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유포죄 복원하는 딥페이크 법안에 반대한다

by | Feb 15, 2022 | 논평/보도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지난 1월 13일 배현진 의원 등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거짓의 음향·화상 또는 영상 등의 정보로서 요청자의 의사에 반하여 생성되거나 유통된 경우”를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로 규정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대상으로 만들고 형사처벌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배현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4384). 

표현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해악이 있을 때만 규제되어야 한다. 어떤 정보가  ‘거짓’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위헌결정[1]이 내려진 허위사실유포죄를 복원하려는 시도로서 국제인권기준에도 반한다. 작년 언론중재법안에 대해 반대를 표명한 아이린 칸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표현이 거짓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명시하였다. 당시 언론중재법안이 명예훼손 등의 이미 확립된 위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허위 및 조작정보’ 개념을 신설하여 기존에 규제대상으로 삼지 않던 언론기사의 삽화, 제목까지도 규제하려 한 것에 대한 반대였다. 

자신의 의사에 반하게 나를 닮은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이를 규제할 수 있다면 결국 정보가 거짓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명예훼손 법리가 정당한 이유는 나의 평판이 저하되는 해악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개정법은 평판의 저하 등의 요건도 없이 ‘요청자의 의사에 반하는 거짓’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시조치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 의한 차단삭제가 됨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위의 국제인권기준에 반한다. 

타인을 등장시킨 영상의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규제하려 한다면 타인에 대한 시각적 표현에 대해 항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범이 되며 결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전한 비판을 어렵게 만든다. 물론 영상물의 대상이 된 사람에 대해 허위를 유포하여 그의 평판을 저하시키는 행위는 규제되어야 하지만 이는 이미 명예훼손 법리를 통해 규제되고 있다. 위의 법은 단순히 자신이 시각표현물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법제화하려는 것뿐이며 이렇게 되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전한 상호비판이 불가능해진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자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업주는 소비자가 자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양육비 채무자는 양육자가 자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정치인이나 연예인은 국민과 팬들이 자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각각 불편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동의가 없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시각적 표현이 제약되어서는 안 된다. 영국의 채널4가 2020년 성탄절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딥페이크를 왕실의 동의 없이 방송하였지만 표현의 자유의 정당한 행사로 포용되었다. 별다른 해악이 없이 단순히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자신에 대한 시각적 표현을 불법화할 수 있는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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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년 위헌결정도 표면적으로는 “공익”이라는 요건의 불명확성에 대해 내려졌지만 다른 나라의 허위사실유포죄 위헌결정들과 연계하여 보면 결국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며 공익훼손이라는 요건을 더하더라도 공익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인권침해성은 변함이 없다’라는 국제인권기준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2022년 2월 15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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