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 성평등전주 예술인 전시 배제 규탄 기자회견

by | Oct 18, 2022 | 공지사항, 논평/보도자료, 세미나자료, 오픈세미나,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2022년 7월 16일과 18일, 전주시가 설치·운영하는 기관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이하 ‘성평등전주’)는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에 참여 작가로 선정된 10인 중 3인(작가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이하 ‘작가 3인’)이 특정 개념을 사용하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진다는 이유로, 또 그 의견이 향후에 표출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배제하였습니다. 단일의 정치적 입장만을 강요하고 다른 의견을 가지는 작가들을 전시에서 배제한 결정은 명백한 차별이며 사상 검열로서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국비와 시비가 사용된 예술지원사업에서 정치적 의견 또는 사상을 이유로 특정 예술인을 배제하는 차별행위를 하고, 예술인의 예술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입니다. 

10월 7일 성평등전주는 공식사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성평등전주는 “성매매에 대한 다른 입장을 가진 예술가들과 예술제를 준비한다는 것이 그간의 선미촌의 변화 노력과 모순되는 것이라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고, “사랑해, 이시마, 치명타 3명의 작가들에게 하차를 요구하는 것을 전여문에게 맡기고 사업의 주최기관인 성평등 전주가 직접 작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너무 안일한 대처”이며, “성평등전주가 예술가들을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에 노출시킴으로써 논란을 확대해 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습니다. 즉 성평등전주는 작가 3인을 전시에서 퇴출하는 절차상의 미흡함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당 사건의 본질이 사상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을 성평등전주는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성평등전주의 이와 같은 안일한 인식은 추후 작가 전시 퇴출 절차를 공식화하여 노골적인 작가 전시 퇴출로 이어질 우려가 높습니다. 이에 전시에서 강제 퇴출당한 작가 3인과 오픈넷,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성평등전주의 작가 전시 퇴출과 해당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를 공론화하는 기자회견을 10월 17일 개최하였습니다. 

성평등전주의 예술인에 대한 사상검열과 차별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전주시에 항의서한의 형식으로 민원을 넣을 예정이며, 그럼에도 재발방지 조치가 없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접수할 계획입니다. 

기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언론보도 부탁드립니다. 

1. 작가 입장문

(1) 사랑해 작가 입장문

청년 페미니스트 예술가, 사랑해입니다.

2022년 7월 3일, 저는 선미촌 내의 폐쇄된 성매매 업소에서 진행되는 전시 《제3회 페미니즘예술제 : 지구탈출》 전시의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인 7월 18일, 일방적인 전시 하차 통보를 받았습니다. 

페미니즘예술제의 주최/주관단체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는 제가 스스로 ‘성산업종사자’임을 밝혔다는 이유로 저를 ‘반성매매 운동의 가치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제 작업 내용이나 방향과는 관련 없는 말들로 저의 입장이나 사상을 검증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실제 작업 계획이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제가 출품작이나 작가와의 대화에서 반성매매 운동에 반하는 메시지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상정하여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배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소통 시도와 문제제기는 “반성매매 운동과의 입장 차이”라는 말로 차단당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반성매매 운동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착취 없는 평등한 사회를, 개인이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사람이 사람을 환대하는 사회를 꿈꾸며 페미니즘 관점의 작업을 하는 한 사람의 예술가일 뿐입니다. 제가 꿈꾸는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반성매매 운동의 대척점에 있습니까? 왜 저를 당신들의 반대편으로 억지로 밀어내시나요? 제가 정말 반성매매의 가치에 반하는, 혹은 페미니즘의 기조에 반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전시 참여 작가로 선정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페미니즘예술제》라는 이름 아래에서 ‘개인을 섣불리 규정짓고’,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이분법적인 진영논리로 부당한 대우를 정당화하는’ 일이 일어났음에 큰 분노를 느낍니다.

《페미니즘예술제》라는 이름 아래에서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 참여 예술가 개인에 대한 사상검열을 행하고, 이분법적인 진영논리에 기반하여 개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 전시에 선정된 작가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결정하고 통보하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주관단체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 오직 ‘입장 차이’라는 말로 이 모든 부당한 행위의 논점을 흐리고, 피해를 입은 작가들에게 그 피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 지구탈출》의 전시 기획 의도는 ‘안전’과 ‘평등’, ‘자유’, ‘신뢰’, ‘검열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최초 선정 작가 10명 중 3명을 손쉽게 밀쳐내고는 ‘자유롭고 평등한 행성 3-4’로 떠나버렸습니다.

