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은 5. 4.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종민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428)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요지
본 개정안은 ① 허위조작정보 규제 근거 마련, ② 타인 비판적 표현물에 대한 차단 혹은 반론문 게재 등 의무화, ③ 인터넷상 정보에 대한 행정기관의 심의·검열권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음.
2. ‘허위조작정보’ 규정의 신설은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우려
본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정치·경제적 이익 또는 음해, 혐오 조장, 협박, 선전선동 등의 목적으로 부호·문자·음성·화상 또는 영상 등을 본질적인 내용이나 사실과 다르게 생성·변형·조합하여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로 허위사실의 입증이 가능한 정보”로 정의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허위조작정보로 인하여 발생하는 권리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정치·경제적 이익 목적”, “음해, 혐오 조장, 선전선동 등의 목적”, “본질적인 내용이나 사실과 다르게”라는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으로, 이를 규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규제로 이어질 위험이 높음. 예를 들면 부분 편집이나 속도 변경을 한 정보도 본질적인 부분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패러디물, 풍자물 등도 사실로 오인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문자’까지 포함하면 사실로 오인하게 할 위험이 높은 이미지나 영상 정보뿐만 아니라 모든 일반적인 텍스트 게시물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음.
현재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정보는 불법정보로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 차단 시정요구 제도 및 포털의 임시조치(게시중단) 제도로 유통이 차단되고 있으며, 이 역시 사법부에 의해 명백히 허위성 및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판단되기 전에 표현의 자유를 선제적으로 침해하는 규제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음. 그런데 이와 별개로 ‘허위조작정보’를 독립적인 규제 대상 정보로 정의한 것은 결국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허위정보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음. 그러나 정보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이며,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같은 취지로 ‘허위사실유포죄’를 위헌 선언한 바 있음(헌법재판소 2010. 12. 28. 결정 2008헌바157, 2009헌바88).
3. 임시조치와 반박내용의 게재 의무화와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강제성을 부여한 부분은 표현의 자유 침해
본 개정안은 허위정보뿐만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라고 주장·신고된 모든 정보에 대한 임시조치(게시중단), 사실확인 및 반박내용의 게재를 의무화하고 있음(안 제44조의2). 이는 특정인물이나 기업을 비판하는 표현물은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 요청만 하면 일단 차단되거나, 최소한 반론문을 함께 게재함으로써 해당 표현물이 변경되어야만 한다는 것임. 이렇게 일단 차단되거나 변경된 글은 정보게재자나 포털 등이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한 후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있어야만 복원의 가능성이 생기는데, 이는 결국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개인간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후퇴시키는 조치임.
특히 제4항에서 기존에 ‘다툼이 예상되거나 판단이 곤란한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던 것을 ‘하고’로 개정하여,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정보, 즉, 합법으로 추정되어야 하는 정보에 대한 임시조치를 완전히 의무화하고 있음. 이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들이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공적 인물이나 기관이 요청하는 임시조치를 보류 결정하며 표현의 자유를 균형적으로 보장하려 한 노력들도 무력화시키고 있어 더욱 문제임.
또한 허위성이나 불법성이 판단되지 않은 표현물에 대해 당사자의 피해 주장,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반론문의 게재, 즉, 표현물의 강제적 변경 의무를 부과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조치임. 언론중재법상의 반론보도제도는 언론매체의 영향력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도입된 예외적 제도이며 이 역시 당사자간 조정(합의)의 대상이지 강제되고 있지 않음. 이 법안은 일반 국민이 SNS, 커뮤니티, 댓글창 등을 통해 쓴 모든 타인 비판적인 내용의 글들도 사실상 삭제, 차단, 사실확인 및 반론문 게재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결국 국민 간 자유로운 비판과 소통을 방해하여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임. 악플을 근절하겠다는 좋은 취지로 도입된 임시조치 제도가 대부분 공적 인물과 기업이 마케팅 업체나 대리단체를 이용하여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인 인터넷 글, 소비자불만글을 대량으로 신고·차단하는 용도로 쓰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현실도 고려하여야 함.
또한 이러한 인터넷상 정보에 대한 삭제, 차단, 반론문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는 이름만 분쟁조정위원회일 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위촉하는 자로 구성되며, 그 설치, 구성, 운영은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어 ‘행정기관’이며, 이 위원회의 결정은 따르지 아니한 경우 과태료가 예정되어 있는 법적 강제성 있는 행정처분임. 이렇듯 행정기관이 국민의 표현물 내용을 심의하고 유통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규제 방식은 정부가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에 남용될 우려가 높기에 민주국가에서는 금기시되는 위헌적 규제임.
4. 결론
따라서 이 법안은 위헌의 소지가 높은 법안으로 철회하여 전면 재검토하거나, ‘허위조작정보’ 부분,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강제성을 부여한 부분, 임시조치, 사실확인 및 반론문의 게재를 ‘의무화’한 부분을 삭제하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임시조치 등을 했을 시 필요적으로 면책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합리적인 정보 관리를 유도하고,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시에는 ‘복원’된 상태에서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로 회부하도록 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균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 개선하여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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