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오전 10시, MWC에서 망투자에 대한 토론회 “Network Investment: Delivering the Digital Revolution”이 MINISTERIAL STAGE, CC5에서 개최되었다. 넷플릭스, 메타, 도이치텔레콤, 사우디텔레콤, 그리고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참가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인터넷연결(connectivity)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고 투자부족분(investment gap)을 채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필요하면 망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부족분”이란 유럽집행위원회가 2022년 1월 26일 디지털 인권과 원칙(Digital Rights and Principles)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어디에서나 기가바이트(Gigabytes everywhere, 인터넷 접속속도의 평균을 1Gbps로 높이겠다는 계획)”를 제안했는데 현재의 유럽 망사업자들의 망투자 수준으로는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도이치텔레콤은 위의 유럽집행위원회의 계획에 따라 증대되는 트래픽을 감당하는 망증축을 위해서는 외부에서의 자금유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용자 1인당 영업이익이 미국의 37.3유로, 한국의 36유로에 비해 유럽은 14.70유로라서 이윤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주가총액에 있어서 메타, 넷플릭스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고 발언했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주가총액은 시장에서 미래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주식시장의 평가인데 국가가 개입하여 망사업자들의 주가총액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도이치텔레콤은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착신료(termination fee)를 받길 원한다는 의지를 토론회에서 숨기지 않았다. 이를 위해 대형 해외 CP들이 독일 내 CP들처럼 인터넷접속료를 내지 않고 CDN 등을 통해 자신의 망과 접속하는 행태가 망중립성에 반하는 불평등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동원했다. (도이치텔레콤은 자신이 1계위 망사업자이므로 모든 접속대상으로부터 인터넷접속료를 받고 싶겠지만, 접속대상인 CP가 도이치텔레콤을 통해서 독일 내 이용자와만 소통한다면 인터넷접속을 도이치텔레콤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님을 간과한 주장이다. 국내 망사업자들이 펼치는 ‘역차별론’과 비슷하다.)
메타는 유럽 망사업자들의 이윤율 문제는 산업 내부의 근본적인 문제이지 이웃 산업(콘텐츠 산업)으로부터 강제로 자금조달을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유럽 망사업자들이 망투자비용으로 매년 300억불을 투자하지만, 콘텐츠제공자들도 해저케이블, 캐시서버 등 망투자비용으로 매년 170억불의 투자를 지난 10년간 해왔음을 밝혔다. 특히 콘텐츠제공자들은 인터넷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콘텐츠 생산에 메타 1개 회사만 해도 작년에 400억불을 투자했고, 이는 망사업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창출하여 망사업자들의 매출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 망사업의 엄청난 이윤을 남기면서도 정부 앞에서는 외국(미국, 한국) 수준의 이윤율을 아쉬워하는 것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연상되는 모순적 입장임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5개 CP가 트래픽의 50%를 차지한다는 것도 “궤변”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3개 회사가 수입원유의 50%에 해당하는 석유제품 생산을 한다고 해서 이들에게 수입원유 50% “이용”에 대한 정책적 책임을 지울 수 없다. 실제 석유제품의 최종사용자가 있기 때문이다. 즉 5개 CP이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국민들이 이들을 많이 이용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3가지 보편적인 합의점을 확인하자고 제안하였다. 첫째, 소비자 중심의 상호호환되는 단일한 인터넷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 둘째, 네트워크 유지비용은 통행량에 따라 변동하지 않는다는 점, 셋째, 인터넷에서 콘텐츠제공자와 망사업자는 공생관계라는 점이다. 종합해보면, 투자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자의적으로 한 쪽이 다른 쪽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넷플릭스도 메타처럼 자신의 연매출의 50%를 콘텐츠제작에 재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 망사업자들이 연매출의 20%를 망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에 비해 더 높은 재투자율이며 결국 넷플릭스는 더 낮은 마진율을 감수하고 있다며, 이미 새로운 규제 없이 180여개 망사업자에게 무료 캐시서버를 제공하면서 윈윈하는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텔레콤은 철도산업의 예를 들어 망사용료 부과를 정당화하고자 했다. 철도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투자를 저해했고, 그에 따라 철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며 망사업자들만 강하게 규제를 받고 콘텐츠제공자들은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을 평등(equality)의 부재라고 표현했다.
정리하건대, 유럽의 논의 흐름도 한국과 비슷한 점이 있다. 원래 한국의 “망사용료” 논쟁은 지난 2010-11년에 국내 망사업자들이 네이버, 다음 등에 “무임승차”론을 들고 나오면서 처음 시작했지만, 이미 이들은 고액의 인터넷접속료를 내고 있어 설득력이 없었다. 결국 추가로 돈을 받기 위해 삼성 스마트TV나 카카오 보이스톡 트래픽을 차단하다 정부 및 여론에 부딪혀 포기했다. 몇 년 후 2017년경 “망사용료” 강제징수권 논쟁이 불거진 것은 한국 정부가 “세계 최초 5G 출시”를 목표로 정하고 국내 망사업자들에게 5G투자를 강제하다시피 하면서 이윤율이 떨어지자 이를 회수할 방법을 찾아 나서면서부터다.
이와 관련하여 메타측 연사도 토론회 후반부에서 유럽집행위원회는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을 위해 “어디서든 기가바이트”를 요구하고 있지만 메타버스가 필요로 하는 것은 5G/6G 등 설치비용이 높은 망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반 와이파이망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5G/6G를 향한 채찍질은 한국에서도 보았다시피 일반 소비자들의 전체 인터넷 가격대비 품질을 저하시킬 위험마저 있는데, 이렇게 되면 개인의 인터넷 사용 중단이나 감소로 이어져 관련 산업의 발전 전망 역시 불투명해질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망사업자에게 “(발신자)망사용료” 강제징수권을 주는 것이 국내외 플랫폼에 의지해 소통을 하고 생업을 일구는 수많은 개인 이용자들 및 중소기업들에게 큰 피해로 귀결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또 2016년부터 과도한 인터넷접속료로 국내 콘텐츠제공자들을 억눌러온 발신자종량제를 영구히 보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유럽이든 한국이든 망사업자들이 기록적인 이윤을 두고도 추가요금 강제징수권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정부측의 과도한 인프라구축 목표가 있다. ‘인터넷 속도부터 높이고 보자’는 성장론이 4차산업 발전 그리고 인터넷 생태계와 정보혁명의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망중립성을 파괴하는 망사용료 강제징수권으로 귀결되지 않는지 유럽과 한국 양쪽에서 살펴볼 일이다.
2023년 3월 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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