《지구탈출》 전시가 약속했던 ‘안전’과 ‘평등’, ‘자유’, ‘신뢰’, ‘검열 없음’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는 《지구탈출》의 과정에서 ‘선입견’과 ‘권위’, ‘검열’과 ‘배제’, ‘책임 회피’만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게,

이 모든 부당함에 대해 ‘누구에게’ ‘왜’ 사과하는지가 명시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합니다.

또한, ‘페미니즘’과 ‘예술’의 단어 아래에서 사상검열과 일방적인 배제를 당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 역시 요구합니다.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더 이상 운동이나 입장의 문제라는 말로 해당 사안을 흐리지 마십시오.

페미니즘과 예술의 이름 아래에서 예술가 개인의 사상을 검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마십시오.

(2) 치명타 작가 입장문

치명타입니다.

저는 지난 2022년 7월,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 전시에 지원하여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전 행사인 워크숍 도중, 「성평등 전주」 소장 J의 ‘성매매 업소 여성들이 성노동자라고 불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다른 견해를 밝혔다가 전시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저는 본 사건을 주관/주최 측이 작가와의 생각 차이를 수용하지 못하여 발생한, 충분한 소통과 절차 없이 공모 선정 작가를 일방적으로 제외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입장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은 ‘페미니스트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구현’한다는 취지의 기획 전시입니다. 저는 기획 의도에 동의하여 포트폴리오를 제출했고, 10인의 참여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사전 행사인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7월16일에 열린 워크숍에서 소장 J는 전시 공간인 선미촌(폐쇄 성매매 업소)에 대한 설명, 전주에서 지속 중인 탈성매매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J는 ‘성매매 업소 여성들이 성노동자라고 불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전시 기획/주제와 전혀 맞닿는 지점이 없는 발언이었는데, ‘그런 말을 굳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한다는 맥락에서 말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더욱이 저는 소장 J와 생각이 달랐으므로 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습니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성노동자’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도 다양한 맥락과 논의 지점이 있기에, 저와는 다른 생각이었지만 소장 J의 발언을 존중했고 저 또한 저의 생각을 밝혀 앞으로의 전시 진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저의 당시 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성노동자라는 개념에 반대하는 것이 소장님께 굉장히 중요한 맥락인 것으로 들린다. 나는 당신과 다르게 성매매 업소 여성을 성노동자라고 개념화하는 것에 동의하는 입장인데, 나에게도 이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말씀을 드린다. 우리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그러자 소장 J는, 제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은 상황임에도 ‘같이 전시할 수 없다’ 고 말했습니다. 이에 당황하여 주최 측인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 문제 제기를 했더니, 본인들은 성노동 담론에 대해 무지하고 공부를 안 해서 지금까지 「성평등전주」가 말하는 의견이 맞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고, 더 공부를 해보겠다며 전시를 같이 하자는 쪽으로 이야길 했습니다. 하지만 소장의 의견(전시 제외)은 완강했고, 저는 워크숍이 끝난 후에도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주최 측으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7월 19일, 끝내 저는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의 Y에게 전화로 전시 제외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후 저는 「성평등 전주」,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 일관되게 ‘사건 경위를 담은 공식 사과문’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7월 22일, 두 단체는 본 사건의 핵심과 무관하며 사과의 대상마저 명시되지 않은 사과문을 업로드하여 저를 기만했습니다. 「성평등 전주」 소장 J는 ‘해당 사과문으로 충분하다.’며, ‘사과할 일이 아니기에 사과할 수 없다.’는 궤변과 함께 ‘작가님 이야긴 듣지 않아도 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우리는 용역이기 때문에 힘이 없다.’, ‘「성평등 전주」가 설득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성평등 전주」의 뒤에 숨어 주관자의 책임을 저버리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예술제>는 진정으로 ‘페미니즘’ 가치를 따르고 있습니까? 제가 아는 ‘페미니즘’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차이를 왜곡 없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못한 것에 사과하며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압니다. 그래서 저는 사과를 원합니다. 사과를 통해 주관/주최 측이 그동안의 성과를 잃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는 주관/주최 측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추후 지속될 다음 <페미니즘예술제>에서도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원하기에 본 사건을 공론화합니다. 그리고 공론화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제 가치관을 견지하고자 합니다. 생각의 차이로 인해 누군가를 배제하고 불합리한 것에 침묵을 요구하는 것이 ‘페미니즘 예술’이라면, 저는 그 예술을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습니다.  

