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기사 댓글 폐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by | Mar 9, 2023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표현의 자유 | 1 comment

2023. 3. 9. 사단법인 오픈넷은 일명 ‘사회재난 기사 댓글 폐지법’인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한준호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9631)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한준호 의원안, 의안번호 2119631)에 대한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요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631, 이하 ‘본 개정안’)은 언론사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사회재난과 관련된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경우 해당 기사에 대하여 독자가 생산한 의견을 게재하는 게시판(이하 편의상 ‘댓글’로 통칭함)을 운영해서는 아니된다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안 제44조 제4항 신설), 위반시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음(안 제76조 제2항 4의4호 신설).

2. 본 개정안의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본 개정안의 입법목적 및 목적의 정당성 준수 여부

본 개정안은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에 희생자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성 댓글들이 작성되면서 그 가족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는바, 댓글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 표현을 넘어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의 비난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을 둘러싸고 희생자의 댓글 피해와 더불어 불필요한 사회 갈등도 유발되고 있는바 공동체 보호라는 측면에서 사회재난과 관련한 댓글 문제 해결이 요청되고 있다’는 점을 제안이유로 적시하고 있음.

이에 따르면 사회재난 관련 기사의 댓글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유족의 인격권 침해 및 사회재난과 관련한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방지하는 것이 본 개정안의 입법목적, 본 개정안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라 할 것임.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 및 유족의 인격권 침해 방지’는 일응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있겠으나, ‘사회재난과 관련하여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방지’한다는 목적은 사회재난을 둘러싼 시민들 사이의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가치에 역행하고 사회재난 이슈에 있어서 국론 분열 방지를 이유로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강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정당한 입법목적이라 보기 어려움.

나. 수단의 적합성 준수 여부

한편,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이나 혐오표현 등은 온라인 뉴스 기사의 댓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공간에서, 모든 형태의 온·오프라인 표현물로 현출될 수 있음.

오히려 인터넷 뉴스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발적, 부분적으로 채택한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로 인하여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의 여론 권력이 강화되거나 악성 게시글이 증가하였다는 기사도 있는바, 온라인 뉴스 기사 댓글 게시판이라는 한 공론장만을 막는 것은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나 유족에 대한 부당한 인격권 침해를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도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움.

다. 침해의 최소성 준수 여부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음. 표현의 자유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으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양된 보호를 받음(헌법재판소 1992. 2. 25.자 89헌가104 결정). 또한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참여적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우월적인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라고도 판시됨(헌법재판소 2011. 8. 30.자 2009헌바42 결정).

무엇보다 본 개정안은 온라인 뉴스 기사 댓글 게시판이라는 하나의 공론장 전체를 금지하는 형식의 규제로,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성 표현물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재난과 관련한 모든 내용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으로 보임.

당연히도 사회재난 관련 기사의 댓글은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나 유족에 대한 비난성 표현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대항표현이나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애도의 표현, 사회재난과 관련하여 진상규명을 촉구하거나 정부나 관리자 측의 부적절한 대응, 대비책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 시민들의 사회재난시의 적절한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내용 등, 사회재난 이슈를 둘러싼 모든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음. 일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표현물이 게재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이러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사상이 표출되며 사회적 논의가 오갈 수 있는 공론장의 운영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사회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전체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임.

하나의 공론장 자체를 차단하는 극단적 방식이 아닌, 문제적 게시글을 개별적으로 조치하도록 하여 표현의 자유 제한의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내용의 규제가 얼마든지 가능함.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와 유족의 수가 어느 정도 특정이 가능한 범위 내인 경우, 그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표현은 개인에 대한 ‘권리침해 정보’로서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임시조치(게시중단) 제도로 개별적으로 조치·규율될 수 있음.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와 유족의 수가 특정이 어려운 다수인 경우에도 언론사나 인터넷뉴스서비스제공자의 자율적 조치로 개별적으로 규율될 수 있음.

