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의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 유튜브 동영상 접속차단 결정, 사회질서 검열 기구가 되겠다는 방통심의위를 규탄한다

by | Dec 15, 2021 | 논평/보도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2021. 12. 9. 제38차 통신소위원회에서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 등 천안함 사건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 8건을 접속차단 결정했다. 

이 유튜브 동영상들은 ‘주권방송’, ‘새날’ 등 채널에서 유통되고 있는 동영상으로, 주로 ‘천안함의 진실’이라는 제목과 함께 각종 증거를 바탕으로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피격된 것이 아니라 좌초 후 잠수함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의 주장을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동영상들이 ‘천안함 피격 사건과 관련해 왜곡된 내용을 담은 동영상’으로, ‘단순한 의혹 제기를 넘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피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되어 ‘사회적 혼란 야기’ 심의규정 위반 및 ‘명예훼손’ 정보로 접속차단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적 이유는 국가의 사상 통제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전제인 사상의 다원성·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처럼 국가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을 ‘사회혼란 야기’ 등을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에 기초한 반민주적인 검열이라 아니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2. 6. 27. 결정, 99헌마480). 

특히 ‘사회질서 위반’이라는 대제목 하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방통심의위의 심의규정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표현물이 부당하게 검열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높은 독소조항이다.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이러한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은 국론에 반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표현물을 검열하는 데에 남용할 위험이 높아 더욱 위헌적인데, ‘역사 왜곡’, ‘국론 분열’ 등을 이유로 한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바로 이러한 위험을 현실화한 것이다.

또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위 동영상들의 주요 내용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제기인데, 이것을 천안함 사건의 관련자나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으로 보기도 어렵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무엇이든,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이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다가 참변을 당한 사실은 같으며, 관련자들의 행태에 대한 사실이 아닌, 침몰의 외부적 요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관련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혹 제기는 응당 표현의 자유로 보장받아야 한다.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관련자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사건에 대한 모든 진술이 관련자들의 법적 지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단죄, 금지되어야 한다면 역사적 사건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관련자들을 직접 공격하거나 그들의 행태에 대한 직접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게 아니라면, 이러한 표현물들을 함부로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단죄, 금지해서는 안 된다. 

한편, 이들 동영상은 국방부가 지난 7월 심의를 신청해 10월 28일 통신소위에서 ‘해당없음’ 결정이 났으나, 천안함재단이 11월 11일 다시 민원을 제기해 심의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지난번 결정 이후 천안함 진수식에 생존 장병들이 참석을 거부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광복 위원은 ‘위원회의 해당없음 결정이 천안함 사건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 폭침이라는 정부 발표를 부정하고 좌초 후 충돌했다는 음모론적 주장에 대해서 문제없다고 면죄부를 준 것으로 비춰지면서 오히려 사회혼란이 야기된 측면이 있다’고 발언했고, 황성욱 소위원장은 ‘위원회의 심의결정으로 인해서 오히려 사회혼란이 야기된 부분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고 발언했다. 이는 결국 위원회가 표현물 내용 자체가 아니라 위원회의 결정 후 여론이나 관련자들의 반응을 가지고 ‘사회 혼란 야기’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자, ‘사회 혼란 야기’ 심의규정이 이렇듯 판단이 쉽게 달라질 수 있는,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남용의 소지가 큰 위헌적 심의규정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 제도는 인터넷 표현물에 대한 행정검열로써 그 자체로 위헌의 소지가 높은 제도이며, 아주 예외적으로 불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정보에 대해서만 이루어져야 그 정당성이 유지될 수 있는 제도다.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방통심의위가 국가가 정한 역사적 사실에 반기를 들거나 다수의 여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의 표현물,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질서를 혼란하게 하는 모든 ‘불온’한, ‘문제가 있어 보이는’ 표현물을 검열하는 기관이 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방통심의위가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반민주적인 사회질서 검열 기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이번 결정을 속히 철회하여야 할 것이다. 

 202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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