2. 연대발언문

(1) 이두찬(문화연대 활동가)

여전히 검열은 존재한다.

오는 11월 4일이면 문화예술인들이 박근혜 정부의 차별과 검열로 뒤범벅된 블랙리스트에 저항해 광화문 광장에서 노동, 사회운동의 블랙리스트들과 함께 텐트촌을 차리고 농성을 시작한지 6년 되는 날입니다. 그간 정부도 바뀌고 문화예술인들이 정부를 향해 낸 민사소송에서도 승리를 했으며, 헌법재판소는 블랙리스트는 위헌이라고 판결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고 있으며. 검열과 차별은 문화예술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검열과 차별을 막기 위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2021년에 제정되어 올해 9월 25일 시행되었지만, 불행이도 우리는 또 오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 5조 국가기관 등의 책무에 따르면 

① 국가기관등은 예술인의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노동과 복지에 있어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② 국가기관등은 예술을 검열하여서는 아니 되며, 예술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예술지원사업의 결정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국가기관등은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문화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지원할 책무를 갖는다.

전주시가 설치·운영하는 기관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 전주에서 예술인의 사상과 양심을 검열하고 차별하는 행위가 일어났으며, 예술가를 전시에서 강제 하차시키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성평등전주가 작가 3인을 전시에서 배제한 근거는 예술제 준비를 위한 비공개 워크숍에서 작가들이 했던 발언이었습니다. 작가 3인의 발언과 전시예정작품이 예술제 취지인 성평등 혹은 페미니즘 관점에 반한다는 이유로 전시에서 배제한 것도 아니고, 성평등전주는 작가 3인이 특정 개념을 사용하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진다는 이유로, 또 그 의견이 향후에 표출될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예술활동 지원에서 배제하였습니다.

이는 명백한 예술인 권리보장법 위반이며, 블랙리스트 사건입니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예술인 및 시민들의 연명을 받아 성명을 발표했으며,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평등 전주는 사과문같지 않은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사과문 그 어디에서도 사상검열이나 표현의자유 침해에 대한 사과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들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만 사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분노를 삭힐 수 없으며, 이전보다 더 큰 우려감을 숨길 수 없습니다. 문화연대는 그동안 검열과 차별이 없는 예술현장을 만들기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피해자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싸워가겠습니다.

(2) 타리(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장)

2022년 7월 16일과 18일, 전주시가 설치·운영하는 기관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이하 ‘성평등전주’)는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에 참여 작가로 선정된 10인 중 3인(작가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이하 ‘작가 3인’)을 전시에서 배제하였다. 

이 사태는 공적 기관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상에 대한 검열과 관련해 중대한 사안이다. 2022년에 그 어떤 말로도 정당화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만든 것은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문란이 아니라 성평등 가치와 페미니즘에 의한 검열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태는 공적 기금과 관련된 절차와 관련된 흠결이나 하자로 인한 정당성 문제로만 수렴될 수 없다. 검열하는 주체는 권력을 가진 집단인데, 성평등을 추구하는 위탁기관이 행사한 권력은 성평등의 가치를 강화하는가, 훼손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사실 이 질문 자체가 모순이다. 성평등은 부당한 억압에 맞서는 가치이지 검열을 하는 가치로 작동되는 순간 스스로 폐기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성평등전주는 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선미촌의 변화 노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성평등전주가 놓인 사회적인 위치와 국가로 부터 위탁받은 권력을 망각하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기 위해서 기획된 페미니즘 예술제가 이렇게 진행되었을때 페미니즘 운동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우려한다. 

