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권 정의한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축 및 개인정보보호법의 형해화를 우려한다

법무부는 2022. 4. 5. 그간 판례로 인정해오던 인격권 및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을 법 조문으로 명시하는 민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미 판례가 인격권을 인정하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불법행위로 보아 손해배상책임, 나아가 인격권에 기한 침해배제・예방청구권도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인격권 보호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라 할 수는 없다. 법무부 보도자료에서 열거하고 있는 학교폭력, 디지털성범죄물 유포 등의 행위 역시 현행법과 판례로 불법행위로 규율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이 인격권을 정의하며 이를 예시·열거한 부분과, ‘법인’도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으로 인해,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개인정보보호법을 형해화하여 이로써 사회적 악영향을 가져올 위험이 큰 법안이다.

안 제3조의2 제1항에서는 “사람은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하며, 제2항에서는 이러한 인격권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침해를 배제할 것을 청구할 권리, 나아가 침해할 염려가 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그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히 초상, 성명, 개인정보 등 사회활동 속에서 대외적으로 공개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정보들은, 이 자체를 그 사람에게 전속하는 독립적인 인격권으로 보아 그 동의없는 사용만으로 인격권 침해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다른 법익을 침해하는 데 이용한 경우에만 인격권 침해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고, 판례의 입장도 충분히 통일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인정보’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여 민감한 정보뿐 아니라 직업, 직장명, 소유 부동산, 전과 등 사회활동을 영위하며 어느 정도 공개될 수밖에 없는 정보, 혹은 맥락에 따라 다른 사회 구성원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보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법 조항은 ‘명예’와 별개로 ‘초상, 성명, 개인정보’ 등을 독립적인 인격권으로 열거함으로써, 당사자의 명시적인 동의없이 이러한 정보를 사용하는 모든 표현행위를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해석되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타인에 대한 정보를 언급하는 모든 표현행위를 원칙적으로 불법화하여 소송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행위로 만들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필연적으로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형법에 기반하여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 경우에는 민사상으로도 위법하지 않은 행위로 보는 판례의 태도가 확립되었으나, 초상 등의 권리 침해의 경우에는 이러한 판례가 충분히 집적되어 있지 않아 표현의 자유 보호가 더욱 어렵다. 

이는 언론 보도 및 미투 운동,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 공개, 학교폭력, 폭언 갑질 등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며 가해 당사자 및 사회구성원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하는 사회고발 활동에 가장 큰 저해가 될 것이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특정하기 위해 이름이나 개인정보를 말하고 피해사실이 진실한 사실임을 호소하고 증명하기 위해 동영상, 음성 파일을 공개한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오히려 ‘초상, 성명, 개인정보, 음성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및 침해예방·배제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피해자를 위협할 수 있다. 소송 결과로서도, 고발의 공익성을 인정받아 ‘명예훼손’은 아닌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명예’와 별개로 독자적 인격권으로 인정된 ‘초상, 성명, 개인정보, 음성’ 등을 동의없이 공개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격권 침해가 인정되어 피해자들이 오히려 손해배상책임 등의 불법행위 책임을 지고, 표현물도 삭제, 차단되어 가해자들의 가해사실이 은폐되어 버리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또한 모든 개인간 분쟁에서는 서로의 인격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진대, 결국 소송으로 위협하고 이득을 보는 쪽은 소송 자원을 쓸 수 있는 경제적 우위에 있는 자다. 결국 법무부가 이 개정안으로 갑질이나 학교폭력 행위가 억제될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오히려 갑질이나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폭로, 내부고발을 막고 은폐하는 데에 더 용이하게 쓰일 것이다. 즉, 개정안은 부조리한 행위에 대한 사회 구성원 간의 감시와 비판의 위축을 불러오고, 이는 곧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은폐, 조장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킬 위험이 높다. 

또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 즉, 업무상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영하는 자에 대한 의무를 매개로 구성되어 있고 개인정보파일은 다수의 개인에 대한 정보의 축적을 그 전제로 상정하고 있다. 인격권 조항(안)의 예시나 열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단순한 사인도 타인에 대한 언급을 할 때마다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가능하게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자신에 대한 정보에 대해 정보주체가 절대적인 통제권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 제공 상황에서 정보주체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각종 책무를 지워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서 정보활용을 과도하게 억압하지 않도록 하는 각종 기제들이 내재화되어 있다. 정보주체를 압도하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고 개인정보의 동의없는 이용이 스스로 인격권의 침해인 것으로 전제하는 법적 서술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내재된 이러한 각종 장치들을 형해화한다.  

또한 개정안은 안 제34조의2에서 위 조항들이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법인’에게도 적용된다고 하며, 법인도 개인의 명예, 성명, 개인정보 등에 준하는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있음과, 이에 기한 침해예방·배제청구권의 주체가 될 수 있음도 명시했다. 물론 현행법과 판례로도 법인 역시 일정한 인격권의 주체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법문상의 명시로 인해 법인의 ‘인격권’, 특히 ‘명예’가 굳건한 보호대상으로 천명되고, 기업, 단체, 정당 등의 법인이 이러한 명문화된 권리에 힘입어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이나 내부고발자에 대한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소송 제기 자체만으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법부 역시 법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명문화되어 있는 법인의 인격권에 더욱 비중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은 입법취지상 ‘자연인의 개인정보’ 보호에 한정되어 있는데 개정안으로 인해 법인도 개인정보보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해석의 여지도 생겼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법인은 ‘개인정보처리자’로 인정되어 자신에 비해 일반적으로 힘이 약한 자연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책무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민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기획을 전복시킨다. 

법무부 보도자료에서는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하고 심각하고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등 개인에게 전인격적인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본 개정안의 취지로 자연인인 사람, 인간의 인격 보호 필요성을 역설하였지만, 결국 사람이 아닌 ‘법인’의 인격권과 침해예방, 배제청구권도 명문화함으로써 개정 목적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함과 동시에, 이 개정안이 가져올 표현의 자유 위축효과를 숙고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결국 법무부의 이번 민법 개정안은 타인의 비위사실을 고발하는 활동, 언론 활동에 대한 소송 남발을 부추겨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데에 남용될 위험이 높다. 특히, ‘사전적’인 규제 효과가 있는 침해예방청구권은 주로 당사자가 공표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언론 보도, 방송, 출판의 영역에서 사용된다. 현재 방송·보도·출판금지가처분 소송의 형식으로 행사되고 있으며, 공인과 기업들의 소송 남발 및 적지 않은 금지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사법부가 사실상 표현물의 사전 검열 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격권의 범위를 명예뿐 아니라 초상, 성명, 개인정보 등으로 확대하고, 법인에게도 인격권 및 이에 기한 각종 금지처분청구권의 주체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본 개정안은, 공인과 기업의 비판적 언론 보도에 대한 사전금지가처분 소송을 더욱 부추겨 언론의 비판적 보도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언론의 권력 감시, 견제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개인의 인격권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서로 소통함에 있어 다른 사회 구성원을 언급하는 행위는 필연적인 것이며, 비록 그것이 타인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방향이라 할지라도 넓게 보호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간의 감시와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성장한다. 현재 판례상으로도 충분히 인정되고 있는 인격권을 명문화하면서 사생활의 비밀이나 명예훼손과 관련 없는 초상, 성명, 개인정보 등 공적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개인의 정보까지 인격권으로 명시하여 이러한 정보를 사용하고 있는 표현행위를 원칙적으로 인격권 침해 행위로 만들고 있는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은,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의 충돌상황에서 인격권 보호를 우선하는 사법작용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며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후퇴시키고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법무부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번 개정안을 재고하길 바란다. 

2022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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