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보호와 알권리 ③] 국제기준 무시하는 세계유일 친대기업 정보독점법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2019년 8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핵심기술과 관련 있으면 인체에 유해한 안전보건정보까지 공개를 금지하기 때문에 ‘삼성보호법’이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기업의 정보감추기를 더욱 강화할 우려가 있는 국가핵심전략산업법안이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다. 12개 노동·안전보건·시민단체로 구성된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과 전략산업법 제정 중단을 요구하며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더불어민주당이 ‘국가핵심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밀고 있다. 핵심은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 여러 가지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인데 거기까진 다 좋다.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 자동으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는데 여기까지도 좋다.

국가핵심기술(national critical technologies) 규제는 1980년대에 미국·일본 등이 자국의 첨단기업이나 첨단기술이 해외로 팔려 나가는 ‘합법적’인 거래들을 국가에 신고하거나 또는 허가받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국가핵심기술 상당수는 법적으로 항상 공개되는 특허나 사실상 공개되는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가핵심기술 규제를 처음 만들 때는 합법적인 거래들에 대한 허가 및 신고제로 잘 만들었다.

그런데 2019년 엉뚱하게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국민에 대해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항(9조의2)이 만들어졌다. 결국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상의 정보공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인데, 국가핵심기술 중에는 전 세계에 공개된 특허·저작권도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비밀로 한다는 말일까?

그래서 전 세계의 어느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대국민 공개를 금하지 않는다. 국가핵심기술 규제가 원래 막으려는 ‘유출’은 정보의 유출이 아니라 기술의 해외 매각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 규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을 두고 있다. 이런 조문을 가진 법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법 만들 때 벤치마킹했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경제스파이법도 영업비밀 보호법일 뿐이다. 중국·일본·독일에도 영업비밀이 아닌 것을 보호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는 법은 없다. 단지 위에서 말했듯이 특별한 기술들이 해외로 매각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정보공개를 금지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규제를 만들면 부작용이 많다. 노동자와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공정보를 얻지 못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전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산재소송을 위해 작업장에서 이용된 독극물 목록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으려고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사례다. 또 산업발전에도 해가 된다. 영업비밀이 아닌 산업정보는 자연스럽게 확산하면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쳐 더 발전해 나간다. 회사의 기술정보 중에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를 고객들이나 동종 업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지만, 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차단된다. 또 제조물책임 피해를 본 소비자가 기술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영업비밀이 아닌데도 알 수가 없게 됐다는 점이다. 산업발전에도 해가 되고 생명과 안전에도 해가 되는 법이 돼 버린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산업기술보호법의 알권리 제한 조항은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 업계 일반에 널리 알려진 정보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침해죄를 적용한 판례가 나왔다. 위의 삼성전자 사례도 영업비밀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 청구에서 제외된 것이었다.

게다가 2019년 산업기술보호법 개정과 이번 국가핵심전략산업법 제정 추진은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 즉 기술정보를 ‘제공받은 목적’과 다르게 이용 및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 8호).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교수가 강의할 때 교육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정보를 학생이 어떻게 사용할지는 학생의 자유다. 발명을 하건 창업을 하건 강의평가를 하건 말이다. A제품 발명을 위해 만들어진 정보가 B제품 개발에 유용할 수도 있다. 정보제공자가 목적을 한정하고 싶다면 비밀유지각서를 받으면 될 일이지 정보공개청구나 각종 재판을 통해 합법적으로 취득한 정보가 제공자의 자의에 따라 그 유통과 이용이 한정되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에 대한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를 처벌하는 세계 유일의 법은 노동자·소비자·중소기업을 잡는 법이 될 것이다. 소위 “국가핵심전략산업”에 종사하는 대기업들의 독과점만을 공고히 하게 될 것이다. 제발 ‘유출’의 의미를 제대로 새겨 달라.

이 글은 ‘산업기술보호와 알권리’ 시리즈로 매일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2.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