자유와 페미니즘의 대척 지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이 표현의 자유를 보수적으로 살핀 측면이 있었으나, 이번과 같은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복잡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즉, 성평등전주 사건은 복잡한 관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성평등전주 페미니즘 예술제 사건의 맥락은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의 문제를 첨예하게 논쟁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반성매매라고해서 성노동을 배제하는 건 혐오의 일종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제의 문제 이전에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혐오와 배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논의해야 하는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안전하게 페미니즘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찰을 해야 할 것이다. 예술도, 페미니즘도 삶의 문제와 지역 지원금의 문제가 얽혀 있는데, 안전하게 하려다보면 노골적인 배제가 아니라 자꾸 자기 검열을 하게 되니까. 이런 미묘한 차원의 논쟁을 첨예하게 모두가 붙어서 이야기하고 표현의 자유와 인권침해의 경계를 잡는 걸 지금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교수) 견해차에 따른 차별은 문제가 된다. 지원금 사업 등의 시혜적인 행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설혹 표현의 내용에 대한 차별은 인정할 수 있더라도, 양 진영 중 한 쪽의 진영만을 선호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덧붙여 현재 성매매 특별법이 합헌인 이유는, 자발적인 성매매를 허용하게 되면 강제 성매매 또한 확산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의 도덕주의 기반과는 다른 결정이다. 이 또한 문제적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성행위 예외론에 잠식되어 있지 않나 하는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은 적극적인 동의가 부재하면 성폭력으로 보자는 식의 법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하여 성행위 예외론에 대한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이진실(미술비평가) 이 사건이 사회혁신이라는 테제와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지역단체뿐만 아니라 지역 여성들이 민관 협력사업을 통해 수년 동안 여성 인권과 문화재생사업을 해 온 선미촌이라는 현장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이 문제를 기존의 블랙리스트 예와 다르게 더 복잡한 층위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매매 종사자들이 이중의 억압을 견디고 있는 상황에서 반성매매와 성노동을 대립적으로 프레이밍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노동 개념을 둘러싼 문제점, 예술계 안에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첫째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작업들의 문제를 섬세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성매매 집결지를 역사화하거나 기억하는 작업, 정화하는 작업이 많은데 이것에 대해 적극적인 페미니즘적인 개입, 예술비평적인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선미촌의 경우 여성들이 협력해 업소를 매입하고 예술로 변모시킨 문화재생사업이라 손꼽히고 있는데, 이것은 정화라는 차원, 아트워싱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낙인 찍힌 공간, 음침하고 더럽다고 여겨진 공간을 정화하는 차원으로의 예술인데, 관의 의도와 부동산과 경제논리가 얽힌 지역사회의 문제 안에서 페미니즘 예술이라고 얘기한다면 어떤 지점이 좀 더 고민되어야 하는가 질문해야 한다. 성매매집결지를 기억하고 역사화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페미니스트들과 예술가들이 고민해야 하며, 그 안에서 영리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평등전주가 선미촌을 기록하고 역사화하고 페미니즘 예술로 가져가고자 한다면 더 세밀하고 더 열린 논의, 현명함이 필요했었어야 했다. 둘째로, 성매매 노동자 당사자의 발언에 대해서 피해자로서 표현되지 않는 경우, 반페미니즘적이라고 규정짓는 주장들이 난무하는데 이 주장에 대해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또 반성매매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보편적인 사실을 말한 것만으로도 편가르기가 일어나는 폐쇄적 논리를 내세우는 단체가 페미니즘/인권단체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적이라 생각한다. 예술의 영역, 예술 바깥의 영역에서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반페미니즘적이다라는 부분들을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홍태림(미술비평가) 설득 겸열, 합의 검열 등 부드러운 검열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에 앞서 이 성평등전주 사건을 논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검열의 발신자이자 수신자일 수 있는 예술 종사자들의 자각이 중요할 것이다. 이 논의는 반검열 운동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넓힐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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