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게임법 전부개정안 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by | Feb 7, 2022 | 논평/보도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청소년에 유해한 광고라고 성인도 보지 못하게?

게임 분야에도 방통심의위와 같은 행정검열 고착

2020년 12월 발의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상헌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6496, 이하 ‘개정안’)은 사실상 정부입법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매우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특히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한 게임 광고 규제 조항(안 제67조 제1항 제7호)과, 이를 포함하여 게임법을 위반하는 게임 또는 광고·선전물 등이 인터넷상에서 유통될 시 문화체육부장관이 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삭제, 차단 등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안 제79조 제5항)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개정안 제67조 제1항은 일정한 방법과 내용의 게임 광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안 제92조 제1항 제4호). 특히 이 중 제7호는 ‘게임 관련 광고의 방법 또는 내용이 「청소년보호법」 제9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게임 광고가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성인 이용자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성인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나 표현물의 경우,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호대상은 청소년에 한정되어야 하고 규제수단 또한 청소년에 대한 유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청소년유해물에 대해 성인의 접근까지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규제는 성인의 알 권리의 수준을 청소년의 수준으로 맞출 것을 국가가 강요하는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성인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헌법재판소 1998. 4. 30. 결정 95헌가16 등).

또한 본 개정안 조항은 광고 금지의 대상으로 청소년보호법상의 심의기관에 의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최종 결정된 것뿐만 아니라, 심의기준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수 있는 모든 광고를 금지 대상으로 삼고 있어 더욱 문제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인 「청소년보호법」 제9조 제1항 각호는 “1.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2.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3.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4. 도박과 사행심을 조장하는 등 청소년의 건전한 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것, 5.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6. 그 밖에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광고의 방법이나 내용이 이러한 기준에 해당되는지를 사업자가 판단하여 광고 여부를 결정하기란 매우 곤란하다. 이는 결국 ‘불건전’, ‘폭력성’, ‘선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모든 게임 광고에 법적 리스크를 부담시킴으로써 사업자로 하여금 과검열을 부추겨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 위축될 우려가 높다.

한편 본 개정안 제79조 제5항은, 위 제67조 위반의 광고나 등급분류 등의 절차를 위반한 게임, 해킹, 매크로 프로그램 등이 온라인으로 유통될 시, 문화체육부장관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삭제, 차단 등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하고, 미이행시에는 이행강제금 및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규정하고 있다(안 제80조 제1항, 안 제90조 제7호).

그러나 사법부가 불법 여부의 판단을 내리기 전에, 행정부가 온라인상의 정보(표현물)의 불법성을 판단하고 유통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검열 방식은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므로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그 기준이 불명확하고 검열 명령이 표현당사자가 아닌 제3자, 즉 정보매개자에 대해 이루어지는 경우 합법물까지 규제하는 과검열 및 상시적 사적 검열로 이어질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헌법재판소 2002. 6. 27. 99헌마480). 개정안 제79조 제5항은 기존 게임법 제38조 제7항을 계승한 것인데 불명확한 검열기준들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위헌성이 더욱 강해졌다. 위에서 이미 논한 바와 같이 ‘청소년 유해성’을 이유로 한 광고 금지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국가의 국민 표현물에 대한 ‘건전성’ 검열로 이어질 위험이 높고, 광고제작자, 게임사업자 등의 표현의 자유, 영업의 자유와 이용자의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다. 또한 본조 제7호 ‘게임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하게 하기 위하여 제작된 기기·장치 및 프로그램’ 및 제8호 ‘제68조 제13호(게임의 버튼 등 입력장치를 신체접촉 없이 자동으로 조작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기기·장치 또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여 판매하거나 배급, 제공하거나 이를 이용하게 내버려 두는 행위)를 위반하여 제공하거나 이용하게 내버려 둔 게임진행장치 또는 소프트웨어’ 역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고도의 법률적, 기술적 판단이 요구되며,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개입하여 유통을 금지시킬 정도로 사회적으로 중대, 명백, 긴급한 해악을 가져온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게임법 위반 정보에 대해 문화체육부장관의 시정명령권을 규정하고 미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 본 개정안 조항들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행정검열 논란이 있는 문체부장관의 시정명령권을 개정안이 그대로 답습하고  불명확한 기준을 더해 권한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 보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게임 생태계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게임사업자, 광고제작자,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 영업의 자유 등 국민의 여러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 금지 일변도의 게임법 개정안 조항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2년 2월 7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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