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게임공약 ‘균형잡기’

by | Feb 4, 2022 |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 0 comments

글 | 황성기(오픈넷 이사장,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게임에 관한 정책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에 있었던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 이번에 쏟아지는 게임 이용자 보호와 관련한 정책공약들을 볼 때 언제 이렇게 게임에 대해서 정치권이 관심을 가졌는지 의아해질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러한 관심과 정책공약들이 게임 이용자의 보호와 게임산업의 진흥에 도움이 된다면 진정으로 반기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이들 대선 후보가 발표한 게임 정책공약들이 게임 이용자 보호를 이유로 지나치게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위험성이 있고, 다양한 게임의 등장을 막아 종국적으로 게임 문화와 게임 이용자 보호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규제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체는 바로 게임시장(게임산업계), 게임 소비자(게임 이용자), 국가(정부)로서, 이들 세 주체가 대표적인 관련 이해당사자에 해당한다.

우선 국가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라는 공익 추구의 대의명분하에 법적 규제 형식을 통해 불법게임의 금지, 게임 이용에서의 청소년 보호, 공정한 게임 유통 및 거래질서의 유지, 기타 게임이용자의 보호 등을 추구하는 주체이다. 다음으로 게임시장은 영리를 추구하는 게임사업자들에 의해서 형성되는 영역이다. 규제 문제와 관련한 산업계의 관심사는 규제 방식, 규제의 범위, 규제의 강도, 적용가능성 및 집행가능성, 예측가능성 등이 있다. 더 나아가 당해 규제가 게임 서비스 및 산업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마지막으로 게임 서비스 분야에서 게임 이용자의 영향력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러한 측면에서 게임 이용자도 불법행위 혹은 기업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기도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권리와 이익을 분명히 갖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게임 영역에서 이들 세 주체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게임 이용자에게 건전하고 다양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인 게임콘텐츠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있다는 점이다. 게임산업은 일반적인 제조업과는 다른 문화산업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게임 규제가 헌법상 기본원리 중의 하나인 문화국가원리와 관련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시장과 정부를 상호 적대적인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되듯이, 게임사업자와 게임 이용자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호 적대적인 관계로 상정해서 정책을 제시해서도 안 된다. 게임사업자, 게임 이용자, 정부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건전한 게임 환경의 조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가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게임 이용자 보호라는 가치는 실질적으로는 게임산업의 진흥이 이루어졌을 때 달성될 수 있다. 예컨대 게임산업의 진흥을 통해 시장에 다양한 게임이 존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게임 이용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이치이다. 따라서 게임 이용자 보호라는 가치와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가치 간의 균형과 조화를 항상 추구해야 하고, 이것은 게임 정책의 개발에 있어서도 항상 고려해야 하는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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