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포털 뉴스의 공정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여당은 포털 뉴스 메인화면에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기사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 이후, 포털의 자의적인 뉴스 편집이 언론의 선정성 및 공정성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알고리즘 수식을 공개하는 방안 등의 정책을 강력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여당의 포털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2015년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당시 여당은 새누리당이다. 여당과 야당이 바뀌었다는 점 뿐, 이와 똑같은 이야기가 오늘날 평행이론처럼 반복되고 있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 26일 열린민주당과 합당 선언을 하며 포털의 뉴스 편집·추천·배열 서비스를 금지하는 일명 ‘포털 뉴스 추천 금지법’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궁금하다. 왜 포털은 정권을 불문하고 굳이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는 뉴스 배열을 자행해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나? 그게 아니라면 결국 보는 사람에 따라 언뜻 ‘나에게 불리한’ 것들이 많아 보이면 ‘편향’과 ‘불공정’을 의심하고, 권력을 쥔 쪽은 ‘공정’을 이유로 이런 눈엣가시들을 제거할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악습이 그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정’이 최근 정치권에서 소위 ‘먹히는’ 화두가 된 것은 아마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은 없이 인간 모두가 가지는 ‘나에게 불리한 것에 대한 저항심’에 기대어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그렇기에 무엇이 진정으로 ‘공정’한 상태인지, 또 이를 전제로 한 ‘불공정’, ‘편향’이 존재하는지 역시 주장하기 나름일 뿐 누구도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이런 불분명한 해악을 막겠다는 이유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즉, 포털과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 영업·계약의 자유, 나아가 일반 국민들이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할 정당한 권리를 함부로 제한하는 규제는 위헌이다. 국가가 국민간 사적 서비스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금지하거나 특정한 내용으로 강제하는 내용의 규제가 이렇게 쉽게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논의에서 포털 뉴스 이용자인 국민의 권리·편익과 여론 다양성에 끼칠 실제적 영향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포털 뉴스 서비스는 다양한 언론사의, 다양한 이슈와 분야에 대한 기사를 함께 파악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로 인해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분야의 뉴스 혹은 상이한 관점들의 뉴스도 접함으로써 뉴스 소비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이러한 서비스에 만족하는 이용자도 상당수다.
또한 그간 지역언론이나 전문매체 등 군소언론이 포털의 뉴스 배열과 전재계약을 통해 다수의 독자에게 노출되고 성장할 기회를 얻어 여론 다양성이 증진된 측면도 있다. 이런 서비스를 강제로 폐지시키고 뉴스 콘텐츠를 검색이나 언론사 구독제 형태로만 제공하도록 한다면,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관점, 관심사에 따른 뉴스 편식에 빠져 다양한 뉴스 소비는 줄어들 것이고, 뉴스 시장 역시 기존 구독자를 확보한 대형 언론사만이 살아남고 인지도가 낮은 군소언론은 쇠락하는 언론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어 여론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
이 포털 뉴스 규제 논의를 비롯해, 정부여당의 ‘정의’나 ‘공정’을 이유로 한 금지, 징벌 일변도의 개혁안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자기중심적이고 추상적인 슬로건하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목된 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으로 가볍게 해결하려 한 전 정권의 행태를 떠오르게 한다. 전 정권의 적폐청산을 외치며 등장한, 전 정권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줘야 하는 현 정부여당이, 특히 언론·표현의 자유 규제 문제에 있어 전 정권과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고 외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민주당이 금지, 징벌 위주의 언론개혁 법안들의 추진을 멈추고 자신들의 이름과 존재가치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 글은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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