성평등전주는 성산업종사자로 일한적이 있다는 발화를 했다거나, 성노동 담론의 필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작가들에게 공적 기금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선미촌의 역사를 위배한다고 여겼다. 이런 경험과 생각이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페미니즘 예술제, 성평등의 가치와 충돌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성평등 전주는 공적 기금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왜 이러한 경험과 입장이 배제를 정당화하는지 명확히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서 만들어진 제도를 사유화하고 훼손했다는 평가를 면치못할 것이다. 말하자면 연대운동에서 벌어진 사건과는 또다른 의미로 더 철저하게 반성하고, 위탁기관이 행사하는 권력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 

선미촌의 역사를 위배한다고 여기는 것 또한 문제다. 아마도 이러한 인식이 이러한 배제를 정당화하는 핵심 근거로 사용됐다고 보이는데, 이 또한 페미니즘 운동과 역사화와 관련해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하는가. 전국에서 재개발로 인해서 사라진 집결지, 그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려지고 있는가. 이 질문은 장애인 탈시설 운동에 참여하면서 집결지 폐쇄 과정을 통해서 배운 것이었다. 

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로 하나의 시설이 사라질때 그 안에서 존재했던 장애인 거주자들의 역사는 잊혀지거나 쉽게 표백된다. 그들은 또다른 시설로 전원되거나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탈시설했을 것이다. 그러나 탈시설에 성공한 이들만이 사회적으로 재현되고 존중받아서는 안된다. 장애인 운동은 탈시설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장애인의 비율만을 평가지표로 만드는 국가가 특정한 사람만을 지원대상으로 만드는 문제에 대해 저항해왔다. 또한 장애인 거주시설의 모든 시간이 억압으로만 기록되어서도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주인들은 시설에서 살때나 지역사회에서 살때나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다. 정상신체중심사회에서 시설 밖으로 나온다고 갑자기 재활되어 자립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운동은 이 모델 자체를 비판하며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속해서 생존을 위한 장치와 돌봄의 관계와 무수한 도전과 실패가 필요하다. 집결지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집결지가 사라진 곳에서 왜 피해경험이 아닌 삶의 스토리는 말할 수 없을까. 이곳을 떠나 계속 성산업에 종사하며 그것을 노동으로 여기는 사람은 왜 말할 수 없을까. 왜 이곳의  페미니즘은 왜 생존을 지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판단의 도구가 되었을까. 삶은 이어지는데 역사는 단절됨으로써 은폐되거나 사라지는 목소리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복잡하게 던질 수밖에 없는 사태를 맞이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겪은 세명의 작가에게 지지를 보내며, 온당한 회복이 이루어지기를 성평등전주에 요구한다. 또한 이 사태를 통해서 제기된 페미니즘 운동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 직면하고 새로운 논의와 정치적인 쟁점이 촉발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특히 이 부분은 법정이 아니라 공론장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3) 정윤희(미술작가,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안녕하세요. 저는 미술작가이며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에서 활동하며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운동을 해왔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성평등 전주>의 사과문에 담긴 문제를 지적하고 다시 한 번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예술제를 총괄하고 참여하는 예술인들과 <성평등 전주>를 매개해온 <전북여성예술인연대>가 예술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데 일조한 점에 관해서도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성평등 전주>의 사과문 한 대목을 읽어보겠습니다. “사랑해, 이시마, 치명타 3명의 작가들에게 하차를 요구하는 것을 전여문에게 맡기고 사업의 주최기관인 성평등 전주가 직접 작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너무 안일한 대처였습니다. 하차를 요구받은 작가들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성평등 전주>는 작가들이 제기 하는 문제가 단지 전시하차 통보를 친절하고 세심하게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공정한 작가 선정과정을 거쳐 전시에 참여자격을 얻은 작가들에게 우리와 생각이 다르니 전시에서 하차하라는 것은 ‘블랙리스트’와 다르지 않습니다.

<성평등 전주>가 치명타 사랑해 이시마 작가를 전시에서 검열 배제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 위법입니다. 

