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복희(고려대학교)
혐오표현은 왜 문제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사: 이승현 박사(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일시: 2022년 8월 16일 화요일 오후 2시 / 온라인
강의영상 다시보기: https://youtu.be/RFhlToNXGyc
자료집: https://www.opennet.or.kr/21111
8월 16일 오픈넷에서 기획한 월례 특강 <미디어 리터러시>의 제5강 “혐오표현은 왜 문제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연이 열렸다. 이 날 강의를 맡은 이승현 박사(이하 이 박사)는 이 날 강연을 통해 법적 차원에서의 혐오표현과 도덕적, 윤리적 차원에서의 혐오표현을 구분해 정의하고, 그 구분이 필요한 이유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그리고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 방법 소개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구체적인 강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한국사회에서의 혐오와 차별과 혐오표현의 개념
이 박사는 강연 서두에 한국에서 혐오표현이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었고 확대되었는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 2013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혐오표현은 그 범주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 박사는 우리 사회가 대응할 필요가 있는 ‘혐오표현’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논의했다. 국가 및 시민사회가 대응해야 하는 혐오표현과 법적 규제(민사/형사/행정적 규제)가 필요한 혐오표현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혐오표현 개념은 2019년 혐오표현 리포트의 정의에 따르면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 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의미한다. 이 박사는 혐오표현이 문제가 되는 까닭이 이 혐오표현이 혐오를 받는 집단 혹은 개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혐오표현으로 인해 해당 집단 혹은 개인에 대해 발생하는 차별은 변화 불가능한 인격적 구성요소로서의 속성을 이유로 발생하므로 해당 표적에게 장기간 축적되어 고착된 편견과 사회적인 차별의식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2. 편견, 차별, 혐오의 관계와 한국의 혐오표현 상황
이 박사는 이어서 혐오표현의 발생은 특정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전형화인 편견과 연관이 있음을 다양한 예시(유대인 차별, 인종 차별 등)를 통해 설명했다. 특정 편견이 한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전형화를 만들고, 이 전형성에 대한 인식은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인식으로 수용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차별의 일상화를 불러와 잠복된 위험이 된다. 이 위험은 사회환경 변화와 표적집단의 가시화, 사회의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적대적으로 발현되기 쉽다. 그리고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혐오표현이다. 차별, 폭력을 직접적으로 발언하고 선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박사는 혐오표현의 위험성에 비해 한국 언론, 정부, 사회에서는 그 심각성에 대해 인식이 부족함을 역시, 다양한 예시를 들어(다문화 정책 반대 현상, 동성애 반대 현상, 중국 동포에 대한 공포 현상 등)지적하였다.
3. 혐오표현의 특징과 그 해악
이 박사는 혐오표현의 양상과 그 특징에 대해서도 페이스북 커뮤니티 가이드나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를 참고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혐오표현의 양상은 매우 다채롭다. 욕설이나 비하하는 표현을 기본으로 폭력, 차별을 선동하는 표현, 왜곡된 사실을 주장하는 표현, 특정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하는 정치적 표현 등을 들 수 있다. 이 혐오표현의 내용상 특징은 표적집단의 속성이나 그 속성을 보유한 인간 자체를 흉악하거나 더러운 존재로 표현하는 것, 표적집단을 아동과 같이 무지하거나 동정 받아 마땅한 존재로 규정하고 지도나 교육이 필요한 존재로 표현하는 것, ‘일반적인, 정상적인, 올바른’ 이들과 사회 전체나 세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표현하는 것, 표적집단을 제거하거나 교정하는 것이 사회 전체 이익이나 도덕성에 비추어 올바르다는 식의 정당화를 시키는 것이다. 즉, 혐오표현은 단지 기분이 나쁘거나 불편한 말이 아니라 표적집단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심화시키고 표적집단 구성원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말이다. 또한 차별적 환경을 조장하여 표적집단이 된 구성원이 공론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여 공론장을 왜곡한다. 또한 표적집단 구성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영속적인 불평등을 촉진시켜 전체적인 사회 발전과 민주주의 원리 실현을 저해시킨다. 결국 이러한 혐오표현은 결국 정책 및 제도 중에서도 차별 철폐와 인권 관련 입법 등(계류 중인 차별금지 법안에 대한 예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4. 현행법상 혐오표현의 규제 가능성과 그 한계
그렇다면 현행법상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는 없는가 하는 질문이 따른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혐오표현을 명확히 규제할 수 있는 법은 없음을 밝혔다. 모욕죄, 명예훼손죄를 예로 들자면, 이 역시 보호법익이 사회적 평가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개인이 아닌 집단에 대한 모욕죄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박사는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의 실효성이 부족함을 지적하여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미봉책이 불과함을 언급했다. 더군다나 한국의 경우 권위주의 정부 시대에 경험했던 표현규제 법률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경험을 떠올려본다면, 자칫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가 표현의 자유 제한의 목적마저 제한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규제로서 혐오표현을 제한하는 것이 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따라서 보다 근원적으로 혐오표현을 발생시키는 표적집단에 대한 제도적, 구조적 차별을 철폐하고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식을 개선시킴으로써 표적집단이 더 이상 표적집단이 되지 않아도 될 만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에 대한 시민의 인식 개선과 시민적 관용이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법적 규제를 만든다고 할 때의 유의점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일반적인 명예훼손 및 모욕 표현과 구분하여 그 개념을 명확히 하여야 하며, 혐오표현의 유형, 전달매체, 성질, 발화자의 지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혐오표현이 대항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5. 혐오표현 억제를 위한 국가적, 시민적 대응
이어서 이 박사는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기에 앞서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정책이 먼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양한 대응 정책들(대항언론 활성화, 자율규제-시민의식 가이드라인 제시, 차별금지법, 소수자 할당제 등)을 소개했으나 이 박사가 가장 강조했던 것은 교육이었다. 규제 법안에 앞서 학교교육, 시민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표적집단인 소수자의 삶과 정체성에 대한 이해 및 사회에서 접하는 일상의 차별에 대한 경험적인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규제 주체인 국가기관과 공직자에 대한 인식 교육 및 국가기관과 공무원 구성의 다양성 확보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혐오표현의 근원에 있는 특정집단에 대한 편견은 한 번 고정되면 쉽게 변화하지 않으므로 가치관이 형성되어 나가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교육은 차별을 근저에 둔 혐오표현이 감소하는 미래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카롤린 엠케의 말 “혐오와 증오는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양성된다”(<혐오사회>)를 인용하며 강연의 마무리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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