라. 법익의 균형성 준수 여부

본 개정안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 및 유족의 인격권임. 그러나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와 유족의 수가 어느 정도 특정이 가능한 범위내인 경우에는 그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표현은 개인에 대한 ‘권리침해 정보’로서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임시조치(게시중단) 제도로도 규율될 수 있음. 한편,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와 유족의 수가 특정이 어려울 정도로 다수인 경우에는, 집단에 의한 비난은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그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기 때문에 인격권 침해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려움.

또한 사회재난과 같은 공적 사안에 있어서 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제3자가 게시한 희생자에 대한 비난성 게시글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개인의 무지한 의견이나 감정 표현에 불과하여, 이를 읽은 독자들이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해 새로이 부정적인 개념이나 사회적 평가를 형성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음. 결국 본 개정안이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재난 희생자와 유족의 인격권이란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같은 구체적인 법익이라기보다는 피해자의 ‘감정’, ‘정신적 피해’와 같은 추상적 법익으로 볼 수 있음.

반면, 본 개정안으로 제한되는 표현의 자유는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악플러들에 대한 대항표현이나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애도의 표현, 사회재난과 관련하여 진상규명을 촉구하거나 정부나 관리자 측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거나, 시민들의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내용 등, 사회재난 이슈와 관련한 모든 내용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이며, 동시에 해당 이슈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을 알고자 하는 시민의 알권리도 제한함.

특히 사회재난 이슈에 대한 표현은 공적 사안에 대한 것으로서 공익을 위한 목적을 갖거나 정치적 표현물인 경우가 대다수임.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헌재 2004. 3.25. 2001헌마710),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에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에 대하여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는 등 더욱 고양된 보호를 받는 기본권임(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 등).

즉,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치적 표현이 활발하게 오갈 수 있는 공론장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정치적 표현의 공론장을 관련자의 인격권 침해의 가능성이나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함부로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은 위와 같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써 헌법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움.

현재 일부 포털이 연예인, 스포츠 선수에 대한 악플을 차단하기 위해 연예·스포츠 기사에 댓글 기능을 폐지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바, 사회재난 관련 기사의 댓글 기능 폐지도 희생자와 유족의 인격권 보호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이는 어디까지나 언론사나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신이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충돌하는 여러 법익과 장단점을 형량하여 선택·결정하여야 하는 문제이지, 국가가 법률로 사적 서비스를 특정한 내용으로 설정하거나 금지하고 과태료 처분 등을 예정하여 법적 의무로 강제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 언론사·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 시민들이 댓글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할 정당한 권리도 침해하는 것임.

 3. 기타 본 개정안의 정당성·형평성 문제 및 후속 입법 영향

사회재난과 관련한 기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사, 모든 사회 이슈는 이와 관련된 개인과 집단이 존재하고, 독자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건 관련자들이 인격권을 침해당할 가능성은 늘 존재함. 그런데 사회재난 관련 희생자 및 유족의 인격권만을 그 보호대상으로 하여 사회재난 관련 기사를 제공·매개하는 경우만을 따로 특정, 구별하여 규제하는 것은 그 정당성, 형평성이 현저히 떨어짐.

또한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집단에 대한 부당한 혐오적 표현은 모든 공간에서 모든 형태로 표출될 수 있는데, 온라인 뉴스 기사 댓글 게시판이라는 공간만을 금지하는 것 역시 정당성, 형평성이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제가 용인되면, 다른 모든 온라인 뉴스 기사 섹션의 댓글 게시판을 폐지시키는 내용의 법안이나, 나아가 뉴스 기사 댓글 게시판뿐 아니라 다른 형식의 인터넷 공론장도 금지시키는 내용의 극단적인 법안들이 정당성을 주장하며 우후죽순으로 발의, 통과될 위험이 있음.

4. 결론 

본 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가 높은 법안으로 철회 혹은 폐기되어야 함. 

정보통신망법-개정안-한준호의원안-2119631-의견서

1 Comment

  1. Park

    여야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하는데 국민들은 한 쪽으로만 매몰돼 있는 거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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