지난 20년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하여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졌다는 이유로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도록 지시한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적인 제한으로서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 위헌’으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9월 2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예술인권리보장법에도 저촉되는 사안입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2장 7조 8조에는 ‘예술인은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종사할 권리와 예술 활동의 성과를 널리 전파할 권리’와 ‘국가기관등 및 예술지원기관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또는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피부색,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ㆍ미혼ㆍ별거ㆍ이혼ㆍ사별ㆍ재혼ㆍ사실혼 등 혼인과 관련된 사항, 임신 또는 출산과 관련된 사항,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예술지원사업에서 특정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를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이하 “차별행위”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0월 7일 <성평등 전주>가 올린 사과문은 마치 특정 목적을 추구하는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 처럼 읽혔습니다.  그래서 공조직인 <성평등 전주>가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른 전주의 예술인들은 배제하고 있는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도 세심하게 전시통보를 하지 못했다고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입맛에 맞으면 지원하고 다르면 배제•차별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주시에 묻습니다. 세금을 들여 공공의 일을 수행하는 조직이 생각과 입장이 다르다고 배제한다면 그건 심각한 책임의식 부재가 아닐까요? 

<성평등 전주>에 다시 한번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답을 할때까지 지속적으로 묻겠습니다. 인권위와 예술인권리장법 신문고에 신고하는 등 다시는 공공공기관으오부터 예술인의 권리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하겠습니다

(4) 지역 예술인 연대 발언

안녕하세요? 전주를 거점으로 전북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페미니즘 예술제에서의 작가 배제 사건은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이 사건이 있기 전 성평등전주에서는 참여하던 작가가 제작 중이던 작품을 철거해야 했던 일도 있었고, 작품 발표 전에 검열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작품의 방향에 직접적으로 가이드를 주는 등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식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이 ‘페미니즘’의 ‘탈’을 쓰고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역 정치권과 결탁하여 절대 사라지지 않을 듯한 세력이 있으니, 괜히 밉보였다간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예술가로 낙인 찍히고 더 나아가 관련 논의가 진행될 때 지역 내에서 고립될 것이 무섭기도 했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납득되지 않는 방식으로 입맛에 맞게 예술을 주무르는 일에 침묵했습니다. 

그래서 참 많이 죄송합니다. 저희가 했어야 하는 일을 다른 지역의 작가들이 겪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성평등을 내건 공간이 있는 전주를, 배제와 차별의 지역으로, 더군다나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벌어진 지역으로 기억하게 해서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성평등전주는 우리 지역의 자랑 중 하나였습니다. 대한민국 소통협력공간 1호점이라는 이름 아래 시작되어 전주시와 행정안전부,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하며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들, 예컨대 리빙랩, 포럼, 예술제 등을 진행하는 거점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상은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가 적당히 맘에 드는 이들이 자원의 흐름과 예술 작업의 방향을 결정 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사과문을 통해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재발 방지의 방법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은, 자신들이 가진 짙은 여성 혐오에 대해서는, 그리고 그것이 예술제에 참여한 작가를 배제하는 데 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는 성평등전주에 분노합니다. 자신들의 입을 통해 한 하차 통보가 잘못된 점임을 아주 잘 인지하면서도, 지역을 넘은 예술인&시민 사회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역 내에서 그 나름의 힘과 영역을 구축해올 수 있었으면서도, 그 힘을 건강한 거버넌스 구축에 쓰기는커녕 문화기획자의 역할을 단순한 용역으로 전락시킨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도 화가 납니다.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 묻습니다. 배제 당했던 많은 작가들은, 이젠 검열 없이 전주라는 지역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맞을까요? 제가 누군지 찾아낼 생각보다 먼저, 지역의 성평등 이슈를 선도하는 단위로서 어떻게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성평등전주는 이제 시 직영 기관이 된다고 합니다. 운영기관의 변화를 통해 이곳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이곳 전주에서,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겠다고, 변화의 움직임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할 수 없는 현실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전히 여기엔 “안됐다, 안쓰럽다”는 말로 치부를 넘어가려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촉구하겠습니다. 시민사회로부터 모여든 힘을 잘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예술인의 권리란 무엇인가, 페미니즘을 사유화하지 않고 그 안에서 다양한 논의가 꽃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지역에서부터 성찰이 시작될 수 있도록, 전주가 검열과 배제, 차별의 도시만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꼭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기자회견문] 성평등전주 예술인 전시 배제 규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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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성평등전주 예술인 전시 배제 규탄 기자회견 (10/17, 오픈넷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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