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폐쇄법(이상헌, 2115457)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by | May 11, 2022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2. 5. 11.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웹사이트로 신고된 경우 운영 중단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 일명 ‘커뮤니티 폐쇄법’(이상헌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457)에 대한 반대의견을 다음과 같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요지

본 개정안은 ① 특정 정보통신서비스 또는 게시판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특정인의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② 특정 정보통신서비스 또는 게시판을 통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유통되는 전체 정보 중에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특정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다수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권리를 침해당한 자가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또는 게시판의 운영 중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이하 “정보통신서비스 운영 중지 조치”라 한다)를 요청하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지체없이 해당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권리 침해 주장자의 요청만으로 합법으로 추정되어야 할 정보를 우선 삭제·(임시)차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는 현재에도 위헌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제도로, 함부로 그 적용 범위와 권한을 확대해서는 안 됨.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된 정보로 말미암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가 삭제요청을 하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지체없이 삭제 등의 조치를 하게 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최소한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블라인드, 게시중단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본 제도에 따라, 누군가가 특정 게시물에 대하여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당사자 여부에 관한 간단한 소명만 첨부하여 삭제요청을 하면 포털 등의 사업자는 삭제, 임시조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 역시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고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면 명예훼손의 불법성은 인정되지 않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표현물임. 이렇듯 명예훼손의 불법정보인지는 해당 정보의 내용이 진실한지 여부,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 여부 등은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임에도, 사법기관의 판단 전에 합법으로 일단 추정되어야 하는 표현물을 권리 침해 주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단 삭제, 차단시키도록 하는 현행 제도는 그 위헌성이 높다고 할 것임.

특히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고, 경멸적 감정이나 의견 표명만으로도 모욕죄로 처벌되는 우리나라에서는, 타인에 대한 비판적 표현물은 모두 권리침해 정보, 불법정보로 해석될 수 있고, 또한 동조 제4항에서 권리 침해로 판단되는 정보뿐만 아니라,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간 다툼이 예상되는 정보’에 대해서도 임시차단(임시조치)을 해야 하므로, 사실상 타인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온라인 게시글은 모두 본 조의 삭제, 차단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 즉, 본 제도는 누군가의 주장만으로, 원칙적으로 합법으로 추정되어 보호받아야 할 표현물들을 우선 삭제, 차단하도록 함으로써,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개인간 기본권의 충돌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후퇴시키는 조치라 할 수 있음.

본 제도에 따른 임시조치로 연간 약 450,000건, 일일 평균 1,250건이 넘는 인터넷 게시글이 차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또한 이러한 임시조치는 공인이나 사업주에 의하여 요청되는 경우가 많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음. 인터넷상 여론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크며 인적, 재정적 자원을 가진 공인이나 기업들이, 임시조치 제도가 간단한 방법으로 불리한 내용의 인터넷 게시글들을 지울 수 있는 제도라는 맹점을 이용하여 직접 혹은 홍보대행사, 디지털 장의사로도 불리우는 온라인 평가 관리 업체, 지지세력 등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판글들을 무차별적, 대량적으로 조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음. 공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나 다른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도모하고 기업의 상품,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익적 목적의 표현물마저 임시조치의 대상이 되어 인터넷상 접근이 차단되고, 이로써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일으키고 있음.

2010. 5.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의 한국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임시조치 제도가 그 대상 정보 기준의 추상성으로 인해 과도한 인터넷 게시물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폐지할 것을 촉구함.

따라서 인격권 보호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며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를 적용 대상, 범위, 권한을 확장하는 방식의 입법은 지양되어야 함.

3. 개별 정보가 아닌 웹사이트 전체에 대한 운영 중지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본 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

본 개정안은 특히 개별 정보가 아닌 정보통신서비스나 게시판 전체(이하 ‘웹사이트 전체’)에 대한 운영 중지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어 더욱 문제임. 일부 문제적인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개별 정보의 집합체인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그 안에 있는 합법정보까지 모두 과차단되어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부당한 침해 및 선량한 웹사이트 이용자들의 권리 침해로도 이어짐. 우리 판례 역시 개별 정보의 집합체인 웹사이트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웹사이트 내에 존재하는 개별 정보 전체가 불법정보에 해당하여야 하고, 해당 웹사이트의 제작 의도, 웹사이트 운영자와 게시물 작성자의 관계, 웹사이트의 체계, 게시물의 내용 및 게시물 중 위법한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웹사이트를 불법정보로 평가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전체 차단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해당 웹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음(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두26432 판결). 본 개정안은 웹사이트 전체 혹은 그 안의 개별 정보들이 불법정보인지가 명백히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권리 침해 주장자의 요청만으로 일단 웹사이트 전체에 대한 운영 중단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어 위헌성이 매우 심대하다고 할 것임.

본 개정안은 ① 특정 정보통신서비스 또는 게시판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특정인의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② 특정 정보통신서비스 또는 게시판을 통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유통되는 전체 정보 중에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특정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다수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음.

①의 경우 자유로운 공적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공인이나 기업을 타겟팅하여 그들의 비위나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판하기 위한 목적의 웹사이트나 게시판도 신고가 들어가면 운영 중단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하게 보장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음.

②의 경우,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개별적 표현물이 명예훼손의 불법정보라고 판단하는 것부터가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요구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인데, 이러한 정보가 ‘다수’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웹사이트 내에 유통되는 게시물을 전수조사하여 그 내용이 각각 명예훼손의 불법정보인지를 판단하여야 함. 이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또한 어느 정도가 ‘다수’인지 역시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음. 이러한 실현불가능하거나 불명확한 기준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웹사이트 운영 중지 대상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과검열을 부추겨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

특히 본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 언급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자유로운 표현을 교환하는 플랫폼임. 누군가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웹사이트라고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커뮤니티 내에서 상시적으로 유통되는 수많은 게시물을 전수조사하여 내용을 검열하고, 함부로 운영 중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본 개정안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전체를 크게 위축시킬 것임.

4. 결론

본 개정안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 법안으로 철회되어야 함. 

[관련 글] 

[논평]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게시글 임시조치 제도 합헌 결정 유감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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